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創作文學(창작문학)分野(분야) 獎勵賞(장려상) 受賞作(수상작)] 敍事詩(서사시) 붓다차리타

차례
Ⅰ 序詩(서시)
Ⅱ 마야
Ⅲ 룸비니
Ⅳ 야수다라
Ⅴ 雪山(설산)
Ⅵ 붓다가야
Ⅶ 베나레스
Ⅷ 에필로그


  序詩(서시)<해 하나>


고요하세요, 한밤새워 흐르는 물소리 자고
山(산)머리에 어리던 별빛 스러진 뒤
안개도 빛도 숨결도 아닌
그러나 마주보고 서 있는 저편에서
내 마음속에 거울처럼
테두리없이 묻혀 있다가
새벽머리에 검은 산 등마루를 일으키고
말씀 未前(미전)의
빛, 드러내고 드러내는
始初(시초)의 되풀이.
네 발걸음 발치 끝에
항시 그늘로 떨어져 있으면서
종적없이 사라진
그리운 이의 모습인양
구름 끝에서 옷깃을 흩날리고
어머니 어머니
혈육속에서 흐르는 물소리인 듯
가까우면서도 늘
서글픈 솔바람을 데불고서
告別(고별)도 없이 달아나던 물, 물소리여.


물가에 쉬고 있는 사슴의 앞가슴에
어룽지던 물그늘에
빛의 屈折(굴절)을 이루기 이전
목마른 孤獨(고독)
별빛을 마주보며
눈을 뜨던 새벽
이승도 저승도 모두 꿈
안개속에 걷히던
호수와 같은 마음의 피부를 위해
돌을 갈고
넋의 그늘을 갈아내어
처음으로 거울을 보던 놀라운 마음과 함께
山(산) 등마루 어둠속에서 쉬다 떠오르는
해 하나
눈 하나의 마음
너 나 없었던
마음에서 마음으로 커져가던
빛살 무늬
씨의 核子(핵자)
마음의 마음 그 정수리 끝에서
조용히 조용히
꽃잎 흩날리듯 무너지고
무너진 빈 자리를 채워
넘치는 中心(중심)의 고요
마음의 문턱에 드는 그림자
하나 하나 또렷할 즈음에
등뒤에서 빛나던 자욱없는 큰 테두리
영혼의 빛살
어둠을 헐고 어둠을 헐고
비워둔 洞窟(동굴)속에서
기둥뿌리처럼 솟구칠 때
마음속의 거울
그리운 빛을 맞이하면서
입을 열던 날
내 始初(시초)의 이름이 되던 님
샤카무니 붓다여.


돌을 안아다가
달빛으로 이슬지다 떠난
넋의 어룽에서 비길 수 있는
돌의 결 돌의 피부
돌의 넋을 쪼아내어
입술 위에 입술
고히 접혀 있는 미소를
한 밤중에 지나는 해 하나
한 낮에 물속 그늘되어
자취없이 누비는 달 하나
뜨고 지고 그믈던 빛
뜨거운 굇속에 삭히어
한 바다를 이루어 놓고
터 하나 열어
돌아와 앉아 있는 돌부처
그 앞에 마음의 정수리를 조아리며
목숨값의 목숨값을 채울 길 없어
아 말씀 未前(미전) 永遠(영원)
땅위에 시초의 발걸음과 같은 온 몸 온 마음의 하나
오늘은 비로소 보겠네.


저 높은 나무 끝가지에
벌거벗은 아기의 알몸과 같던
지난 밤의 둥근 달
넋의 그늘과 함께 사위다
자취 없어진 자욱 위에
그므름 그므름
풀숲 그늘에 둥주리 치고 있는
죄없는 짐승의 긴 비늘위에 비추고
채찍질 아픈 상처
피 한 방울 소리 없이
맺어두고 떠나는
목숨의 흔적 위에
서늘하게 서늘하게
쓸쓸한 미소를 짓는
끝매듭 없는
億(억)年(년)의 사랑,
시초의 끝에서
시종의 부정을 위해
오늘 하루 다시
고오타마 싯달타
저승의 저승 無量時幼(무량시유)전에
마주 쳐다보던
해여!
아으, 해 하나를 얻어서
시초의 넋의 어우리
빛의 누리 가운데
마음의 그늘을 지워내네.


