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음반 구매자 중 11.7%만이 음악 감상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시키는 음원 스트리밍

케이팝포플래닛, “친환경 케이팝 산업에 관심 필요”

지금은 케이팝 시대. BTS에 이어 NewJeans, IVE 등 4세대 아이돌의 노래도 줄줄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해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제 케이팝은 국경을 허물고 언어를 초월해 즐거움을 널리 전달하는 세계적인 문화가 됐다. 한편, 이러한 케이팝의 열기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친환경과 케이팝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음악이라는 사업으로, ‘케이팝 아이돌’

많은 사랑을 받는 우상을 뜻하는 단어인 ‘Idol’에서 유래된 ‘아이돌’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1020 세대가 좋아하는 스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아이돌은 기획사의 경영 전략에 의해 기획, 제작되기에 스타 등극 실패의 위험을 줄인 그룹형 아이돌이 주를 이룬다. 그룹형 아이돌은 대중에게 반응을 얻을 스타가 배출될 확률이 높고, 예상치 못한 논란에 대비하기 좋기 때문이다. 예시로 걸그룹 IVE의 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IVE 데뷔에 힘입어 1,4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매출액은 2021년 매출액인 760억 원의 약 2배에 가까운 성적이다. 즉, 기획사는 그룹형 아이돌을 중심으로 상업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 업계의 성장 배경에는 팬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팬덤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음반 구매와 스트리밍, 투표에 집중한다. 그뿐 아니라 SNS 댓글 관리, 아이돌의 이름으로 하는 기부, 라디오 노래 신청과 같은 홍보 활동 등 비경제적 활동에도 참여한다. 팬덤은 음악 기획사의 계획대로, 케이팝 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이 돼 가고 있다.

적극적 소비자, 아이돌 팬덤

팬덤이 아이돌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향유하는 공동체 의식과 정체성에 있다. 팬덤은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결집해 하나의 집단 의식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다. 이러한 의식은 적극적인 팬덤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 아이돌 산업과 맞물려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Streaming)을 한다는 의미의 ‘스밍’, 팬들이 제작한 비공식 굿즈를 칭하는 ‘비공굿’, 전문가용 카메라로 아이돌의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을 이르는 ‘홈마스터’ 등의 용어는 팬 중심의 아이돌 산업을 잘 보여 준다. 아이돌의 성적을 위해 같은 곡이 담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도 팬덤 문화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다. 앨범 판매 수는 성장세의 지표가 되고, 다른 아이돌의 앨범 실적과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에 팬덤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게 된다.

아이돌을 좋아한 경험이 있는 김미소(사회 23) 학우는 “음반을 여러 장 사거나 스트리밍을 돌리는 등의 팬덤 활동을 해 봤다”며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누구보다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간혹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면 너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만, 내 열정과 사랑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속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팬덤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명동 MusicKorea에 진열된 보이그룹 Stray Kids의 앨범 사진이다 (사진촬영=권구봉 수습기자.)
▲명동 MusicKorea에 진열된 보이그룹 Stray Kids의 앨범 사진이다 (사진촬영=권구봉 수습기자.)

무대 뒤 쌓여 가는 음반 폐기물

팬덤 내 개인의 경험과는 별개로, 케이팝 산업 속 팬덤은 기획사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 앨범 판매량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획사는 한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구성해 팬덤을 포함한 소비자가 더 많은 앨범을 구매하도록 한다. 또한 앨범 속 구성품 중 랜덤으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의 종류를 늘리고 행사 응모권 같은 부가 상품을 포함한 형태로 판매한다. 그중 팬 사인회는 유명한 ‘앨범 판매용 마케팅’이다. 팬 사인회는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행사 참여의 기회가 커진다. 팬덤에게 팬 사인회가 주는 팬과 가수의 만남이라는 의미는 그 자체로 가격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 앨범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

