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그러나 낯익은 공간

지은이 황석영
출판일 6월 1일 예정
펴낸곳 문학동네
11,000원 / 236쪽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도 파리에서 전시하는 새 미술작품들을 미리 관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한다고 말 할 수는 있을까? 이런 최첨단 시대에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상상이나 해 본 적은 있을까? 이 시대에 밥 굶고 사는 사람이 있겠느냐 하는 식상한 질문으로 느껴지리라.

‘삼포가는 길’로 유명한 황석영(철학과 중퇴) 작가는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같이 자본주의의 욕망에 소비되버린 끄트머리에 주목했다. 그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수레가 흘러가는 세상에 다른 문을 열고 나오려 한다.우리가 낯설게 여기는 것들의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그가 자본주의에서 경시되는 인간다운 삶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로 현대인들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이 그를 집필로 이끌어냈다. 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꿈까지도 탕진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지옥 또는 천국처럼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으로 낯익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처럼 ‘매트릭스’로서의 그 세계는 바로 우리 지척에 깔려 있다.

불교에서는 온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고를 거대한 ‘수레바퀴의 한 회전’에 비유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현재 지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거기 살아가는 이들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만 모두 사라지고 앙코르와트의 흔적과도 같이 무성한 밀림과 새와 나비들만 남아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자본주의는 세계의 운명인 듯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지척에 널려있는 소외된 계층에게 눈을 돌려야만 한다. 까뮈의 이방인에서는 욕망을 채워낸 끝이 처절하게도 권태라고 말하고 있다. 이 주장은 인간은 결국 행복할 수 없는 절망의 존재라는데 이른다.

당신에겐 무엇이 가장 낯익고 낯선 세상인가? 내 눈 앞에, 그리고 나의 일상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은 낯설다’라고 감히 언급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도 자본주의라는 기반위에 살고 있는 우리네가 생각해볼 문제이다.

‘낯익은 세상’은 1962년 ‘입석 부근’으로 등단한 이래 오십 년 동안 당대의 풍운을 몰고 다닌 황석영이 2010년 10월 중국 윈난성 리장에서 집필을 시작하여 2011년 3월과 4월 제주도에 칩거하며 완성한 전작 장편소설이다.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지금 이곳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세상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 속의 풍경은 세계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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