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우 기자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어렵다. 초등학교 2학년 달리기 경주 날, 발이 느린 나는 첫발을 내딛지 못하고 아픈 척 경주를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독서실 책상에 앉아 영어 모의고사를 풀기 전, 문제가 읽히지 않을까 무서워 시작된 스톱워치를 여러 번 리셋한 경험도 있다. 나는 늘 ‘처음’이 두려웠다.

처음을 두려워하던 나는 동시에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남들보다 1년 늦게 입학해 ‘성취’에 조바심을 내던 시기, 하루라도 빨리 수능특강 속 피상적인 정보들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세계로 도달하고 싶었다. 이런 갈증을 학보사에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성취욕구 사이의 고민 끝에 동대신문 지원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수습기자가 되었다. 그러나 나의 이상과는 달리 수습기자 생활은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에 가까웠다. 처음 짧은 보도기사를 작성하게 된 날, 반절이 안 되는 A4 용지 속 선배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손가락만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두려움으로 기사쓰기를 시작하지 못해 4일간 골머리를 앓았던 적도 있었다. 잘해내고자 했던 열망이 컸기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동대신문은 위축돼 있던 나를 끊임없이 일으켜 세웠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문장 여러개를 써보면 된다”와 같은 선배들의 조언과 피드백은 글을 한층 신문기사답게 만들었다. 동기들과 함께한다는 소속감은 기사 작성의 원동력이 되었다. 누군가 내 이름이 실린 기사를 찍어 전송할 때면, 형언하기 어려운 희열감이 느껴졌다. 

내가 첫 걸음을 내딛기 두려워했던 이유. 이 모든 것은 잘해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첫 발을 내딛은 순간 필연적으로 ‘나’를 제대로 대면해야 하므로, 초라함을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러나 마주한 나의 모습이 초라했을지언정 나는 결코 그 모습에 머무르지만은 않았다. 

스물하나, 동대신문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발을 내딛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것. 뛰어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는 것. 첫 발이 보잘 것 없을지언정 ‘시작’하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탈수습기를 쓰고 있는 현재, 내 이름이 실린 지면신문을 몇 번이고 읽어본 기억을 회상한다. 수습으로서의 마지막 발자국을 이곳에 남기며, 두려움없이 정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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