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김진기 동문 인터뷰

 

‘여성 문학의 대표적 작가 박완서,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를 자랑하는 파울로 코엘료, 칼의 노래 저자로 유명한 김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활발한 문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물들과 같이 나이는 불문(不問)이라는 것을 증명해준 김진기 동문(국문 64졸).

 김진기 동문은 74세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최고령 당선자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당선소감으로 "지금껏 마음속 문학에 대한 애착(愛着)을 잊지 않았던 것이 당선까지 이끌어줬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진기 동문은 3년 전부터 문학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대학 국문과를 졸업한지 40년이 훌쩍 지난 후에 문학에 대한 꿈을 펼친 셈이다.

그는 "힘으로 하는 일이었다면 도전하지 못했겠지만, 시를 쓰는 것은 힘이 아닌 경험과 두뇌로 하는 것이기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며 도전계기를 밝혔다. 또한 김진기 동문은 "많은 것을 경험해야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재학시절 동기들과 명동, 종로 등 학교주변의 음악 감상실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시를 쓰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김진기 동문에게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안겨준 시는 바로 '차우차우'다. 김진기 동문은 칠현산 칠장사에서 우연히 사자와 곰을 합쳐놓은 듯이 생긴 차우차우를 보고 시상(詩想)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칠장사에 왜 이 개가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상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약자의 비애'를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서정적 울림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김진기 동문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는 문학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시를 쓰려면 더더욱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는 시를 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투혼(鬪魂)'을 꼽았다.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라며 단어 하나에도 혼신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차우차우'를 쓰기 위해 칠장산에 네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일흔넷이라는 나이에도 문학에 대한 꿈과 애착을 버리지 않고 열정을 불태운 김진기 동문. 그는 앞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이 드러난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정점(頂點)은 없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살아있는 한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을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마음속의 열정을 간직한 채 도전한 김진기 동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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