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작별

등장인물
김양수(여, 삼십대 후반)
신성록 (남, 삼십대 후반)


무대

겨울, 병실 안.

양쪽 가장자리에 침대가 놓여 있다. 침대와 맞닿아있는 왼쪽 벽 상위에는 밖이 보이는 창문이 나 있으며, 오른쪽 상위에는 텔레비전, 하단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위에 올려져있는 주전자와 꽃이 든 꽃병, 음료수 책등이 보인다.

텅 빈 병실 안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텔레비전을 등지고 열려져 있는 창가에 선 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성록의 모습이 보인다. 환자복 차림이다. 중간중간 기침을 콜록대면서도 들고 있는 담배를 참 맛있게도 피운다. 곧 병실 문이 열리고 양수가 들어온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성록의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양수.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 성록 또한 들고 있던 담배를 미처 끄지도 못한 채 놀란 얼굴로 양수를 바라본다. 잠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그러다 성록의 기침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해지자 양수가 놀라서 다가간다. 담배를 끄고 침대에 엎드리는 성록. 양수, 성록을 제대로 부축하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옆에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건넨다. 성록, 물을 마시고 조금씩 진정이 된다.


양수 : (창문쪽으로 가며, 조심스레) 닫을까?

성록 : (고개를 젓는다)

양수 : 바람이 차.

성록 : 냄새 빼려구.

양수 : ......

성록 : 담배 냄새말야.

양수 : 괜찮은데.

성록 : 내가 혼나. (조금 웃고) 간호사들 코가 개코거든.



양수, 성록에게 다가가 이불이라도 덮어주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양수. 성록이 옆에 있는 의자를 꺼내 주려 하자 스스로 꺼내어 자리에 앉는다.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성록이 입을 연다. 

 

성록  : (미안한듯) 오랜만이다.

양수 : 안 놀랐나보네. 많이 놀랄 줄 알았는데.

성록 : (양수에게) 더 놀랐겠는데.

양수 : (미소)

성록 : (보다가) 밤중에 올 줄은 몰라서.

양수 : (나즈막히) 내가 올 줄 알았어?

성록 : 응. (하다가 웃고) 사실은 올까, 안 올까 그랬다. 니가 그랬었잖냐. 죽을 때까지 보지 말자고. (농담처럼) 내가 죽을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럼 한번쯤은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랬지.

양수 : 실은 얼마 전에 한번 왔었어. 얘기 못 들었어?

성록 : 그런 말 없었는데.

양수 : 자고 있더라고. 둘이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좀 했지.

성록 : 깨우지 그랬어.

양수 : 약 먹고 잔다는 사람을 어떻게 깨워. 것도 잠 깨우는 걸 제일로 싫어하는 사람을.

성록 : 약이 좀 독해. 안 자려고 해도 저절로 잠들지. 약 먹고 든 잠은 깰 때마다 기분이 엉망이야.

양수 : 약이 잘 안 받는다면서. 걱정이 많더라.

성록 : 그렇지 뭐. (웃으며) 좋은 몸 더 좋아지라고 먹는 약도 아닌데.

양수 : ......

성록 : 여전하네.

양수 : 칭찬인가?

성록 :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이겨냈다는데 더한 칭찬이 어딨어.

양수 : 아침부터 이옷 저옷 몸에 걸치고 패션쇼를 했어.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성록 : 불공평하다. 난 이렇게 볼품 없는 낯짝으로 누워있는데 말야.

양수 : 오는 길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도 했는데. 냄새 나?

성록 : 아니.

양수 : 추운날 고생한 보람이 있네. 파마 냄새 없애려고 잠실을 세바퀴나 돌았어. 것도 이 런 구두를 신고.

성록 : 뭐하러.

양수 : 냄새에 예민하잖니.

성록 : 예민하긴.

양수 : 저녁밥상 앞에서 내가 밖에서 먹은 점심메뉴까지 알아맞추던 사람인데. 덕분에 나 잠은 세시간 자도 목욕은 아침저녁으로 했었다.

성록 : 그래 피곤한 스타일이긴 했지.

양수 : 섬세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쨌든 좋은 징조야. 한가지 감각이 너무 발달하면 나머지는 평균도 못 미치기 일쑤다.

성록 : 입학할 때 신체평가 만점 받은 사람이야, 나.

양수 : 더 큰일이지. 몸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니까.

성록 : 속이 문제다? (웃으며) 그래. 난 속 상한 놈이야. 아주 맛이 갔어.

양수 : 그런 뜻은 아닌데.