  마야

구름 한 떨기에 실리어서
피어나는 구름
한 떨기의 뜻을 위해
구름들은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
무너지고 또 피어나
어머니 되기를 바라는 이의
머리 위 한 낮의 고요를
고즈녁히 지켜보며
숨길을 모아 쉬고
작은 금빛 싸라기보다도 더 작은 모란꽃 꽃씨 하나만한
洹河沙(원하사) 모래속에 숨겨졌던
안개를 눈짓하고
궁전속 한 침실의 앞뒤 위 아래의
열어제친 창들을
오가며 길을 놓다가
어머니의 어머니
우리들 시초의 어머니의 꿈을 위해
코끼리 한 마리
둥둥둥 싣고서
마야부인의 胎(태)에 들었다.
그 뒤로 그 뒤로
물속에 잠긴 달빛은
너의 살 나의 피
한 넋으로 어리어서 맑은
그늘에 향내와 같이 품기고
구름들은
西域(서역) 별받이에
밤낮 없이 가득
끊임없이 피어난다.


  룸비니

별 하나 나 하나
눈 하나 나 하나
어둠속 총총한 별을
어린 날 그 누가
처음 차지했을까.
저 별 하나
萬籟(만뢰) 숨진 끝머리
지난 저녁 반달머리에
아랫도리 벗기운
알몸이기에 더 고운 빛으로
빛나던 저 첫별
숨박꼭질 하룻밤을
꼬박 숨어서 쉬고
별 하나 나 하나
눈 하나 나 하나, 나 하나 나 하나
끝내 총총한 온 하늘
별자리를 거느리고
달은 지고
뿌우연 선잠
잠깐 어둔
새벽머리
동 틀 녁에
이마에 손을 얹고 바라보던
그 두 눈동자에
또렷하게 박히던
새벽 별
싯달타여, 누가 맨 처음
별 하나 하늘에서 따다가
우리들 따가운 염통에
시원스런 별 꼬리
가느런 웃음자욱을
길게 그려 주었나.
四(사)월 초파일, 초롱속에
축복된 목숨의 붙밖이
나 하나, 나 하나
온 하늘 별 자리에
끈도 없이
이웃 동무와 함께 차지하게 되던
저 하나 나 하나
하나의 하나를 위해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
그 외침 별빛에
메아리 쳐 돌아오네.


  야수다라

물이 흘러서 바다에 이르는
길목 끝에 발자취를 멈추고
목숨의 가슴 한 곁에
蓮(연)잎의 그늘
마음의 손길에
가다듬어 쥐어진 蓮(연)꽃을
야수다라와 싯달타
마주 쳐다보고 서로의 느낌
살로 주고 받던
서늘한 잊음의 목숨
한 바다에서 쉬고
꿈으로 사원
劫劫(겁겁)에
소라껍질처럼 잊어버린
그 자욱에
소슬바람처럼 일으켜지는
그리움의 약속을
문득 깨닫고 바라보던
눈,
한번 다시 되어 볼 수 있을가.
물은 바다에 이르려고
밤낮 없이 흘러 쉬임 없고
바쁜 듯 서러히 굽이굽이
맴돌이를 치는데
그들이 한 생애의
乘上(승상)에 만나게 된
이 세상의 물굽이
물이 물을 만나
한 구비를 돌아 흐른다.


