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작가의 뜨거운 예술혼 볼 수 있는 기회

 

“그의 손길이 닿으면 아무 의미 없던 흙이 풍부한 표정을 띠게 되고 투박한 돌덩어리도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근대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근대조각의 거장 로댕의 조각들이 지난 30일 서울에 상륙(上陸)했다. 한국일보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파리의 로댕미술관과 협력(協力)한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2일까지 열리며 180여점에 달하는 청동, 대리석, 석고 등의 다양한 조각 작품 및 드로잉으로 이뤄져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첫 회고전

프랑스 세기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프랑스 하급관리의 아들로 37세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대표적인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해 다작으로 근대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현재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만 세 곳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로댕의 일대기를 총망라(總網羅)한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회고(回顧)전으로써 로댕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 로댕의 전시가 여러 번 열렸었으나 대부분 소품 위주로 50점 정도를 선보이는 데 그쳤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로댕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조각 113점, 드로잉 42점, 사진작품 25점등 총 180점의 작품들을 연대기(年代記)적인 테마로 구성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다.

 

▲'신의 손' - 창조자 로댄의 손을 상징한다.

 

최초 해외반출 이뤄진 로댕 작품

또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대표작들은 그동안 파리 로댕미술관에서 해외 반출이 금지되었던 작품들로 국내에 특별히 공수된 작품들로 엄선(嚴選)했다. 로댕의 대리석 작품 가운데 진수로 손꼽히는 ‘신의 손’은 1917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 반출된 작품이다. 오른손에 아담과 이브를 묘사한 조각으로 신의 손을 형상화함과 동시에 로댕 자신의 손을 이입(移入)시켰다.

높이 1.8m의 초대형 채색석고작품인 ‘생각하는 사람’ 또한 최초로 해외 반출이 이뤄지는 작품이다. 특히 조각가로서 로댕의 이름을 최초로 각인시킨 초기작 ‘청동시대’는 놓쳐선 안될 작품 중 하나다. 오귀스트 네이라는 인물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인체를 너무나도 생생히 표현한 나머지 “모델의 몸에서 직접 주물을 뜬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묘사(描寫)됐다. 

 

 

대중에게 익숙한 로댕의 청동작품과는 달리 석고작품들은 작품의 보관과 운반의 위험성으로 인해 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석고작품에는 작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만큼 로댕의 예술혼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격정적 사랑, 뜨거운 예술혼으로

로댕에게 제자 까미유끌로델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조각가였던 동시에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로댕에게 사랑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15년간의 정열적인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로 종지부(終止符)를 찍었지만 작품들은 그들의 뜨거웠던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에 전시되는 석고작품 ‘키스’는 세계적인 걸작(傑作)으로 통한다.

조각 외에도 40여점의 드로잉 작품들은 대부분 여체(女體)의 움직임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그가 조각뿐만 아니라 드로잉에도 뛰어난 소질이 있음을 보여준다.

 류희영 관장은 “장르별, 주제별로 전 생애에 걸친 로댕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제자 까미유끌로델과의 불륜조차 뛰어난 천재성의 상징으로 용납될 만큼 극도의 추앙을 받았던 오귀스트 로댕. 다가오는 따스한 봄, 인간의 고뇌와 열정, 애증을 담은 180여점의 오귀스트 로댕의 뜨거운 예술혼과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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