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넘어선 나무… 이제 뿌리내릴 때

  복잡한 종로 네거리에 서서 커다랗게 웃어 제치고 싶다.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정처 없이 가도 좋을 것만 같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정돈된 질서속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질 수도 있으며 理性(이성)이 자기 스스로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만 가지의 의식이 무겁게 어깨위를 짓눌렀어도 서둘지 않는 영원한 시 귀절들처럼 펼쳐졌던, 선생님들께서 부어 놓으신 진실을 마시며 꺼지지 않는 님의 빛을 달고 예닐곱의 신화를 만들어왔던 그 연연한 바이올렛빛 계절들을 간직한 채 이제는 키를 넘어선 나무.
  나는 걷는다. 무한한 신비의 세계로 끊임없이 교차되어간 강의실 닳은 의자에 앉아서, 파란 잔디 위에서 손을 맞잡고 하얗게 웃으며 한발 더 깊고 넓은 진리 탐구의 길로, 탐구의 길로.
  대학인의 矜持(긍지)를 갖고자 한다. 眞理(진리)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세우기위한 자아를 찾기 위한 터전을 닦기 위해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래, 이제부터다.
  난 이제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싶다. 진리의 기반위에서 그리고 공헌하고 싶다. 난 나로서 완성되어지고 싶은 게다. 그리고 발견 되어 지고 싶다.
  난 이제 東岳人(동악인)인 것이다. 높고도 아주 낮은 곳에서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스스로를 있게 하신 그 거대한 부처님의 그윽한 숨결, 영원무궁하신 당신속으로 이끌려들어와 다시금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하늘이 너무나 파랗다.
  캠퍼스를 속속 둘러보며 비바람에도 끄덕없다는 꿋꿋한 남산의 푸른 소나무, 그리고 분수와 단결과 용맹의 짐승이라는 동악의 코끼리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동악인이 되었음에 가슴 가득히 환희의 물결이, 자랑스럽다.
  신록들이 아픔의 관점들을 꺾은 후 첫 여름의 싱그러움이 녹음과 함께 살풋이 다가오면 그리고 파란 잔디가 황금의 물결로 출렁이면 온 땅에 눈이라도 내려 주는… 그런 날들이 무수히 흩어져 가면 난 성숙해진 자태로 발자국 속으로 사라진 그 서슴없는 세월들을 털어 버릴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만 곱게 모든 아픔들을 키워 나가고 싶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봄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다.
  십리를 가는 첫걸음과 천리를 가는 첫걸음을 항시같이 하여 걷고 싶다. 내일을 향한 뜨거운 입김으로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표현되어지지 않는 간곡하고 절실한 삶을 살아 나가고 싶다. 동악인이므로 동악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 여기서 뛰어 놀고, 편안한 잠을 자고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여러 사람이 주시하고 있는 무대에 서서 내 숨은 일면을 보여 주고도 싶다.
  오늘 같은 날은 조금 취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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