  雪山(설산)


나고 가고, 가고 오고
만나다 헤어짐에
빈 하늘만 푸르더니
나고 가고, 오고 가고
오며 오며 쌓아 둔
끝 정수리에
山(산)을 고여 놓아도
오히려 부족한
저 蒼茫(창망)한 하늘
<이 목숨 다함이 없도록
아침이슬을 반기다
저녁에 시드는 꽃
목숨을 다하여도
오히려 아낌이 없는 이
사랑의 만남이
헤어지는 쓰라림이
다시 없기를 원하노이다
父王(부왕)이시여…>
도리를 처도 끝 없이 허망한
푸르름으로 끄을던 하늘
그 뒤에도 섶 없이 타는 불길로
천년, 천년 거듭
즈믄 해를 그믈더니
눈을 뜨고 바라보던, 아
빛그늘 이편에서 마주 웃으시는
고오카마 붓다의 저 하늘.


카필과城(성)의 달빛은
그날 유난히 밝았다.
칸다카의 조용한 말굽소리
싯달타의 말 없음에
조용히 따라가는 챤다아카의 마음을
그려낸 뜻인양 따라서 움직이는 그림자
짐승의 마음마저 나타내는
침묵의 가늠인 듯
흰 말 갈기털에 빛나는 달빛
<生死(생사)의 바다를 뛰어 건너고
그 뒤에 다시 돌아오리라>
푸른 머리칼 짤라서
카필라바수투로 돌려보내고
太子(태자)의 화려한 옷
사냥꾼에게 떨쳐 넘기고
지향 없는 발자국,
지향 없던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끝이 없는 외로운 길이여.


저기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다.
저기 한 사람 그 혼자만이 가고 있는 길
한 걸음마다 그의 中心(중심)이며
온 그 아닌 모든 것이 둘레를 치며
모인, 한 자욱 자욱을
자신의 그림자로 접치면서
걸음 걸음 온 마음 온 뜻을 기우리고 있는
저기 한 사람이 오늘 라자그리하
王舍城(왕사성) 나그네가 되어 그한 길
서울 한 복판을
걸음 걸음 거침없이
오직 자기자신의 마음 뜻을 위해
구도자의 一心(일심)을 修念(수념)하면서
빈 바루 한짝을 바쳐들고.
그 자신의 앞길을
시초의 마무리
끝의 끝을 가는 듯
한 바다의 뱃길
동쪽에 안긴 바람을 나누며
나툼 나툼 하나 바래움 하나
그는 저기 빈비사라 王(왕)의
높은 발코니 아래로 트인
그 길가를 지나서 가네.
저 마침내 자기 자신의 길
온 인류의 시초의 길을 열어줄
한 사람의 나그네
無心(무심)히 乞士(걸사)의 바룻대를 들고
오늘 王舍城(왕사성)의 네거리
빈비사라 王(왕)의 서울거리에 들어
지나가네, 지나가네 말없이
그러나 자신에게 타이르는 맹세,
<이 생애 生死(생사)를 여히는 길 얻어
괴로움으로부터 영원의 길을 열으리라>
고향 생각 조금씩
그늘치는 구름 끝에
해 하지의 마음처럼
뜻을 가누면서
日天子(일천자)의 후예 그는 저기 오늘
길을 가고 있네.


거울 앞에 나가 몸을 비춰보듯
스승 앞에 나가 자신을 벗어보이는
그는, 축복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축복을
약속받은 구도자였네.
끊기 어려운 사랑의 사슬
핏줄기로 내리워진 인정의 억매임을
살을 저미는 아픔으로 끊어내고서
길을 찾아 스승을 물어
그 첫 문턱에서
혼돈 가운데의 첫 가름
善(선)과 惡(악)이 갈리는
인간의 뼈 아픈 비밀을 가르침 받고
거울 앞에 나선 이 남김없이
거울처럼 자신을 벗어보이듯
생각 생각 흔적없이 지워낸
생각, 非想非非想天(비상비비상천)
생각 아니하는 생각마저
또한 없이 하는
마음의 맑힘에까지 이르렀으나
필경엔, 거울에 거울을
마주 겹쳐는 그 위 아래에
싸고 도는 큰 거울을 둘레 없이
비쳐낸들 그 맑음
그지없는 빛의
아름다운 나 하나
마지막으로 나의 힘으로써 이긴
분명함이 아니면
하늘의 영원인들
시들고 마는 한 때의 꽃향이어늘
무엇하랴?
그는 정직한 나 하나의 인식을 위해
스승을 맞고 스승을 떠나
스승을 찾아서 다시 길을 떠나는
나그네 길을 거듭하면서
정직한 나 하나의 물음을
나의 문제로 몰고 몰고 몰고
끝 벼랑 마루 정수리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였네.


