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날리는 자극적 음식에 빠진 청년들
코르티솔·엔도르핀, 맵고 단 맛으로 유혹해
보건복지부·지자체, 식습관 관리 사업 진행

청년들의 ‘소울푸드’가 된 마라탕.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라탕 가게 안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어 달콤한 향이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탕후루 가게 앞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부터 유행해온 매운 떡볶이, 불닭 맛 라면, 마카롱에 이어 오늘날 마라탕과 탕후루와 같이 자극적인 음식은 청년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단짠단짠’의 굴레에 빠진 그들의 식습관,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리대학 대상 식습관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이하영 기자.)
▲우리대학 대상 식습관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이하영 기자.)

“자극적인 음식, 나쁜 거 알고도 먹어요”

청년들 사이에서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가진 20대가 증가했다. 동대신문이 우리대학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8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가 불규칙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십니까?’ 항목에 ‘가끔 불규칙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82%, ‘식사를 잘 안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10%였다. 무려 10명 중 9명이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것이다. 이어 음식의 섭취 빈도를 묻는 항목에는 매운 음식 52%, 단 음식은 34%의 응답자가 ‘주 2~3일’ 섭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튀김 및 육류 등 기름이 많은 음식의 경우에는 ‘주 4~5일’ 먹는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채소류, 해조류 등으로 만든 반찬을 얼마나 드십니까?’ 항목에 28%의 응답자가 ‘거의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일주일에 운동을 얼마나 하십니까?’ 항목에는 ‘주 0회’에 답한 응답자가 56%로 집계됐다. 이들은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즐기는 데 비해 채소 섭취나 운동량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라(미컴 22) 학우는 “자극적인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고도 자주 먹는 편”이라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SNS에 올라오는 마라탕, 탕후루 인증사진을 보며 확실히 20대의 식습관이 좋지 못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코르티솔’과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일러스트=손예람 기자.)
▲‘코르티솔’과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일러스트=손예람 기자.)

자극적인 맛을 찾게 하는 코르티솔과 엔도르핀

청년들이 자극적인 맛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상 속 청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청년들은 이를 빠르게 해소할 방법을 찾는다. 멕시코 콜리마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자극적인 맛은 뇌의 수용체를 활성화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청년들이 단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도록 유도한다. 또한 매운 음식은 쾌감 호르몬이라 불리는 ‘엔도르핀’ 분비를 활성화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호르몬을 따라 맵고 단 음식들을 섭취하다 보면 자극적인 음식에 중독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배달문화의 발달로 음식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 증가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찾도록 만들었다. 청년들은 매콤한 곱창이나 감자탕, 간장게장 등 먹기 힘들었던 음식을 1시간 이내로 받게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됐다.

청년들이 맵고 단 맛에 매료된 또 다른 이유는 미디어 속 자극적인 음식의 반복된 등장이다. 더 맵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신제품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SNS에서 유행하는 ‘매운맛 먹방’도 자극적인 음식 유행에 한몫했다. 2021년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전남대 식품영양학부 정복미 교수팀은 SNS가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식욕을 불러일으켜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디어 속 시각적인 자극이 맵고 단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통풍이 발생하는 과정 (일러스트=손예람 기자.)
▲통풍이 발생하는 과정 (일러스트=손예람 기자.)

20대의 식습관이 부른 질병, 통풍

청년 식습관의 악화는 건강에 위험을 불러왔다. 맵고 단 음식은 몸속에서 소화될 때 통풍을 일으키는 성분을 만들어 낸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을 가진 통풍은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대사성 관절질환이다. 통풍은 요산이 관절에 쌓여서 발병하는데, 이때 요산은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을 과다 섭취했을 때 생성된다. 즉 퓨린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통풍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평소 즐겨 먹는 맵고 단 음식에는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식습관은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퓨린이 포함된 대표적인 음식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 기름진 육류나 곱창, 순대와 같은 내장 요리가 있다. 또한 술, 음료,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가공식품 속 액상과당 역시 퓨린 함량이 높다. 퓨린 함유량이 높은 곱창과 술을 동시에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는다면 요산 농도는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청년들의 식문화로 자리 잡은 고칼로리 음식과 액상과당 함유 식품이 통풍 발생 가능성을 증폭시킨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경수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통증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염증이 심해서 관절에 열이 나고, 어딘가에 살짝만 스쳐도 고통이 강하다”며 “급성 통풍이 발병하면 대부분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제대로 걷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남성 통풍 환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879명으로 2018년(573명) 대비 53%p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남성 통풍 환자 증가율이 32%p, 40대는 37%p, 50대는 4.9%p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큰 증가 폭이다. 인구 10만 명당 20대 여성 통풍 환자 또한 2018년(41명) 대비 지난해(55명) 34%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60대 이상 여성 환자는 5~7% 감소했고, 30대 환자는 20%p 증가한 것에 비해 20대 여성 환자가 유독 증가한 수치다.

식탁 위의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

통풍의 위험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균형 잡힌 식습관’이 필요하다. 균형을 위해 채소의 섭취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박 교수는 “비타민C 등 요산 수치를 낮추는 핵심 성분이 많이 함유된 시금치와 브로콜리 같은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란 경희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고 적절한 운동과 수분 섭취를 하며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통풍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굶거나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요산치가 증가해 통풍이 악화될 수 있다”며 규칙적 식사를 강조했다.

청년 건강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12월까지 ‘청년 신체 건강 증진 서비스’ 사업을 진행한다. 신청 대상은 만 19세에서 34세 중 정상 체질량 지수(18.5 ~24.9kg/㎡)를 벗어난 과체중 또는 저체중인 청년이며, 주민등록상 거주지의 행정복지센터 방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 신청자는 전문가에게 개인 맞춤형 운동을 처방받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 또한 해당 사업은 식단 관리 및 영양 지도 등 청년 식습관 개선 활동도 진행한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1인 가구가 모여 취사 및 식사를 함께하는 활동인 ‘소셜 다이닝’을 20개 자치구로 운영 중이다. 청년의 건강한 식생활을 목표로 한 해당 프로그램은 균형 잡힌 식단을 직접 요리해보는 활동을 제공한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이 대상인 식습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건강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정교하고 튼튼하게 쌓아가는 하나의 건물과 같다. 자극적 음식의 반복 섭취는 잘 쌓아 올린 건물도 한 번에 무너뜨리기 쉽다. 단단한 건물을 쌓기 위해서는 우선 토대를 고르게 다져야 한다. 식습관 관리는 그 바닥을 고르게 다듬는 과정이다.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사소한 습관부터 고쳐나가다 보면 어느새 단단해진 우리의 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