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엄마를 부탁해
지은이 : 신경숙
펴낸곳 : 창비
10,000원 / 320쪽
신경숙의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초판 10만 부라는 기록적인 판매부수에 이어 재판, 3판 인쇄라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학 역사상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설에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희생한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우리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초상이다. 또는 할머니 그리고 그 위로 면면히 이어지는 수많은 어머니들의 초상이다. 소설은 엄마가 실종된 일주일 후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엄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작가는 4가지 시선에서 엄마의 모습을 추적한다. 큰 딸의 후회, 큰 아들의 죄책감, 남편의 사무치는 그리움, 자신을 관조하는 엄마의 시선을 버무려 성스러운 한 여성의 상이 온전하게 탄생한다.

잊고 있던 것인지 잃어 버렸던 것인지 가족 각자가 추억하는 아련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실종 이후 점점 선명해지며 또렷해진다. 또 그만한 질량의 아쉬움과 회한을 남긴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고스란히 가슴 깊이 맺힌 감사함으로 공유된다.  

산업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속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중요했다. 모두가 굶주리던 시기,  밥을 짓다 드러나는 쌀독 바닥을 보며 식구들 입을 걱정해야 했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신을 숨기고 속박당해야 했다. 동시에 식구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스스로를 감내해야 했다.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했던 그들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자의식을 버리면서까지 숭고한 희생을 보여주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엄마를 부탁해’에 있다. 작가가 던지는 주제의식이 가슴 절절히 와 닿는 이유를 그녀가 전하는 내용과 함께 그려내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4명의 각기 다른 소설속 인물의 입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를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퍼즐을 맞춰가듯 독자로서 상황을 유추하고 종합하게 한다. 독자들을 능동적으로 사고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새벽빛’이나 ‘박하꽃’ 같은 시적인 표현의 연결은 소설을 단순히 독자들이 문장의 축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흐름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또 작가의 분신이자 ‘내포작가’인 ‘너’와 ‘나’라는 1인칭의 화자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것도 새롭다.

‘나’를 ‘너’로 대치함으로써 당신들도 엄마라는 온전한 한 개인의 욕구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았느냐고 고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생각하고 있는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간절하고 간곡한 엄마 이야기를 듣길 바란다. 불편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엄마의 존재적 실종을 조장한 우리 스스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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