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컷 사진 소비율 전년 대비 271% 급증
AI 네 컷부터 CCTV 뷰까지 창의적인 네 컷 사진 등장
음란행위·안전 관리 등 새로운 문제 대두돼

▲우리대학 후문 '포토이즘'에 부착된 학우들의 사진 (사진=임재경 기자.)
▲우리대학 후문 '포토이즘'에 부착된 학우들의 사진 (사진=임재경 기자.)

우리대학 후문 무인셀프사진관에는 학우들의 사진이 벽면을 넘어 천장까지 빼곡하게 붙어 있다. 그들의 미소들로 가득 채워진 무인셀프사진관은 방과 후 친구와의 약속, 애인과의 데이트 등 청년들의 필수 경유지가 됐다. 청춘의 순간을 기록하는 청년들과 추억을 현상하는 무인셀프사진관. 무인셀프사진관이 청년세대 놀이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이유와 함께 등장한 우려의 목소리를 동대신문과 함께 알아보자.

셀프 사진 열풍, 상권을 점령하다

이달 5일, 본 기자는 대학가의 중심 서울 종로구 혜화동 거리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다양한 무인셀프사진관이 들어서 있었다. 취재 결과, 혜화동의 약 650m 정도 되는 골목 하나에 들어선 무인셀프사진관은 무려 24개였다. 무인셀프사진관이 상권을 점령한 건 혜화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9년 9,862개였던 무인셀프사진관은 2년 만에 1만 2,930개로 31.1% 증가했다. 무인셀프사진관의 개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사진관을 찾는 소비자 역시 늘었다. KB국민카드가 2019년부터 4년간 자사 회원의 신용·체크카드 오프라인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무인셀프사진관 소비율이 전년 대비 271% 급증했다. 

이처럼 무인셀프사진관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이를 운영하는 여러 사업체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무인셀프사진관의 선두 주자 격인 엘케이벤쳐스는 ‘인생네컷’ 운영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룩했다. 2020년 123억 원이던 ‘인생네컷’의 매출액은 2022년 254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세 배를 달성했다.

네 컷 사진의 인기 비결을 파헤치다

- 포토프레스 세대 저격

무인셀프사진관이 성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청년들이 ‘포토프레스(Photo+Express) 세대’라는 것을 꼽는다. ‘포토프레스 세대’란 사진을 통해 자신을 기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청년세대의 특징을 의미한다. 사진을 매개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무인셀프사진관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포토프레스 세대’의 특징은 청년들이 무인셀프사진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무인셀프사진관에 입장한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잘 나타내는 포즈를 취하고, 여러 사진 중 자신이 가장 잘 드러난 사진을 선택한다. 이어 영상부터 사진까지, 자신의 생활, 취향, 경험을 표현한 기록물을 SNS에 올림으로써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수석연구원은 “무인셀프사진관 성행의 배경에는 포토프레스 세대의 자기표현 욕구가 있다”며 네 컷 사진의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네 컷 사진은 청년들이 변화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사진에 본인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게 해 그들의 자기표현 욕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에 아날로그까지

무인셀프사진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요소를 접목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면서도, 아날로그 문화를 새롭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청년세대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무인셀프사진관의 아날로그적 요소에는 직접 만질 수 있는 실물 사진 제공과 더불어 사진을 다이어리에 보관하는 고객들의 행위까지 포함된다. 또한 무인셀프사진관의 네 컷 사진에는 작은 QR코드가 함께 출력되는데, 이 QR코드를 통해 사이트에 접속하면 촬영 과정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저장할 수 있다. 고객들은 약 5분간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추억이 현상된 실물 사진뿐만 아니라, 생생히 움직이는 현장이 담긴 디지털 기록물 또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만족도 높이는 ‘나만의 사진’

무인으로 운영되는 무인셀프사진관에서는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되며, 이는 소비자의 공간 이용에 대한 만족감을 형성시킨다.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직접 리모컨을 잡고 자세를 취하며, 촬영이 끝난 후에는 프레임, 필터, 다양한 스티커와 같은 여러 항목을 선택한다. 무인셀프사진관은 기존 사진사의 역할을 소비자가 맡아 능동적으로 사진 촬영 행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또한 무인이라는 특성상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순간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기에 소비자는 더욱 편안하게 사진관을 이용할 수 있다. 무인셀프사진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김예원(사학 22) 학우는 “사진관 안에 사람이 없어 자세를 취하는 데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며 “찍은 사진을 직접 고르고 꾸미는 과정이 있어서 사진에 대한 애착이 더욱 생겼다”고 전했다.