절절하라, 네 자신 사랑의 아픔에
절절하라, 싱그럽도록 풋풋한
전절한 사랑
그 아픔 애틋하여 모든 빛 가운데
가장 서러운
낮달처럼 남아서
사위던 미련
절절하라, 얄밉도록 가까이 이르러
흔적없이 속삭이는 귓줄기의
신성한 부름에 절절하라
제 살을 비어낸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절절하라
사랑의 피가
목숨에 버금하는 그리운 정이어든
더욱 더 슬기로워라
마음의 창자속을 뒤져내어
물에 씻고
바람에 날리듯
햇볕에 바래듯 따갑고 따갑게
저리고 아프도록
절절하라 싯달타여.
☆ ☆ ☆
파초잎에 후둘기는 빗방울 걷히는
첫 가을마다 야수다라
싯달타를 히말라야 숲으로 여히고
의롭게 남아있는 연못에
연잎은 너무 무성하였다.
다시 만남을 위해
헤어지기 전에 미리 터논
하늘과 땅과 같은 이별
말 없음에 더욱 두렵고 간절한
훤한 넓이
쓸쓸한 기다림, 황홀한
예명과 같은 슬픔이여.


  붓다가야


나무 한그루로 자라는 일은 자연스럽다.
솔씨 하나, 하루살이의 날개와 같은
바람 깃을 달고 날리다
흙에 묻혀 눈을 트고
싹이 자라 한 둘레에
커다란 그늘을 이루는 과정은
지켜보는 이 없어도
그 세월
바람이 깃들어서 달빛과 함께
빛날 때, 우리는 그 속에
말 없는 가야금 실줄을 퉁기는
나무의 운치, 나무의 울음을 듣는다.
비에사카 3월 7일
새달이 차기 이전에
풋풋한 소원 本(본)神(신)에게 기도드리기 위해
양치기의 딸 수자타
타락죽 한 그릇 淨甁(정병)에 바쳐들고
붓다가야 숲속 으뜸가는 나무
필파라수에 공양드리기 위해
기른 양떼 먹이에 풍성하고
향기로운 젖 끊임없어라
<꿈속에 본 낭군을 맞게 되어지이다>
소원을 외며 그 나무에 이르러
한 사람의 求道者(구도자)
하늘을 가리우고
정정히 솟아 그늘치고 있는
보리수 아래 그 形骨(형골) 그지없이 초라하고
그 毛皮(모피) 어지럽게 거칠어졌으나
반쯤 고이 열린 눈 자위에서
자기 자신의 죽음을 지키면서 영원을 일깨워 지켜내고저
가누고 앉아있는 그 고요속에
처절하게 빛나는
그윽하고 또 한번 고요로운 마음의 흔적
어둠그들에 빛을 이루려는 초저녁달 모습같아
木女(목녀)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순수한 직감으로 그의 주침을 느끼고
말없이 타락죽
정병을 기울여 바치었네.


