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물든 '허수아비'의 춤사위

최근 모 기업의 편법상속, 차명계좌 의혹, 비자금 조성 등 비리행태가 밝혀지면서 기업 비리가 사회적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냉엄한 조직 메커니즘, 비자금 실태, 로비 등을 사실적이고 직설적으로 풀어낸 소설이 새롭게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우리대학 조정래 석좌교수가 집필(執筆)한 '허수아비 춤'이다.

이번 소설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대하소설로 풀어냈던 조정래 작가가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경제 권력의 횡포와 비리를 신랄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설 '허수아비 춤'은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권력층과 재벌의 비리와 탈법 등 파렴치(破廉恥) 한 행위들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조정래 작가는 이번 책에서 우리나라가 정치민주화를 넘어 분배의 법칙이 올바르게 지켜지는 경제민주화 시대로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즉 모든 재벌들이 어떠한 불법 행위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과 그들이 주체가 된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투명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설은 대기업 '일광그룹'이 비자금(祕資金)문제와 관련해 회장이 사법적 처리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비자금 전문 관리 조직인 '문화개척센터'를 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문화개척센터'는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검찰, 정부 고위관계자 등 한국 사회 주류의 권력자들을 돈으로 옭아매기 시작한다.

소설 '허수아비 춤'은 '문화개척센터'를 통해 스카우트전쟁, 스톡옵션, 편법상속, 차명계좌, 비자금 상납 같은 한국 상류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작가는 회장 앞에서 돈과 재물을 위한 '허수아비 춤'을 추는 등장인물을 통해 스스로를 '골든클래스'라 칭하는 모습, 억대쇼핑을 즐기는 모습, 50억 원의 스톡옵션이 적다고 불평하는 모습, 광고로 언론사를 통제하는 모습 등 부패(腐敗)한 상류층의 세태와 풍속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경제민주화 실천연대라는 시민단체와 시민단체의 대표로 추대되는 검사출신 전인욱 변호사, 대기업비리를 비판하는 칼럼을 신문에 썼다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허민 교수를 통해 대안(對案)과 희망(希望)  또한 제시하고 있다.

소설 '허수아비 춤'은 '너는 지금 무슨 춤을 추고 있느냐'고 묻는다.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영혼을 팔아 욕망의 껍데기만 남은 허수아비 춤을 추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작가가 허민 교수의 칼럼을 통해 제시했듯 우리 스스로가 대기업에 속고 있는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노예(奴隸)로 남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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