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예정생들, 지도교수 문제 제기
결국 금년도 졸업심사 취소돼
예대 학사운영실, 사실관계 파악 중

▲학내 게시판에 붙은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의 대자보 (사진=동대신문.)
▲학내 게시판에 붙은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의 대자보 (사진=동대신문.)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의 성명문이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오면서 학생 사회가 떠들썩했다. 성명문에는 특정 서양화전공 지도교수에 대한 폭로와 해당 교수의 모든 권한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양화전공 졸업 예정생들은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각각의 성명문을 에브리타임에 게시했다. 이는 교내 게시판에 대자보로도 부착됐다. 성명문의 전반적인 내용은 서양화전공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졸업에 불이익을 주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현 졸업 요건의 결점과 4학년 학생들을 향한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 ▲특정 강의 수강 강요 및 졸업 요건 변경 ▲현행 졸업 요건의 결점 등이다.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는 올해 ‘회화5’ 강의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학생들이 작품을 과제물로 제출하면 이를 심사위원이 평가하고, 그 점수가 강의 성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성명문에 따르면 문제점은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의 심사 기준 및 점수 적용에서 나타났다. 당초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는 ‘회화5’ 강의 내 평가방식이었다. ‘회화5’ 강의의 성적 산출 방식은 출석 40%, 과제(포트폴리오 평가) 60%이며, 그밖에 총점수가 50점 미만 혹은 포트폴리오 미제출 시 낙제점을 받게 된다고 강의계획서에 고지됐다.

해당 포트폴리오 심사 기준의 모호함도 문제로 제기됐다. 포트폴리오 제도는 심사위원이 매긴 각각의 점수를 합산해 평가된다. 포트폴리오 제도에서 작품들은 명확한 평가 요소 없이 상, 중, 하로만 점수가 매겨졌다. 과제물에 대한 세부 성적 고지도 없어 학생들은 이를 “기준 모호한 심사”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심사는 ‘회화5’뿐만 아니라 이전에 언급된 적 없던 ‘현대회화연구1’ 강의 성적 산출에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성명문에서 “‘회화5’와 ‘현대회화연구1’을 포트폴리오 심사 결과를 통해 함께 묶어 성적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현대회화연구1’의 강의 계획서 내 15주차에 ‘[6/10(토)] 종합 평가 및 포트폴리오 리뷰’가 적혀져 있는 것은 확인된다. 다만 동일한 계획서상, 이 강의에 성적은 출석 20%,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20%, 과제 20%, 태도 20%를 반영해 산출되며 이때 과제는 ‘전시관람 보고서 제출’이다. 

포트폴리오 점수가 모호한 기준을 통해 산출되자, 학생들은 지도교수에게 포트폴리오 세부 성적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나 지도교수는 “세부 평가 기준을 명시할 수 없으며 심사 점수는 정정이 불가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문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심사 제도 때문에 F학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이 학생은 출석과 이수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도 낮은 포트폴리오 점수로 인해 F학점을 받았다. 이후 이 학생은 졸업 심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도교수에게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2주 안에 500호 분량의 작업물을 새로 제작하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다.

특정 강의 수강 강요 및 졸업 요건 변경

이들은 지도교수가 특정 강의 수강을 강요하며 졸업 요건까지 변경했다고도 주장했다. 성명문에 따르면 서양화전공 졸업예정생들은 지난달 24일, 조교로부터 졸업전시 기준 변경에 관한 통보를 단체 채팅방을 통해 받았다. 변경 내용은 기존 졸업전시 기준에 ‘혼합매체’ 수업에서의 설치 작업 1점 이상이 추가된다는 것이었다. 졸업예정생들에게 공지된 기존 졸업전시 기준은 ‘최소 100호, 5점 이상’이었다. 또한 공지에는 ‘혼합매체2’ 강의 수강에 대한 권유와 수강 시 가산 요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포함됐다. ‘혼합매체2’ 강의를 수강하지 않더라도 관련 작업물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공지 당시, ‘혼합매체2’ 강의는 수강인원 부족으로 폐강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은 갑작스런 졸업 요건 변경에 항의했다. 이에 해당 공지의 내용은 수정돼 조교를 통해 다시 전달됐다. 재공지에는 ‘혼합매체2’ 강의 수강은 필수는 아니나, 이수를 권장한다는 내용과 함께 ‘혼합매체2’의 ‘12월 워크샵’ 불참 시 졸업심사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새로 언급된 ‘12월 워크샵’은 이전에 설명된 적 없어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자, 결국 ‘혼합매체2’ 강의 수강유무와 워크샵 참여는 졸업 작품 심사와는 무관하다는 내용이 추후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현행 졸업 요건의 결점