성록,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수 : (일어서려하며) 왜?


성록, 일어서려는 양수를 제자리에 앉히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들을 꺼낸다.


성록 : (냉장고앞에 쭈그리고 앉아 음료수를 꺼내며) 오기 힘들었지?

양수 : 생각보다 멀더라. (혼잣말처럼) 생각만큼 멀었던건가?

성록 : 흉한 얼굴 보러 산 넘고 물 건너 오셨구만.

양수 : 귀한 얼굴 보러 지하철을 한번,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왔지.

성록 : (음료수 내밀며) 자식들 음료수 같은 거 사오지 말라니까, 촌스럽게.

양수 : 뭐가 이렇게 많아.

성록 : 입맛대로 고르라고. (웃으며) 마음 같아선 술이나 한잔 하고 싶은데 여긴 담배는 팔아도 술은 안 팔아.

양수 : 다행이다.

성록 : 뭐가?

양수 : 술까지 팔았으면 담배 대신 술 마시고 있었을 거 아냐.

성록 : (웃는다)

양수 : 나는 아마 지금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등만 두드리고 있을걸.

성록 : 주정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양수 : 그건 좀 괜찮네. 취중진담이라잖아.

성록 : (장난스레) 그래, 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가서 몇 병 사올까?

양수 : (음료수 캔 따서 마시고, 잠시 보다가) 옷 다 입고, 백까지 둘러매고도 대문 밖을 나서는데 한참 걸렸어. 나와서도 버스를 탈까 말까. 여기서 내릴까 말까.

성록 : 몇 정거장 지나쳤겠구나.

양수 : 병원 도착하고 봤더니 여섯시더라.

성록 : 세시간 동안 밥이라도 먹었어?

양수 : 뭐라고 첫마딜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들어왔다 아무 말도 못하면 어떡하니?

성록 : 못할게 걱정인가. 너무 많아 걱정이지.

양수 : 자고 있으면 어떡하나. 밥을 먹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고 있으면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생각했어.

성록 : 온 병원 복도를 다 돌아다녔겠네.

양수 : 그래도 담밸 피고 있는 건 미처 생각 못했어.

성록 : 내가 그냥 누워있었으면 뭐라고 인사하려 했어?

양수 : 글쎄.

성록 : 이럴 줄 알았으면 담밸 안피우고 있을걸.

양수 : 이럴 줄 몰랐어도 그랬어야지.

성록 : (과장되게) 안녕? 밥 먹었어? 잘 지냈니? 몸은 좀 어때?

양수 : 아마도.

성록 : 그럼 담밸 피우길 잘했나보다. 너랑 그런 얘길 하고 있기는 좀 그렇지 않누?

양수 : (웃는다)

성록 : (잠시 보다가) 좀 마른 것 같다.

양수 : 난 좀 쪘다고 생각했는데.

성록 : 뭘하고 사느라 살이 찌는지 빠지는지도 몰라?

양수 : 숫자에 연연해하던 버릇은 앞자리에 삼자 달면서 모두 버렸지.

성록 : 어, 지금은 도통한 삶을 살고 계신다?

양수 : 도통까지야 했겠니. 살던 가락이 있는데.

성록 : 인터뷰 기사 봤었어. 멋있더라.

양수 : (보면)

성록 : 소식 못 듣고 살 줄 알았는데. 그래도 덕분에 안부는 알고 지냈다.

양수 : 우리 처음 시작한댔을 때 애들이 그랬었잖니. 끝까지 갈 거 아님 아예 시작도 하지 말어라. 혹시라도 잘못되면 친구까지 잃는다. 잃은 셈 치고 살았어.

성록 : 그건 인걸이 그 새끼가 술주정 한거지.

양수 : 걔 못 본지도 한참 됐다. 요즘도 술주정을 그렇게 논리적으로 하니?

성록 : 요즘엔 맨 정신에도 하더라. 며칠 전에도 한번 찾아 왔었어.

양수 : 혼자?

성록 : 어. 나를 보자마자 그러는거야. “야, 너 나잇살 찐다.”

양수 : 나잇살?

성록 : 그래, 나잇살. 그래서 내가 그랬지. “이 새끼야 맨날 침대에만 누워있으니까 살이 좀 붙는거지, 뭐가 나잇살이냐.” 그러니까 그 새끼가 아니래. 딱 보니 나잇살이라는거야. “ 넌 나잇살이랑 맨날 자빠져 있느라 찌는 살이랑 구별도 못하냐?” “내 나이가 몇인데 나잇살이냐?” “낼 모레면 사십줄이다. 맨날 자빠져 쳐잔다고 지 나이도 모르냐. 개새끼.”