이 사람을 보라, 한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놓여있는 그대여
자신이 지닌 무게 때문에
움짓아니하고, 씨 하나
자라서 우거진 섶 가지에
잎들이 그늘을 이루고
바람잘 햇빛살에 보람을 누비고 있는
나무, 나무 나무들끼리
속살 깊은 나이테를 아로새기고 있는 세월을
그저 잠잠한 자신의 진실하나
잊은 듯 겨냥하고
이끼 푸른 밤낮을 그대로
빈 허리를 흙으로 묻혀
기다리는 이 없이 바라고 있다가
마침내, 金剛寶座(금강보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이
싯달타의 굳은 서원
<이 자리에서 깨침을 얻지 못하면
이 목숨 끊어지더라도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
그의 뜻을 받들고 있는 이 자리
구름기둥을 이루던 창공에 한 자욱의 흔적
있음이 있음을 위해 흔적없는 맺돌을 굴리듯
마음의 뿌리를 캐고 찾아 숨돌리고 있음에
번갯살 뻗힌 뒤에
으른 으른 으르른거리는
이 사람을 보라, 나무아래 반석위에
숨을 죽이면서
죽음처럼 있으되
온 누리의 中心(중심)에 자신을 목숨을 놓고서
아름다운, 아름다운, 아아
너무나 아름다운
자기자신의 목숨 때문에
그 뿌리를 이룩하기 위해
맹서를 다짐하는 그 마지막
목숨의 턱을 이루고
구름이 모여 머흘거리다
줄기찬 빛살을 꺾어서
먼 누리로 내쳐 보내듯
자신의 무게, 괴로움의 무게를
겹으로 가누어서
맺돌짝을 이루듯 이루어 놓고
아픈 마음씨 토알을
별 총총 반짝이는 하늘가를
가누며, 갈아내고 있는 마음의
고오타마 싯달타
이 사람을 보라
이 사람의 이 마지막 이 자리
金剛寶座(금강보좌)에 앉아있는
이 사람을 보라!


그는 沙門(사문)·바라문·天人(천인)
그는 天神(천신)·악마·梵天(범천)
그는 세계의 모든 목숨있는 생류의 근원
한 씨·뿌리를 자신 가운데 느끼고
해가 솟아오를 때
피어나는 꽃 한떨기를 이루기 위해
눈을 씻고 눈에 어린 번의의 어룽을 떨치고
귀·코·혀·몸에 다치는
無明(무명)의 안개
선악과 是非(시비)의 길에서 벗어나
초 저녁에 第(제) 一(일)禪天(선천)에 이르고
온 저녁엔 第(제) 二(이)禪天(선천)에 이르고
꼭두 새벽엔 第(제) 三(삼)禪天(선천)에 이르러
<목숨값의 온 헤아림을 마치고>
<목숨값의 반턱을 헐어제치고>
<목숨값의 온전한 근원에 이르러>
헤아림 없이
날 샐녁의 샛별이 이마에
마주 비치는 때에
第(제) 四(사)禪天(선천)에 이르렀네.
그는 한 목숨의 생애
그는 두 목숨의 열 목숨
그는 百千萬(백천만)德(덕)의 생애의 목숨
그는 우주 성립과 파괴의 몇몇 劫(겁)
그는 시초와 종멸의 근원과 과정이다한
끝의 헤아림과 마침으로부터 벗어나
그는 고루 저 생애의 한 목숨이
지나던 생각과 헤아림을 마치었네.
그 잔잔한 밑도 끝도 없이 울리는
메아리와 같은 음성
이윽히 돌아와서
별 밝은 뜰에
별빛 스치듯
지나다 다시 어우리치는
빛의 살무늬와 같던
그의 미소
온 몸 마음에 한 자욱
크게 열린
아뇩다라 삼약삼보리여.