뿐만 아니라 서양화전공 졸업 기준이 학업 이수 가이드를 비롯해 어떤 자료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은 올해 졸업작품전시회 졸업 심사 기준이 모두 구두 및 유선상으로만 전해졌다고 강조했다. 우리대학 교육과정안내서(course catalog) 예술대학 졸업 기준에 따르면 미술학부 졸업예정생들은 4-2학기에 졸업 논문 제출 및 시험 응시 대신 졸업작품전시회에 참가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올해 서양화전공의 졸업작품전시회 졸업 심사 기준은 △평면 캔버스 기준 100호 이상 △영상 15분 이상 △설치 혹은 입체 1*1*1m 이상 △논문 혹은 저서 200페이지 이상 중 총 5개 이상의 작업물 제출이다. 그러나 졸업작품전시회를 위한 졸업 심사 기준은 학업이수가이드를 비롯한 자료 등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서양화전공 4학년 졸업예정생들은 “졸업 심사에 통과되기 위해선 500호 그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는 해당 지도교수의 발언을 통해 졸업 심사 기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학생들은 다수의 미술학부 내 교수진 회의를 거친 정확하고 합당한 졸업 요건 명시를 요구했다.

이에 더해 해당 서양화전공 졸업 이수 기준이 우리대학 한국화전공 및 타 대학 미술학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음을 밝혔다. 성명문에 적힌 타 학과·타 대학 졸업 기준에 따르면, 우리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300호, 경희대학교 회화전공 200호,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200호다. 학생들은 성명문을 통해 “현재 서양화전공 졸업 이수 기준은 예술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그저 크기와 숫자에만 집중하며 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수의 민원 답변서

논란 내용은 총장실 및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한 지도교수의 입장은 해당 민원 답변서에서 확인된다. 총장실로 제기된 민원의 답변서에는 “폐강위기에 빠진 ‘혼합매체2 강좌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4학년 학생들이 졸업준비에 불안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덧붙여 ‘혼합매체2’는 자율 수강이며, 그 수강 여부와 워크샵 참여 여부가 졸업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또한 국민신문고 접수 민원에 대한 지도교수의 답변서에는 “4학년 전공강좌 교원의 교·강사회의(09.06.)를 거쳐 예정돼 있던 서양화전공의 1·2차 졸업심사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적혀 있다. 이와 함께 4학년 학생들은 모두 심사에 통과해 졸업작품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서양화전공 졸업예정생들은 모두 졸업 심사에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대학 학사운영실의 대응

예술대학 학사운영실은 현재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이 작성한 성명문을 확인했고, 대표학생과 면담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대학 학사운영실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성명문에 적힌 문제들의 사실관계가 전부 확인되면, 해당 교수와 면담을 나누고 관련 사안들을 상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사실 관계가 확인된 부분 중 즉시 시정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조치가 취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 심사가 3주 남은 시점에서 갑작스레 졸업 요건을 변경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에 예술대학 학장이 해당 교수에게 직접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예술대학 학사운영실은 지난주 예술대학 교수 전체에게 ‘전공필수과목제 폐지로 특정 교과목 미이수로 인한 졸업 불가는 부당하다’는 메일을 전달했다. 서양화전공 졸업기준 요건에 대해선, 서양화전공 교수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낮출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술대학 학사운영실 관계자는 서양화전공 4학년 학생들에게 공지된 ‘금년도 졸업심사 미진행’에 대해 “행정적 측면에서 졸업 심사를 없애는 것은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사운영실은 “계속해서 학생들과 면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졸업 요건 기준 완화는 향후 계획을 통해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호: 캔버스의 크기 단위로 100호는 130.3 x 162.2cm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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