양수 : 욕 먹을만 하다.

성록 : “마흔이면 지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던데. 넌 낯짝이 그 따구니 볼일 다 봤다.” “개새끼. 그게 죽어가는 지기한테 할 소리냐. 나야 죽을 날이 오락가락하니 이렇다지만 넌 그게 뭐냐?” “내 얼굴이 어때서?” “누렇고 울퉁불퉁한게 압촌동 장날에 널려있는 메주판같다, 야.”

양수 : ......

성록 : 뭐라고 한방 먹일 줄 알았는데 그 새끼가 갑자기 얼굴을 축 늘어뜨리더니 그러는거야. “야, 너 뭐 하고 싶은 거 없냐?” “왜? 죽을 놈 원이라도 들어주게?” “미친놈.” “야, 우리 삼학년 때 담임 생각나냐?” “어디 삼학년?” “고등학교 때 말이야.” “아, 그 귀순용사?”

양수 : 귀순용사?

성록 : 우리의 품으로 되돌아왔다고 별명이 귀순용사야. 선배들 말로는 학생부에서 악명 높은 선생이었다는데 우리 땐 ‘설마 저 선생이’ 할 정도로 순둥이었거든.

양수 : 너도 모르는 사이에 니 이름으로 경찰시험 접수를 넣었다던 그 선생님 말하는거지?

성록 : 어. 하루는 그 양반이 상담한답시고 애들을 불러다 묻더라. 너, 니가 삼일 뒤에 죽는다면 뭘 할거야? 삼일 뒤에 원서 넣을 대학도 결정 못한 애들인데 갑자기 그런 걸 물으니 누가 제대로 답을 하겠냐?

양수 : 청산유수 신성록씨께서 대답을 하셨겠구만.

성록 : 하긴 했지. 하지만 최악이었다.

양수 : 뭐랬는데?

성록 : 복어를 잔뜩 먹겠습니다.

양수 : 알만하다.

성록 : 담임도 그러더라. “이놈이 장난하나. 니 인생에 대해 좀 진지해져봐, 짜샤.”

양수 : 백번 옳지.

성록 : 의도는 좋았다만 말이 쉽지. 앞길 창창한 놈들한테 그런 걸 묻다니. 몇개월 안 남긴 놈도 딱 삼일 남기기전에는 제대로 답이 안 나와.

잠시 침묵이 흐른다.

양수가 일어나 열려진 창문을 닫는다.

성록은 추운지 몸을 조금 떨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금 더 장난스럽고 과장되게 느껴진다.



성록 : (떨리는 몸을 보며) 야, 내가 아직도 니 앞에서 떨리나보다. 봐, 무지하게 떨잖아.

양수 : 당연하지.

성록 : 뭐?

양수 : 넌 원래 내 앞에만 서면 맥을 못 추렸잖아.

성록 : 하하하. 어느 남자가 김양수 앞에서 감히 고개를 빳빳이 들까?

양수 : 그걸 내 탓으로 돌리지 말아.

성록 : 맞다, 맞어. 내가 모자라서 그래. 말했잖냐. 난 속 상한 놈이라고.

양수 : (웃으며) 으휴.

성록 : 농담이 아니야. 난 궁금했었어.

양수 : 뭐가?

성록 : 처음에 날 봤을 때 말야. 그렇게까지 별로였어?

양수 : 뭐?

성록 : 무지하게 살벌했었잖아. 찬바람이 쌩쌩불게.

양수 : 내가 뭐라고 했었는데?

성록 : 기억 안 난단말야?

양수 : 니가 고백이라고 뭐 제대로 한게 있나. 그저 어영부영 엉거주춤 넘어갔지.

성록 : 무슨 소리야. 나, 너한테 팔린 쪽, 아직 반도 못 찾은 사람이야.

양수 : (성록 얼굴 보며) 멀쩡하구만 뭘.

성록 : 진짜 얘기해봐?

양수 : 그래.

성록 : 그 때, 너. 니가 처음으로 우리 경찰서 왔을 때 말이야.

양수 : 수습딱지 떼고 얼마 안됐을 때 말이지?

성록 : 응. 그날도 니가 거기서 밤을 새고 돌아가길래, 가는 걸 붙잡고 내가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잖아.

양수 : (웃으며) 야. 니가 언제 차를 마시자 그랬어.

성록 : 그럼?

