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평균진단연령, 4.9세 낮아져
20대, 하루 평균 8.7시간 좌식생활해
“일상 속 허리를 굽히는 자세 피해야”

▲일러스트=이하영 기자.
▲일러스트=이하영 기자.

 

일상생활 중에 목이나 허리가 뻐근했던 적이 있는가? 길을 걷거나 수업을 들을 때, 잠들기 직전까지도 우리는 시선을 떨군 채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그뿐만인가. 강의실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허리를 둥글게 만 자세로 오랜 시간을 의자에서 보낸다. 고개 숙인 채 살아가는 20대, 이들의 척추 건강은 과연 무사할까. 청년 디스크 발병 원인과 실태, 그리고 올바른 자세로 돌아가기 위한 길에 대해 알아봤다.

디스크, 청춘들의 건강 ‘적신호’

최근 청년들의 척추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척추 건강의 적신호인 ‘디스크 질환’은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라는 구조물이 어떤 원인에 의해 파열 또는 퇴행하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디스크 질환이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신체 곳곳과 연결돼 있는 척추에 발생하면 그곳과 연관된 기관까지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디스크 질환은 병세가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크게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로 구분된다.

우선 목 디스크는 목 주변 근육과 인대가 장시간 자극으로 인해 퇴행하고, 경추 사이 추간판이 손상되면서 목이나 등에 통증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뒷목이 뻐근하거나 어깨가 뭉치는 증세가 먼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후 팔과 손의 감각이나 팔다리 운동 기능의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 뇌로 가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목 디스크 환자 대다수는 두통을 호소한다.

허리 디스크의 경우 초기에 허리 부근에서 찌릿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호소하는 요통은 허리 부근에서 엉덩이나 허벅지의 뒤쪽을 따라 발등 혹은 발바닥까지도 통증이 번지는 방사통의 양상을 보인다.

청년 디스크 발병의 주범은?

디스크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필연적으로 퇴행하는 추간판에 의해 노년층의 고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추간판이 퇴행됐다고 보기 어려운 2030세대 디스크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2012~2021년 척추 질환 평균 진단 연령은 41.8세(2012년)에서 36.9세(2021년)로 낮아졌다. 또한, 20대 목 디스크 환자 수는 40,360명(2017년)에서 45,699명(2021년), 허리 디스크는 127,055명(2017년)에서 132,107명(2021년)으로 증가 추세다. 이는 청년 디스크 환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청년들이 디스크 질환 발병에 취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의료 산업 종사자들은 그 이유를 스마트폰 보급화와 함께 발생된 잘못된 자세와 습관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대학 대학원 의학과 동국대일산병원 이호준 교수는 “스마트폰을 많이 보거나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자세는 목과 허리를 많이 숙이게 하며, 이러한 동작이 반복되면 추간판 손상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청년층의 잘못된 자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아래를 응시하는 자세를 유지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대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약 3시간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장시간 이용하는 청년층의 디스크 질환 발병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목을 숙이는 동작에선 머리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c자 곡선으로 이뤄진 목뼈의 구조가 무너지면서 경추가 받는 하중이 늘어나 강한 이물감과 뻐근함을 느끼게 된다. 뉴욕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즈 K. 한스라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고개를 15°앞으로 숙일 시 경추에 가해지는 하중은 머리 무게의 약 3배인 12.2kg이며, 60°숙일 경우엔 자그마치 7~8살 아이의 평균 몸무게에 달하는 27.2kg의 하중이 가해진다. 이처럼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3시간 이상 유지되면 근육에 부담을 더해 디스크 발병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추의 변형을 가속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목’, ‘일자목’ 증상이 나타난다. 

디스크의 또 다른 발병 요인은 장시간 좌식 생활에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학업을 위해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다. 직장인이 돼서도 바쁜 업무 탓에 컴퓨터 앞에서 오랫동안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국민건강통계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7.5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그중 19~29세 청년들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8.7시간으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처럼 장시간 앉아서 보내는 생활은 허리에 부담을 누적시키기에 청년들을 디스크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 교수는 “허리를 오랜 시간 숙이고 앉아 있는 경우, 요추에 부담이 가 추간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다리를 한쪽으로 꼬거나, 의자에 과하게 기대는 경우에 척추의 곡선이 무너져 골격의 변형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결국, 올바르지 않은 자세가 퇴행이 발생할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등을 굽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디스크로부터 균형을 지켜라 

디스크 질환은 조기 진단을 통해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하고 관리한다면 통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디스크 질환 초반의 신호들은 일상적인 통증으로 과소평가돼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스크 질환의 증세로 목, 허리 등 척추 부근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통증만을 생각하기 쉬워 다른 병증을 간과하는 경우도 있다. 디스크 질환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인 ‘하지 방사통’은 통증의 근원지인 척추가 아니라 허벅지나 엉덩이 등 다른 하체 부위에서 통증과 이상 감각이 감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 방사통은 일반적으로 척추에서 탈출한 디스크가 하지로 뻗어 나가는 신경 경로를 압박해 발생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병인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디스크 질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 검진과 예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디스크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선, 몸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습관과 자세가 올바른지 확인하고,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평상시에 앉는 자세는 허리와 엉치 부분이 의자 등받이 부분에 닿을 수 있도록 상체를 세워 9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거나 독서를 할 때, 고개를 숙여 경추 부근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기기를 눈높이에 맞춰 놓거나 독서대를 사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어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디스크에 무리가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건을 들어올릴 때에는 무릎을 굽혀 몸을 쭈그려 앉았다가 허리와 상체를 세우고 무릎을 서서히 펴면서 하체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 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목, 허리를 숙여서 하는 동작이 많으므로 척추를 중립 위치로 유지시킬 수 있는 교정이 필요하다”며 “모든 자세에서 허리를 먼저 펴고, 다음으로 가슴과 목을 편다는 느낌으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코어 근육의 강화가 중요하므로 코어 운동도 적극 권장한다고 전했다.

인간의 골격 중심을 지탱하는 척추는 우리 몸의 든든한 지주다. 이러한 척추가 망가지게 된다면 온몸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 즉 척추 건강은 균형 있는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삶의 균형과 몸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나중이 아닌 지금 이 순간부터 올바른 자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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