민족의 새벽을 기록한 저널리스트, 끈기로 자부심 얻어 낸 문장가

DJ는 민족의 아침을 열었다. 김택근 동문(국문79졸)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의 이미지를 보았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이어 새로 집필하는 평전의 제목을 ‘새벽’이라 하였다. 새벽은 볼 줄 알고,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새벽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민족정신을 일깨워 줄 <새벽>을 기록한 김 동문을 동대신문이 만났다.


▲김택근(국어국문79졸) 동문
꼬불꼬불하게 기른 머리에 편한 청바지.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김택근 동문(국문 79졸)과 동국대의 인연 또한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 동문은 고등학교 시절 동대신문사에서 주최한 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했다. 입학 전부터 우리 대학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김 동문이 우리 대학에 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덕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동국대 국문과 자랑을 그렇게 하셨죠. 양주동, 서정주 등 유명 문학인을 배출한 동국대를 꼭 가야겠다고 그 때 결심했습니다.”
우리학교 국문과에 입학하게 된 김 동문이 언론인으로서 처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곳은 동대신문사였다. 2년 6개월 동안 동대신문사 기자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편집장까지 맡았다. 혹독한 신고식부터 끈끈한 기자들의 결속력까지, 김 동문 기억속의 학창시절은 동대신문에 대한 애정 어린 추억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때는 학생회라는 것이 없었고, 대신 학도호국단이 있었어요. 한 번은 기사에 불만을 품고 학도호국단이 신문사에 항의하러 찾아왔었습니다. 그 때 기자들이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펜으로 찌르며 맞서기도 했죠.”

작은 숨구멍 하나를 만드는 기자
졸업 후 김 동문은 언론인의 길을 이어가고자 경향신문에 입사했다. 그 후 30년간 경향신문 기자, 경향닷컴 사장,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꾸준히 언론계에 몸담았다. 오랫동안 기자로 있었기에 힘든 일도 있었을 터. “기사를 마감하는 시간에 쫓기는 게 힘들었습니다. 일간지라 더했죠. 그 당시 시대 상황상 구속이 심했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 동문은 기자의 매력에 기자란 직업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할 말 다 하는 기자가 제 적성에 맞았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독자들에게 표출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큰 독재를 무너뜨렸듯이, 기자로서 작은 숨구멍 하나를 만드는 겁니다.”

그가 만난 민족의 새벽
그러던 2004년 어느 봄 날, 김 동문에게 운명적인 손님이 찾아왔다. 연락이 온 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들이었다. 그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들이 갑작스레 찾아와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집필하는 일을 직접 부탁한 것.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혀 친분이 있거나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었죠. 아마도 저의 글을 그동안 읽고 계셨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벅차고 힘들 것 같아 거절하려고 했다는 김 동문.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퇴임한 후에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김 전 대통령을 뵙고는, ‘아, 이 분의 인생을 내가 한 번 글로 정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집필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2년 동안 총 40번에 걸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기록해 나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김 동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이 뒤집어져서 힘들 때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밝은 미래를 얘기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모습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시고도 자신의 험한 운명을 사랑하는, 그런 분의 삶을 집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영광이었죠.” 그 뒤로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 좌우명이 되었다고 김 동문은 덧붙여 말했다.

자서전 출간 후, 그는 김대중 평전을 새로 출간했다. 늘 새벽에 일어나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김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가 느꼈던 감동과 울림을 새롭게 펼치고 싶어서였다.

무거운 엉덩이, 끈기로 걸어온 길
집필하는 동안 힘든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 동문은 “김 전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 바로 엉덩이입니다, 무거운 엉덩이. 그만큼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없을 때도 있었는데 기자 시절 때 습관이 된 사실에 근거한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 동문과 글쓰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6년 동안 감옥에 계셨습니다. 하지만 전 김대중이라는 감옥에 8년 동안 갇혀 지냈죠. 이제는 저의 글을 쓰고 싶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김 동문의 눈은 날카로운 언론인의 모습보다는 자유스러운 문학인을 더 닮아 있었다. 실제로 김 동문은 동화책, 기행문을 비롯한 많은 책을 써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는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하라고 당부했다. “무슨 일이던지 10년은 해봐야 그 일에 대해 알 수 있죠.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지 말고, 자신이 지금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전에 옮겨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김 동문의 모습에서 30년이 넘도록 한 길만 걸어온 당당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경험과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김 동문처럼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면 성취감도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김 동문의 묵묵한 길에서 오히려 여유로운 삶이 엿보임은 그 까닭일 것이다.
그는 새벽을 만났지만, 그의 하루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그가 시작한 새벽에서 새로운 하루를 담는다는 것은 그를 더욱 깊은 문장가로 발효시키는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김 동문이야말로 사회의 새 문을 여는 또 다른 동국의 새벽이 아닐까. 

김택근 동문 프로필

△1955년 정읍 출생 △1975년 국어국문학과 입학 △1992년 경향신문 편집국 편집부 기자 △2003년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2005년 미디어칸 대표이사 △2006년 경향신문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2010년 ‘김대중 자서전’ 집필 및 출간 △2012년 김대중 평전 ‘새벽’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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