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恨(한) 끈기 있게 표현한 한마당

  연극 ‘아리랑’은 1920년대의 일제 압박 속에 나운규가 만든 민족영화 ‘아리랑’을 각색, 극단 ‘아리랑’이 창단 기념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이 연극은 광대 김불출과 배우 지망생 박달재가 옛날 연극인 아리랑의 연습과정 중에 제기되는 의문과 답변의 연속적인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극배우 지망생인 박달재는 연습 중에 극중 인물 영진의 부친과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이 흡사한 점 등에 이끌리어 연극에 흡수된다. 광대 김불출은 부인의 죽음과 일제압박으로 인해 정절을 잃고 숨진 영진의 애인 지숙과의 유사점을 돌이키며 그 슬픔을 참다운 예술로 승화시킨다.
  연습을 마친 두 광대는 이웃의 불행을 외면한 예술은 순수라는 가면을 쓴 것임을 깨닫고, 불행한 세태를 비판할 수 있는 용감한 광대가 되고자 결심한다.
  연극 속에 다뤄지는 또 하나의 연극, ‘아리랑’은 ‘고양이가 개를 잡아먹는다’라는 독립 쟁취의 상징적 주제를 시종일관 다루고 있는데, 주제음악으로 다뤄지는 우리의 전통민요 ‘아리랑’ 또한 민중의 한을 애절하며 끈기 있게 표현해 주어 관객과 배우 간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해 주고 있다.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미치광이가 된 최영진을 통해 민족적 의식을 그린 ‘아리랑’연극과 그 연극을 연습 중에 시대적 고뇌를 그려내고자 노력하는 두 광대와의 이중적 구조 속에서 관객은 일제시대와 현실을 왕래하며 연극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압박받는 민중적 삶의 표현이었던 ‘아리랑’연극을 60년이 지나간 지금에 다시 공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게는 광대의 이야기를, 크게는 민중의 이야기를 다룬 ‘아리랑’은 연출자의 말대로 시대의 아픔을 통시적 아픔으로 승화시키는 광대의 고달픈 발돋움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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