양수 : 암말 없이 커피부터 내밀었잖아. 그래서 내가 “이게 뭐예요?” 그랬더니 한참을 쭈뼛거리다가 (남자목소리) “커핍니다.”

성록 : (웃는다)

양수 : 누가 커핀걸 모르나. 내가 이 커피 제조 성분을 물었어, 제조한 사람이 어디사는 누구냐고를 물었어.

성록 : 차라리 그런 걸 묻지 그랬냐. 그럼 말했을텐데.

양수 : 쩔쩔매는 꼴이 하도 답답해서 “예, 색깔을 보니까 소주는 아니네요.”하고 가려니까 그제서야 겨우 말을 했잖니.

성록 : 너 기억력 무지 좋구나.

양수 :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속삭이듯) 쪼다같더라니까.

성록 :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거라고?

양수 : 뭘?

성록 : 막 쏘아붙였잖아.

양수 : 쏘아붙이긴.

성록 : 살벌했다. 진땀 빼가며 겨우 고백을 했는데 (여자목소리로) “그래서요?”그러고 빤히 봐.

양수 : 그 때 니 표정 볼만 했는데.

성록 : 팍 쏘아 붙이고 나가버렸음 차라리 좋을텐데. 빤히 보고 있는거야. 각오했었지만, 그런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양수 : 궁금했거든.

성록 : 내가 널 정말 좋아하는지?

양수 : 아니. 니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야 하는지 말야. 너 하는 걸로 봐서는 내가 몰라도 별 상관없어 보였거든. 그래도 대한민국 형사라는 자식이 말 한마디 못해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성록 : 독촉을 하셨던거다?

양수 : 이왕이면 통촉정도로 하자.

성록 : 시작이 그래서 그런가. 늘 그랬던 것 같아.넌 아쉬울 거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고, 그럴수록 난 움츠러들고. (양수 보면서) 그게 누구 잘못이라거나 하는 말이 아니야. 그냥 뭐랄까. 좀 미안했지. 불안하기도 했고. 그래서 또 미안하고.

양수 : 내가 드세서 그래. 그래도 그 뿐이었어. 누가 당당하고 움츠러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얼굴을 부비며) 아, 좀 그렇다. 옛날 옛적 이야기를 하러 왔던 건 아니었는데.

성록 : 그럼 무슨 얘길 하려고 왔는데?

양수 : 너 사는 이야기.

성록 : 병원에서 지내는 게 똑같지 뭐. 궁금할 게 있나.

양수 : 하루 종일 뭐해?

성록 : 티비도 보고, 사람도 보고.

양수 : 담배도 피고?

성록 : (웃는)

양수 : 지루하지 않아?

성록 : 별로.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양수 : 얼마나 자길래?

성록 : 하루에 눈 뜨고 있는 시간만큼 감고도 보내지.

양수 : 뭐 좋은 꿈이라도 꿔?

성록 : 꿈도 잘 안 꿔. 약이 독해서.

양수 : 근데 뭘 그렇게 많이 자. 감아야 보이는 거라도 있어?

성록 : 원 푸는거지, 뭐.

양수 : (웃는다)

성록 : 중학교때부터 네시반이 기상이었어.

양수 : 공부하느라?

성록 : (머리를 매만지며) 아니. 머리 때문에.

양수 : 머리?

성록 : 아침마다 교문에 선도부들이 두 줄로 쭉 늘어서있다. 애들이 그 사이로 등교를 하면 뽑아내서 족치는거야. 명찰불량인 놈. 교복불량인 놈. 태도불량인 놈.

양수 : 태도불량?

성록 : 찍혔다 싶은 놈들 잘못 걸리면 푸닥거리하는거야. 그 때 두발이 다 반삭이었는데 성생 손가락에 머리카락이 잡히는 날이면 그대로 죽는거였어.

양수 : ......

성록 : 진짜 징그럽게 맞았다. 이발비는 없는데 머리는 어찌나 빨리 자라든지. 어떡하냐. 돈은 없고, 살기는 살아야하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늘 교문 열리기 전에 등교했다. 나 있던덴 아침이 일곱시에 나오니까 밥은 먹지도 못하고 한시 점심 나올 때까지 쫄쫄 굶는데. 너 내가 너랑 살 때 먹는거 가지고 투정 부린건, 이해해야한다.

양수 : 직업이라도 푹 좀 잘 수 있는 걸 고르지.

성록 : 그러게. 지금 한꺼번에 몰아 자려고 그랬나.

양수 : 좋기도 하겠다.