그는 오래 그 자리에 앉아
그의 머리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뭇잎을 잎잎이 이루어서 속삭이듯
그늘을 누비고 있는 빛의 이야기,
보리수 중허리에 나이테를
그 밑뿌리로 뻗히어서
흙의 숨결을 길어 올리는
목숨의 순수를 이룩하는 현상이전의
모든 存在(존재)는 다만
있음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영원의 보상을 받고 있음을 헤아리고
7·7日(일) 49日(일), 1천76시간
3백8십7만3천6백초 刹那(찰나)에 한 숨결
피의 맥박을 小宇宙(소우주)의 둘레처럼
두리치고 되돌아서
눈 앞에 빛살을
떡가루 치듯 나누다.
가루 가루의 티끌 무지개를
다시 피와 살에 다치어도
어지럼이 없는
어머니의 젖 맑은 물과 같이 맑히어
깨달은 이나
깨달음에 이르고저 하는 이들이나
장차 깨달음에 이르리라는 마음의 씨를
가다듬고 있는 이거나
깜깜한 無明(무명) 암흑 가운데
피를 끓이는 懊惱(오뇌)에
미처 깨침의 길을 알지 못하는 衆生(중생)들이라 할지라도
해 한번 우러르고
해의 마음 저편에 연등 부처님 계셨음을
부정하지 않는 이들
장차 아득한 미래에 이런 마음씨를
가다듬을 수도 있을 衆生(중생)에게
고루 그 빛을
혀에 서늘한 물맛과 같이
햇빛 고루 눈에 닿아도 상하지 않게
나날 스물네시 초분의 찰라마다 나누어 주기를
기대하는 梵天(범천)의 전청을 들었네.
그는 覺者(각자), 샤카무니, 一切(일절)의 勝者(승자)
三界(삼계)의 스승 四生(사생)의 慈父(자부)
7·7日(일) 필파나무 아래 앉아서
자신의 숨결과 핏줄
그리고 이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거대한 나무의 나이테 돌리듯
한 몸 한 살로 자라나
그 가운데 이 한 마음
밝은 깨침이
얹혀서 이루어진 것을 알았네.


베나레스


붓다여, 당신은 이제 이 보리수 아래
이 金剛寶座(금강보좌)를 떠나야하리.
한 낮의 햇빛 있음을 모르는 이 없지만
그 넉넉한 빛을 잊고
어둔 밤 호롱불만을 헤아리는
衆生(중생)을 위해, 죽음이 없는 영원
그 니르바나의 저 언덕
빛이 곧 마음이요 목숨이며 그 자신인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하늘 땅 가득히 충만하되
당신 스스로는 반딧불과 같은 외롭고 쓸쓸한
슬픔을 눈동자의 미소 저편에
항시 숨기고
출렁이는 바닷물결과 같은
당신만의 바다에 돛폭 가누듯
넘실 넘실 거리는
아득한 길
한 나무 아래 하루 저녁을 쉬고
한 돌위에 한 생각을 돌이키며
그냥 그대로 홀홀 떨치고 떠나야 하는
乞士(걸사)의 길, 영원한 원력의 길을
당신 혼자서 떠나야하리.


붓다는 이미 자기 마음과 함께 열린 하늘
그는 조용히 동쪽 하늘 뻗히는
자신의 마음 햇살을 調御(조어)하는
깨친이의 분명함을 얻고
베나레스에 이르는
千里(천리)길을 찾아서
하루 하루 가야를 거쳐 아파라가야
스탈샤나 바이샤리 츈다섬 사라티에 이르고
드디어 갠지스江(강)에 이르렀네.
40도의 따가운 볕
하루 百里(백리)길의 맨발
江(강)물은 벅차게 흐르고
돈이 없는 붓다는
문득 하늘에 나는 새를 부럽게 느끼었네.
허공을 날되 자취없는 새의 길
洹河水(원하수)의 나루를 건너
베나레스에 이르는 길
목숨의 빛 한 점을 가슴에 안고
두 날개를 쉬임없이 날리면서
정처없는 허공으로 날아서
목숨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이 이르기까지
되돌아 보지 않아야 하는 길,
不退轉(불퇴전)의 외로운 자기 마음의 등불
뜬 허공에 빛과 같음을 잔잔한 슬픔으로 먹고
걷는 길…
붓다의 눈 자위 입 모습 가장자리에서
물결일 듯 번저가는
가득한 빛의 넘침으로 이루어진
미소에 부닥쳐
최초의 다섯비구
붓다의 발에 몸을 던지고
歸依(귀의)하였네.


  에필로그

젊은이들 婚庭(혼정)처럼
기꺼이 맞듯, 떠보내는 목숨들의 下直(하직),
붓다여
당신의 눈에 씨 반딧불 하나를
오늘의 하늘 땅에
해와 달 따로 남기고
더 아득한 그리움이 되없나
목숨값의 목숨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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