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동국대학교 문화재학과 조교수
▲이병호 동국대학교 문화재학과 조교수

학생들과 이야기하다가 왜 백제나 신라의 기와에 표현된 연꽃무늬는 실생활에서 접하는 연꽃과 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와지붕을 장식하는 건축 재료 중에 연꽃무늬로 장식한 수막새라는 것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여간 반갑지 않았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을 기와지붕의 장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형태의 연꽃무늬가 탄생하게 되었음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또 고구려 기와의 연꽃무늬는 활짝 핀 모양이 아니라 꽃봉오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장식돼 있고, 백제나 신라는 보통 활짝 핀 연꽃잎과 씨방에 연꽃씨를 표현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귀띔해 주었다.

연화문(蓮華文)은 말 그대로 연꽃이 핀 꽃 모양을 디자인한 무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와뿐 아니라 철기나 청동기, 도자기 등 다양한 물건을 꾸미는 데 사용되었고, 보통은 활짝 핀 연꽃을 표현하지만 꽃봉오리나 잎사귀, 줄기 등을 함께 도안화하는 경우도 있다. 연화문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인도 등 고대 문명권을 중심으로 신화적 상징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연꽃은 해가 동쪽에서 뜨면 꽃이 피고, 해가 서쪽으로 지면 꽃잎을 오므리는 특성이 있어 태양과 재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불교에서 연꽃은 어머니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나 인간이 서방정토에서 다시 태어날 때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연화화생(蓮華化生)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 불교를 상징하는 식물무늬로 널리 활용되었다. 진흙 속에서 피지만 아름다우면서도 고결한 풍모를 간직한 연꽃은 세속을 초월한 부처님의 높은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연화무늬가 사용된 것은 불교 전래와 관련이 깊다. 불상의 광배나 받침, 고분벽화 등에 표현된 연꽃무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에 기와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기와나 벽돌에 갖가지 연꽃을 장식하여 이를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불교와 함께 들어온 새로운 건축 기술과 문화가 한반도 안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을 다양하게 재해석하여 100가지 무늬로 만들어진 절집의 기와는 연화백상(蓮華百相)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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