성록 : 그럼. 팔자가 좋지.

양수 : 니가 중년복은 있나봐. 예쁘고 늘씬하고, 스물여덟? 아홉?

성록 : 서른.

양수 : 선생님이 평소엔 낮잠을 잘 안주무세요. 말도 참 예쁘게 하더라.

성록 : 착한 여자야. 나한테 선생님자를 붙이는 유일한 여자지.

양수 : 사모님을 기다리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두.

성록 : 어쩐지 아침부터 자리를 비우더라고. 오늘 같은 날엔 자기도 약속이 있다나? 자꾸만 목욕을 하라는걸 내 약속이냐, 니 약속이지. 목욕재계하고 나가서, 괜찮은 놈 있음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라 그랬는데, (조금 웃고) 이럴 줄 알았음 할 걸 그랬다.

양수 : ......

성록 : 잠도 실컷 자고. 따뜻한 사람도 있고. 난 괜찮아, 아직은.

양수 : ......

성록 : 얘길했더니 또 졸린다. 이제 잘래.

양수 : 벌써?

성록 : 늦었어.

양수 : 불편하니?

성록 : 시간이 늦어서 그래.

양수 : 좀 늦으면 어때.

성록 : 집에 가야지.

양수 : 왜?

성록 : .......

양수 : 지원이 때문에?

성록 : ......

양수 : 걱정하지마. 성당 갔어. 늦게까지 공연 연습 하다가 자고 온대.

성록 : 공연연습?

양수 : 다음주가 성탄절이잖아.

성록 : 잘 지내나보네.

양수 : 명랑해. 씩씩하고.

성록 : 지금이 열 한살이니까...사학년?

양수 : 새학기 되면. 병원 다니느라 학교를 좀 쉬었어.

성록 : ......

양수 : 지원이가 원래 생일이 좀 늦잖아. 늦돼서 치이느니, 어떻게 보면 잘됐지, 뭐.

성록 : 병원 계속 다녀?

양수 : 한달에 한번. (성록 표정보고) 사람들 감기기운만 있어도 일주일은 꼬박 나가는데가 병원이야. 오히려 덕분에 나들이한다니까. 요즘 초등학교 삼학년짜리들이 얼마나 바쁜지 모르지? 고삼 못지 않어.

성록 : 공불 그렇게 열심히 해?

양수 : 고등학생들이야 수능에 나오는 것만 하면 되지, 얘네는 만들기, 그리기, 말하기까지 다 잘해야 돼.

성록 : 손이 많이 갈 때구나.

양수 : 말도 못해. 게다가 고집은 얼마나 센지. 아침마다 머리 묶는데 시간이 다 가. 일주일에 한번도 같은 머릴 하고 가는 법이 없다니까.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머리모양이 자그마치 스무개가 넘는다?

성록 ; 참 순했는데. 울지도 않고. 낯가림도 하나 없이.

양수 : 요즘에도 그래. 오히려 낯도 좀 가리고 그랬음 좋겠지. 성격이야 뭐, 너나, 나나 보통 성질은 아니잖니. 그 사이서 나왔는데 오죽하겠어?

성록 : 이제 곧 고학년이네. 쫌 있음 숙녀 티가 나겠다.

양수 : 널 닮아서 키가 커. 데리고 나가면 다들 오학년은 돼 보인대.

성록 : 얼굴은 널 닮았겠지? 키는 몰라도 얼굴은 날 닮으면 안 되는데.

양수 : 데려올까 했었어.

성록 : ......

양수 : 우리 둘이 먼저 봐야할 것 같아서.

성록 : 잘했어.

양수 : 대신에, 이걸 가져왔지.

양수,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은 앨범이다.

성록 : (앨범을 펼쳐본다)

양수 : 장래희망이 미스코리아야. 넌 못생겨서 안 된다 그럼 뭐라는 줄 알아? “엄마,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는 거야.” “이지원. 미스코리아는 외면이 아름다워야 돼.” “외면?” “얼굴말이야.” “내 얼굴이 뭐 어때서? 피부가 좀 나빠서 그렇지 나도 얼짱이야.”

성록 : (사진보며) 맞네. 진짜 미스코리아 시켜도 되겠다. (잠시) 아, 안돼.

양수 : 왜?

성록 : 수영복 심사하잖아. 보내지마.

양수 : (웃는다)

성록 : (넘기며) 야무져 보인다. 그렇지?

양수 : 그럼. 특히 그 입이 얼마나 야무진지 친구들이랑 싸워서 지는 적이 없어.