네 컷 사진의 성장, 새로운 패러다임 

이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청년 삶의 일부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네 컷 사진.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인생네컷’의 등장 이후, 후발주자로 네 컷 사진 산업에 뛰어든 다양한 브랜드는 프레임 디자인이나 조명, 필터 등의 차별점을 내세워 경쟁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에 자리 잡은 각기 다른 브랜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폭넓은 선택을 가능케 했다. 그중 ‘포토이즘’은 유명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 프레임을 도입해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포토이즘’은 아이돌이나 배우는 물론, 운동선수와 인기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셀럽들과의 협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연예인 프레임을 사용해 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있는 윤다민(영어영문 23) 학우는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과 사진을 찍는 기분이 들어 설레고 좋았다”며 “프레임과 어울리는 포즈를 고민하고, 사진이 인화되기를 기다리던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네 컷 사진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프라인과 SNS상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무인셀프사진관은 여러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샤넬’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샤넬 로고가 프린팅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가 설치돼 화제를 모았다. 이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게 익숙한 포토프레스 세대 청년들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포토부스 홍보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 다른 네 컷 사진 브랜드인 ‘포토그레이’는 향수 브랜드 ‘포맨트’ 홍보를 위한 팝업스토어에서 파도를 연상하는 콜라보 프레임을 출시해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모았고, 많은 방문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바 있다. 이렇듯 네 컷 사진을 이용한 마케팅은 하나의 성공 공식이 돼, 다양한 기업과 지속적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네 컷 사진 브랜드는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네이버웹툰 ‘웹툰미’ 체험 부스는 이용자가 본인이 선택한 캐릭터의 모습으로 변한 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포토부스 내부 인테리어나 카메라 앵글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형태의 무인셀프사진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이앵글, 로우앵글 구도를 활용해 개성 있는 포즈를 담아내는 포토부스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CCTV를 구현한 독특한 배경의 이색 사진관은 최근 SNS상에서 ‘색다른 포토부스’라는 게시글로 공유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포토이즘’의 연예인 프레임 선택 화면 (사진=임재경 기자.)
▲‘포토이즘’의 연예인 프레임 선택 화면 (사진=임재경 기자.)

네 컷 사진 유행이 낳은 새로운 문제

새로운 청년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네 컷 사진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무인셀프사진관은 관리인이 없다는 특성상, 방문자들이 매장 내 포토부스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나오는 모든 과정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악용한 부스 내 음란행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천막으로 가려져 외부와 차단된 부스 안에서 옷을 벗고 속옷을 노출하거나, 성행위를 연상하는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이른바 ‘노출 네 컷’이 등장한 것이다. 이를 SNS상에 업로드하는 것은 음란행위라는 의견과 더불어, 노출 네 컷이 SNS상에서 유행하면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해 이들의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무인셀프사진관의 점주들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소품의 훼손이나 도난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대부분의 무인셀프사진관은 사진을 찍을 때 활용하기 좋은 머리띠나 선글라스 등의 소품들을 구비해 소비자가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소품을 훼손하거나 사용 후 반납하지 않는 등의 책임감 없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진관의 소품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이효정(영어영문 22) 학우는 “MBTI 머리띠와 같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소품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사진관의 다양한 소품이 즐거움을 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사진을 찍으려고 소품을 고르다 보면 훼손돼 있는 것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 촬영 전 머리 정돈을 위해 구비된 헤어 기기로 인한 화재 위험 문제도 등장했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는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무인셀프사진관은 다중이용업소에 지정돼 있지 않아 소방안전시설 설치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 이는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비대면 결제 방식을 택하는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법적인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구비된 다양한 소품 (사진=원지우 기자.)
▲사진 촬영을 위해 구비된 다양한 소품 (사진=원지우 기자.)

 

가족과 친구들, 연인과 함께 포토부스에서 아날로그 사진을 남기는 것이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워진 지금. 네 컷 사진은 청춘의 순간을 다채로운 사진에 담아내는 청년들에 발맞춰 다양한 기업 및 기술과 결합하며 특별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개성 넘치는 포즈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네 컷 사진 문화를 지속하기 위한 자세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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