矜持(긍지)와 自負(자부)로 오늘에 對應(대응)


  여러 가지로 多事(다사)했고 여러 방면에서 多難(다난)했던 1973년도 이제 묵은 달력으로 넘어갔고 여러분 앞에는 1974년의 새해가 펼쳐졌습니다. 우선 東國人(동국인) 여러분들과 가정에 萬福(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볼 때 1973년 東國史(동국사)에 괄목할 만한 비약적 發展(발전)은 없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여기에는 周邊與件(주변여건)이 비약적 發展(발전)을 주저케 한 까닭도 있겠고, 또 短期(단기)의 무리한 비약보다는 長期(장기)의 眼目(안목)에서 속도는 다소 늦더라도 코끼리 같이 한발 한발 地盤(지반)을 공고히 굳혀가며 전진하려는 本人(본인)의 哲學(철학)도 介在(개재)되었습니다.
  무리한 비약에는 언제나 또 다른 무리가 반드시 따른다는 이치를 쓰라린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가 빚어내는 악순환은 가장 비능률적 침체만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코끼리 걸음을 하는 동안에도 東國大學(동국대학)의 北門(북문)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눈에 그 위용을 쳐다볼 수 있는 敎育學館(교육학관)건물이 완공되었음을 봅니다. 그리고 경영대학원 신설과 실내체육관 착공과 정구장 신설 및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특수장학제도 등은 지난해 이루어진 일이었고 73년도에 전례 없이 취업률이 높았다는 사실은 동국인들을 위하여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지난해 佛敎大學(불교대학)과 日本(일본) 불교계대학이 공동주최로 불교학술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學問的(학문적) 성과는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지구상의 온 나라들이 이제 한갓 이웃마을처럼 그 거리가 좁혀진 오늘, 학문의 문호도 과감하게 개방하여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소신입니다. 국제적 學術(학술)交流(교류)를 통하여 상호 의견교환이 활발해지고, 비판과 검토가 빈번할 때 학문적 향상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美國(미국) 日本(일본)뿐만 아니라 인도까지 교수 학생 연구자로 교환을 위한 문화교류의 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1974년 새해에 접어들며 국내외 情勢(정세)의 움직임은 우리가 갈 길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견도 있으나 다만 고된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가시밭길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선 上昇(상승)하는 物價高(물가고)는 우리들의 日常生存(일상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敎職員(교직원) 여러분의 處遇改善(처우개선)을 적절히 시행해야 한다는 當面課題(당면과제)가 새해의 첫 관문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적절한 處遇(처우)가 상승하는 物價高(물가고)를 뒤따르지 못하리라는 憂慮(우려)가 앞서므로 本人(본인)은 교직원 여러분과 함께 耐乏(내핍)과 淸貧(청빈)이라는 해묵은 格言(격언)의 의미를 再吟味(재음미)할 決意(결의)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不振(부진)했던 교수연구비 지원도 연구 분위기의 조성과 연구 성과를 위하여 可能(가능)한 限(한) 적극적인 방향으로 策定(책정)할까 합니다.
  그리고 現實(현실)의 不條理(부조리) 등을 들어 學生(학생)들이 大學(대학)의 門(문)을 박차고 나갔을 때 冷嚴(냉엄)한 現實(현실)은 早期放學(조기방학)이란 遺憾(유감)된 사태를 빚어냈습니다.
  學生(학생)諸君(제군)은 언제나 久遠(구원)의 理想(이상)을 追求(추구)한다는 高邁(고매)한 자세를 잃지 않은 채 냉철한 知性(지성)으로 여러분은 오늘이 아니고 내일의 主人公(주인공)이라는 긍지와 自負(자부)를 가지고 오늘과 大鷹(대응)하는 智慧(지혜)를 배워주기 바랍니다. 높은 理想(이상)을 머리에 이고 現實(현실)의 진흙을 밝고 오늘을 사는 智慧(지혜)를 말합니다. 너무나 現實(현실)에만 密着(밀착)되어 不條理(부조리)와 對決(대결)할 때 자칫 잘 못하면 不條理(부조리)의 迷路(미로)에 빠지고 만다는 어리석음은, 일찍 멀리함이 좋다는 先輩(선배)의 忠告(충고)도 귀담아 들어주기 바랍니다.
  끝으로 東國人(동국인)은 언제 그리고 어디서나 코끼리의 늠름한 氣象(기상)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참새무리 같은 小人輩(소인배)가 무어라고 비방하고 모함하든 介意(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 갈 길만 걸어가는 또,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 와도 굴하지 않고 뚫고 나갈 줄 아는, 또 봄바람 같이 溫和(온화)하다가도 한번 憤怒(분노)하면 사자조차 두려워하는 코끼리의 기상을 같이 간직하고 살아가 달라는 말씀입니다.
  새해 東國人(동국인) 여러분의 健勝(건승)을 거듭 빌며 붓을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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