성록 : 똑똑하고.

양수 : 응.

성록 : 밝고.

양수 : 응. (보다가)

양수 : (보다가) 예쁘지?

성록 : 어.

성록, 한참을 사진을 바라본다.

성록 : 이렇게 예쁘게 키우느라 고생했겠다.

양수 : 아니. (보다가) 응.

성록 : ......

양수 : 예전에 말이야. 같은 반 남자애 하나가 아무나 보고 괴물이라고 놀렸나봐. 왜 애들

아무 생각 없이 놀리고 장난치고 하잖니. 근데 누가 지윤이 보고 괴물이라고 했더니 아무도

암말 못하고 분위기가 묘해지더래. 말한 애도 죄지은 얼굴이고.

성록 : ........

양수 : 보내는 학원마다 전화가 오면 그런다. “지원이는 어쩜 그렇게 의젓한지 모르겠어요.”

근데 나는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해. 저게 철없이 까부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지 엄마 눈치

를 되게 보는구나 싶어서. 몸이 아픈 건 앤데 속은 내가 더 꼬였어. 한심하지? 에미라는 사람이 이렇게 꼬여 가지고.

(사이) 


성록: 요즘은 염 할 때 부탁하면 몸을 씻겨 주기도 한다면서? 진짤까?

양수 : 글쎄.

성록 : 죄 많은 사람들은 그것도 좋을 것 같다. 닦아내는 걸로는 부족할 것 같아. 물론 그렇다고 죄진 몸이 깨끗해지지는 않겠지만.

양수 : ......

성록 : 병원에서는 장례할 때 염습도 안 하나 보더라. 그냥 그대로 영안실이지.

양수 : ......

성록 : 양수야.

양수 : 응?

성록 : 나, 머리 좀 감겨줄래?

양수 : ........

성록 : 그래 줄 수 있겠어?

양수 : (본다)

암전


성록은 씻은 직후다. 성록의 젖은 머리에는 그대로 수건이 올려져 있다.

성록은 침대 위에 앉아있고, 양수는 성록의 새끼 발톱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둘은 처음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진 모습이다. 마치 예전처럼 돌아간 듯이 행동한다.



성록 : (엄살스럽게) 아.

양수 : (새끼발톱에 약을 바르며) 조심 좀 하라니까.

성록 : 물 떨어진다. 머리부터 좀 말리자.

양수 : (밴드를 붙여주며) 이것만 하고.

성록 : (양수를 본다)

양수 : 왜?

성록 : 웃겨서.

양수 : 뭐가?

성록 : 몸은 다 죽어가는 놈이 머리감다 새끼발톱 하나 깨진 걸 가지고 엄살을 떨잖냐.

양수 : ........

성록 : (시선 느끼고) 걱정마. 다른 사람들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웬만큼 아픈 건 느끼지도못 한다는데, 나는 오래 살려나보다. 발톱 하나 깨진 게 이렇게 아픈 걸 보니까.

양수 : (성록의 젖은 머리를 말려준다)

성록 :말려주기까지 하려고? (웃으며) 호강하네.

양수 : (수건으로 머리를 너댓번 털고 나서 얼굴을 본다) 야.

성록 : 많이 늙었지?

양수 : 너 섹시하다.

성록 : 아픈 사람을 놀리냐, 지금?

양수 : 아니야. 내가 원래 바짝 깎은 머리를 좋아하잖니. 이렇게 보니까 꼭 밤톨 같다야.

성록 : 뭐?

양수 :잘 깎아 논 밤톨 같다고.

성록 : 허 참. 또 밤톨이냐?

양수 : 도토리로 해줄까?

성록 : 그 때 보다 우습냐.

양수 : 그 때처럼 섹시하다. 아니, 그때 보다 좀 섹시한 것도 같고.

성록 : 낼 모레면 꺾어지는 나이한테 섹시는 무슨.

양수 : 무슨 소리. 너 원숙미. 그거 무시 못 하는 거다. 봐봐. 그 때 군대 갈 때는 가죽이 탱탱하고 윤기가 좌르르 흘렀지만 왠지 좀 덜떨어져 보였었거든. 근데 오늘은 이마에 주름진 얼굴이 섹시하면서도 좀 지적으로 보여.

성록 : (포즈 취하며) 그래?

영수 : 그때두 내가 너 밤톨 같다고 되게 많이 놀렸었는데.

성록 : 남들은 전부 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너는 어떻게 훈련소 들어가는 직전까지 깔깔거리냐. 안 그래도 늦게 가는 군대라 걱정이 태산인데 말이야.

