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겸임 교수
▲박현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겸임 교수

 

단일민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삼아 한반도에서 우리 말과 글을 사용하며 문화나 풍습, 전통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 개념은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할 때도 자주 등장한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정서적 동질성 추구도 이러한 단일민족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런 인식을 비판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2007년 7월에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으니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노력을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각 국가 간의 교류가 일상인 세상이니 일리 있는 권고였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언행 금지는 국제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축구 리그에서 손흥민 등 우리나라 선수들을 향해 관중석에서 눈을 가로로 길게 찢어대는 현지인들의 인종차별 행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금기어가 됐지만 살색, 깜둥이, 노랑머리 같은 우리말에도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른 인종에 대한 배타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과 별개로 우리는 단일민족의 폐쇄성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를 추구하는 백의민족인 데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부가 확정한 2024년 외국인력 도입, 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분류하는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인 다인종 다문화 국가가 된다. 지난 10월 말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249만 6,092명)은 전체 인구(5,135만 4,226명)의 4.86%다. 이 상태에서 내년에 받아들이기로 한 외국인력 16만 5,000명이 모두 들어오면 외국인 비중이 5%를 넘게 된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유럽이나 미주지역을 제외하고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최초의 다인종 다문화 국가가 되는 셈이다.

1993년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통해 외국인 고용을 본격화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2.38%(1억 2,541만여 명 중 299만여 명)에 그치고 있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통상 수교 거부 정책을 펴면서 메이지 유신을 한 일본에 비해 근대화는 늦었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의 진입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할 수 없다. 세계 최저 수준인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산업현장의 아우성에 고육지책으로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시대다.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제도와 인식은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피부색이나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외국인 간 갈등이나 차별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범죄 발생 등 사회문제가 된다. 초중고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문화 학생들은 학교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이나 따돌림을 경험한다. 저출산으로 국내 학생들은 줄고 다문화 학생들은 증가 중이다. 함께 배우는 융합 교육이 절실하다. 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양질의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이러한 청년정책 없이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외국인력에만 의존하다가는 외국인력에 대한 국내 인력의 배타심만 키우게 될 것이다.

대학가에도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폐쇄적인 단일민족 논리에 매몰돼 외국인을 백안시하는 태도로는 글로벌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없다.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 관습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보자.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