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욕망으로 부서져버린 날개

 

체호프는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유명하다. 체호프가 “칠백 년을 더 주어도 다시는 희곡은 쓰지 않겠다”고 단언하게 만든 공연이 있는데 바로 ‘갈매기’다.

1896년에 초연된 이 연극은 흥행실패로 끝이 났지만 이후 작품의 가치를 꿰뚫은 연출가 스타니 슬라브스키가 이 재연출해 큰 성공을 거둔바 있다. 그 후 러시아에서의 초연 60년 후인 1966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우리대학 연극영화과 이진순 전 교수의 연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갈매기는  그가 네 차례나 무대에 올렸으며 1983년 마지막 공연으로도 이 작품을 올렸다.초연이 진행됐던 명동 예술극장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갈매기를 후배들이 공연했다. 김진만 연출가가 총 지휘를 맡은 이진순 헌정극에는 그의 생존 당시 공연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연극인뿐 아니라 시대를 아우르는 젊은 배우들까지 참여했다.

연극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별장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일상과 욕구를 그려낸다. 특히 극중 젊은 작가 지망생 트레플레프와 그 어머니 여배우 아르카지나, 어머니의 정부로 통속 작가 트리고린, 트레플레프의 연인이자 배우인 니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은 이루지 못하는 사랑과 성취하기 힘든 예술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생과 예술에 관한 심도 깊은 의문점들을 건드린다. 일상적이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체호프의 말이 무대를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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