양수 : 씩씩하게 보내줘야 니 마음이 편하지.

성록 : 그래, 맞아. 보내주는 사람이 웃으며 보내줘야 떠나는 사람도 편하게 떠나는 법이야.

(사이)


양수 : 머리 감기면서 본건데 말이야.

성록 : 응.

양수 : 너 목에 상처 아직도 있더라.

성록 : (목을 만지며) 아, 이거.

양수 : 그 상처가 아직도 있는 걸 보면. 옆구리는 더 심하겠다. 어때, 아직도 욱씬거려?

성록 : 아니.

양수 : 내가 그 날 얼마나 놀랐었는데, “신형사님이 칼에 찔리셨습니다.”

성록 : 별로 놀란 것 같지는 않던데.

양수 : 지 남편 칼 맞아 죽게 생겼다는데 멀쩡할 년이 어디있니.

성록 : 그 날 칼이 아니라 너한테 맞아 죽는 줄 알았다.

양수 : 기억난다. 그날도 너 그렇게 누워있었어. 별별 상상을 다하면서 병원을 들어갔더니 니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데.

성록 : 다짜고짜 퍽퍽퍽. “퇴원하는 길로 법원부터 들를 줄 알아”

양수 : 맘 같아선 진짜 그길로 끝내고 싶었어. 일심동체가 무슨 뜻인지 그 때 알았거든. 아

랫배에 온통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눠 있는 건 넌데, 그걸 보는 내가 막 아픈거야. 이러다간

제명에 못 살겠다 싶더라.

성록 : 역시 헤어지길 잘했어.

양수 : 넌 왜 겁도 없이 칼 들고 있는 사람한테 덤벼들고 그랬니?

성록 : 형사가 칼을 무서워하면 쓰나.

양수 :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성록 : 걔네들 말야, 칼 들고 있다고 처음부터 덤벼들진 않아. 일단은 도망부터 치지. 우리보고 도망치는 애들이 다 우리보다 힘이 딸려서 그러는 줄 아냐. 솔직히 일대일로 놓고 한판 붙어봐라 그럼, 우린 끽도 안 되는 애들이 여럿이야.

양수 : 그런데?

성록 :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니.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달려들지는 않거든. 막다른 골목에 들었다 싶을 때야 무언가 선택을 하지. 물론, 대부분 그때는 이미 늦지만.



(사이)



성록 : 너랑 살 때 마흔이 되면 무얼할까 생각해본적이 있었다.

양수 : ......

성록 : 다른 것보다 매일 밤 과자를 사들고 집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 오십, 육십이 되어서 딸한테 점수를 따려면 집이나 차를 사줘야 된다잖아.

양수 : 한 일곱시쯤 되면 지원이가 학원 갔다 돌아올 시간이야. 집 앞까지 봉고차가 데려다주는데 그 시간에 맞춰 저녁 차려놓고 베란다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럼 꼭 봉고차가 오기 직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서 요 앞을 지나가셔. 일찍 저녁 잡숫고 동네 한바퀴를 선선히 산책삼아 도시나봐. 할아버지는 키가 되게 크시거든. 할머니는 그 반이나 되려나. 할아버지가 뒤로 손 내밀고 앞서 걸으면 할머니가 할아버지 새끼손가락 하날 꼭 쥐고 걷는거야. 하루도 안 빠지고 다니시는 걸 보면 일부러 동네사람들한테 자랑하러 그러시는 거 같기도 하고. 지원이가 집에 뛰어 올라오면 둘이서 같이 식탁에 앉아 밥 먹으면서 그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럴 수 도 있지 않았을까.

성록 : 여기에 오십이 좀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있었거든. 자식은 없는지 마누라랑 맨날 둘만 있는데. 그 아저씬 잠도 없었어. 틈만 나면 매점 앞에 서 있고.

양수 : 왜?

성록 :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담배 좀 사달라고.

양수 : 자기가 사지 않고.

성록 : 환자한테는 담밸 팔지 않는 걸로 돼 있으니까.

양수 : 사람들이 사다주긴 해?

성록 : 서른 명 중에 서넛 정도?

양수 : 할 짓이 못된다야.

성록 : 친구놈들한테 나 찾아올 땐 음료수 대신 담밸 사 갖고 오라고 해.

양수 : 아픈 친구 입에 담배 물게 만드는 게 의리다?

