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오든은 “음악은 우리가 시간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리듬과 선율, 화성, 음색을 통해 그 당시 시대의 정서와 생각을 의미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시간 예술이자 청각 예술이라는 것이다.

레코드에 녹음한 음을 재생하는 장치를 통해 소리를 내는 금속판이 유성기 음반이다. 시대 정서를 간직한 음반들의 보관 및 기록은 사회를 이해하는 큰 틀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대학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에서 6년간의 작업 끝에 출간된 ‘한국 유성기 음반’(전 5권)은 각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은 음반사별로 각 1권씩 모두 4권과 또 유성기 음반의 약사와 색인을 담은 ‘해제, 색인집’ 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집은 1907년부터 1945년에 나온 음원 가운데 복원 가능한 5000여종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4권짜리 자료집에는 닙보노홍, 콜럼비아, 리갈, 빅타, 오케, 폴리돌 등 당시 음반사에서 발매한 음반의 모든 목록과 자료가 담겨 있다. 나머지 제 5권은 풍부한 원색 사진자료와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해제, 색인집’을 보는 데에 수고를 덜어 준다.

5,00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와 분량을 담고 있는 이 전집은 7월에 오픈 예정인 관련 음원과 기사 이미지 자료까지를 더한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 사이트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예정이다.

국내에 유통된 근대 음향자료를 총정리한 전집이라는 전무후무한 작업을 했다는 점 이외에도 특기할만한 것은 그동안 일부 마니아만 접하던 유성기 음반 자료를 일반인들도 쉽게 책과 웹서비스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유성기 음반 목록 외에도 희귀한 음반 실물 사진은 일반인들의 전집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있다. 분단과 한국 전쟁의 여파로 유실된 부분이 많았음에도 디지털로 복원을 한 음원들 중에는 의미있는 것들이 많다.

대중 가요 이외에도 조선의 궁중음악에서부터 경기명창의 전설 박춘재, 판소리 명창 송만갑, 임방울의 소리는 물론 당대 최고의 만담꾼 신불출의 ‘만담’ 등도 있다.

연구단이 7월 쯤에 개설할 예정인 공개 사이트에는 월남 이상재 선생의 연설, 일제의 체제 선전에 동원된 손기정 선수의 육성 인터뷰, 나운규의 영화 육성 해설이 포함되어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도 풍부하다는 평가다. 또 전통음악인 양선도, 민요, 휘모리 잡가 등 1907년 처음 나온 음반 30여 종 중에 무려 8종류를 찾아낸 업적 또한 국내에 유일무이한 성과이다.

음반아카이브연구단의 단장 배연형 교수는 ‘한국 유성기 음반’을 “한국 유성기 음반은 일제강점기 근대 한국인 정서의 집약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대중가요와 코메디, 연극 등의 자료야 말로 엄청난 사료(史料)”라고 강조했다. 배교수는 이어 “그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수집과 보관, 이용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며 “그런 현실이 이번 작업을 있게한 결정적 동기”라고 말했다.

대중음악의 흐름과 발자취를 기록, 종합, 보존하는 것의 의미는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박물관의 박제와는 다르다. 음악은 리듬, 운율을 통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인류의 공통어이고 대중들의 의식을 담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국 한국 음반 아카이브 연구단의 각고의 노력이 스며있는 ‘한국 유성기 음반’의 가치는 더욱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최재용 인턴기자 libidoe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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