과소비를 유도하는 기획사 마케팅에 따라 실물 음반 시장은 해마다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음원차트인 써클차트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위 400권 실물 음반 판매량은 8천만 장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판매량보다 약 190만 장 증가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경신한 수치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공한 ‘2022 음악 산업백서’를 살펴보면 작년 한 해 실물 음반으로 음악을 감상한 사람의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는 실물 음반 시장의 화력에 비해 실제로 실물 음반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잉 생산·판매가 반복되는 케이팝 음반 시장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심화시킨다. 음반 구성품은 대체로 재활용 가능성이 낮은 소재로 만들어지며, 음반이 폐기될 경우 이를 처리하는 과정 또한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물 음반의 주 내용물인 CD, 블루레이 등의 디스크는 폴리카보네이트(Poly Carbonate) 재질의 플라스틱에 화학 처리를 거쳐 제작된다. 이와 같은 혼합 플라스틱이 단일 플라스틱으로 분리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현재로선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폐기된 디스크는 매립·소각을 통해 처리되는데, 이때 환경호르몬을 일으키는 가소제가 가열되면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외에도 앨범 및 굿즈 제품을 포장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염색 용지 △코팅 용지 △UV인쇄지 또한 재활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도한 스트리밍에 달아오른 지구

팬덤이 과도한 소비 활동을 보이는 것은 음원도 마찬가지다. 기후 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실시한 ‘케이팝 음악 스트리밍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컴백 시기에 해당 아티스트의 음원을 하루 5시간 이상 스트리밍한다고 답했다. 다른 음악 소비자들의 하루 평균 스트리밍 시간이 2시간 17분이라는 것에 비하면 높은 시간이다. 

이처럼 팬덤이 과도하게 아티스트의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이유는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가 매해 진행되는 음원 시상식과 음악 방송의 수상 성적 기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음원 차트의 순위가 높을수록 음원 차트 상단에 위치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효과는 덤이다. 끊임없이 스트리밍을 한다는 의미의 ‘숨스(숨 쉬듯 스트리밍)’, ‘무음스밍(무음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들은 팬덤 내 과열된 스트리밍 현상을 잘 반영한다.

그렇다면 과도한 스트리밍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스트리밍의 원리는 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음악 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 장치인 라우터로 전송하면, 라우터가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보내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때 데이터 센터부터 라우터, 와이파이까지 수많은 데이터 시설과 서버를 작동시키기 위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탄소와 온실가스가 간접적으로 배출된다. 환경부 데이터에 따르면 1시간 동안의 음악 스트리밍은 온실가스 55g을 배출한다. 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2.5개 사용할 때와 비슷한 양이다. 음원 스트리밍은 음반 폐기물 문제를 줄여 환경에 무해할 것 같지만,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위한 움직임

환경 문제를 인식한 글로벌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포플래닛’이라는 기후행동 플랫폼을 결성해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해 온 캠페인 ‘멜론은 탄소맛’이 있다. 해당 캠페인은 음악 산업계의 친환경적인 변화를 취지로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 선언 △자사 서비스에 사용하는 에너지원 공개 등을 요구했다. 또한 케이팝포플래닛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 참여를 기대하며,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실물 앨범 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팬덤의 목소리에 응답하듯 기획사들도 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용지, 콩기름 잉크, 자외선(UV) 코팅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앨범을 발매했다. 또한 하이브엔터테인먼트는 앨범 및 공식 상품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BTS 제이홉의 앨범을 비롯한 17개의 앨범을 디지털 코드 형태인 ‘위버스 앨범’으로도 출시하는 등 친환경적인 노력을 보였다.

박진희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끓는 지구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케이팝 팬덤은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가기 위해 ‘친환경 케이팝’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케이팝 산업은 팬들이 없으면 존재하기 않기에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친환경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세계인을 포용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케이팝. 눈부신 무대 뒤로 쌓여 가는 음반 폐기물이나 탄소 배출 문제는 케이팝의 열기에 가려져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케이팝 업계가 앞장서고 팬덤이 뭉쳐 환경 책임에 동참한다면 지구를 지키는 선한 영향력은 전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케이팝 열풍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 움직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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