성록 : 가는 길 추하지 않게 해주는 길이다.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말야. 주인공이 암이 걸렸을 때 딱 선고를 내려 주잖아. 삼개월이면 삼개월이다. 육개월이면 육개월이다, 이렇게.

양수 : ......

성록 : 근데 사실은 안 그렇다. 수술을 해봐야 압니다, 진행을 더 봐야 압니다. 가능성이 십프로라도 있으면 거기에 매달리게 만드는 거야.

양수 : ......

성록 : 그러다가 더 수술하자는 말도 없이 젤 아래층에 보내지면 끝이래. 지하가 바로 영안실이거든.

양수 : ......

성록 : 내 옆 침대에 있던 아저씨가 해준 얘기야.

양수 : 아저씨?

성록 : 담배구하러 하루 종일 매점 앞에 서 있는다는 아저씨 말이야. 이 병실에 같이 있었어. 한달 전에 내려갔지만.

양수 : ......

성록 : 확실히 감이라는 게 있나봐.

양수 : 감?

성록 : 세 달을 같은 병실에 있어도 절대 한가치 나눠피는적이 없던 양반이 갑자기 나한테 담뱃갑을 내밀어. 자기는 이제 담배를 끊겠다고.

양수 : ......

성록 : 일주일을 못 넘기더라.

양수 : 니 탓이 아니야. 그 말을 해주고 싶었어.

성록 : 집에 들어섰을 땐 울음소리도 안났어.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쉬어서, 소리도 못내고 있더라.

양수 : (고개를 저으며)

성록 : 구십도였다는데. 그 말도 못하는게....구십도였다는데.

양수 : 너 때문이라고 소리쳤던거. 그거 정말 아니었어. 나는 그때.

성록 : 첫수술 마치고 지원이 봤을 때, 흉해서 고개를 돌렸던거 아니야. 남들은 지원이 얼굴이 보기 흉해서 고개를 돌렸었겠지만, 나는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너무,

양수 : 알아. 니가 힘들어서 그런거. 술 마시고 그런 것도 지원이한테 미안해서 라는거.

성록 : 내가 걔 얼굴을 어떻게 똑바로 보냐. 몸 반쪽 전체에서 진물이 나는 애를, 나 때문에 평생 그렇게 살아야한다는데, 내가 어떻게 걔 얼굴을 똑바로 봐.

양수 : .........

성록 : 여기서 수술을 세 번 받았다. 세 번. 세 번인데 그냥 곱게 죽을걸 싶더라. 이십개월밖에 안된게 수술을 다섯 번이나 받고, 앞으로도 스무번이고 서른번이고 밥먹듯이 그렇게....그걸 걘 어떻게 견뎌냈니? 그걸 또 넌 어떻게 지켜봤어?

양수 : .........

성록 : 누가 나한테 남들은 다 있는 가족이 없어서 제일 서러웠던게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결혼식도 아니고, 소풍때도 아니고. 졸업식날, 조금 유치한데 졸업식날 꽃들고 찾아와 줄 어머니도, 중국집서 짜장면 한그릇 사줄 아버지도 없던 게 제일 서럽더라. 한반에 마흔명이, 나빼고 서른 아홉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꽃다발을 들고 어머니랑 사진을 찍는데, 나만 빈손으로 버스를 타고 터덜터덜 돌아오니까 좀 그렇잖냐. 지원이 졸업식때는 내가 꼭 가려고 했었는데. 니가 오지 말래도, 몰래라도 꼭 가보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못가겠다야.

양수 : 지원이가 아빨 보고 싶어해.

성록 : ........

양수 : 어렴풋이 기억이 나나봐. 가끔 니 이야길 해.


양수, 핸드백을 뒤져 카드를 한 장 꺼내 침대 위에 올려둔다.

양수, 일어선다.



성록 : 양수야.

양수 : (보면)

성록 : 한달에 한번 골수를 빼내. 마취도 안시켜. 그러면 내가 얼마나 고약해지는지 모른다. 아무나보고 쌍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저사람한테도 간호사들한테도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

양수 : .........

성록 : 근데 있잖아,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못 그런다. 내가 아픈걸 아니까. 아파 죽겠다는 놈 눈에 뭐가 보이겠냐. 아무것도 안보이지.

양수 : ..........

성록 : 양수야.

양수 : (보는)

성록 : 그때는 우리가 너무 아팠어.

양수 : ..........

성록 : 그때는 우리가 둘 다 너무 아팠다. 너무 안파서 아무것도 안보였어.



양수, 성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간다.

성록, 양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두고 간 카드를 집어든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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