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
2003년 초겨울, 필자가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미국 여학생에게 겨울에 볼만한 공연을 추천(推薦)해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뉴욕시티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의 ‘호두까기 인형’을 권하였다.

그녀는 이미 3번을 보았으며, 아동기, 청소년기에는 부모와 함께, 성년이 되어서는 남자친구와 관람(觀覽)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들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면 총 4번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발레는 그녀가 강력 추천한 만큼 환상적이었으며 재미있었다.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그동안 보았던 수많은 가족 공연 중 단연 손꼽을 만한 것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해의 겨울에 국내 발레단들이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는지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3대 발레단체는 매년 겨울 시즌에 무대화(舞臺化) 하였고, 심지어 외국초청 발레단까지 합세하기까지 하였다.

비록 연극과 뮤지컬만을 기획하고 선호(選好)한다지만 공연의 한 장르인 발레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 필자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것을 보았다. 비록 무대세트나 의상 등의 규모나 화려함은 뉴욕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 제임스 전 씨는 “12월의 호두까기 인형이란 성탄절의 산타클로스처럼 당연한 전통”이라고 하였다. 그의 말처럼 2009년 12월에만 5개의 발레단이 전국적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국립 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서울 발레시어터,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 벨로루시 발레단 5개 예술단의 버전은 각기 다르며 이중 필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추천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버전으로 선보이며 아기자기한 무대와 안무(按舞)가 특징이다.

추천사유로는 ‘50kg 분량의 흰 눈’ 때문이다. 꿈속에서 공주로 변한 클라라와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눈의 나라로 떠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허공에서 내리는 하얀 눈과 흰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 26명의 ‘눈꽃송이 군무’가 장관(壯觀)을 이루기 때문이다.

7분 가까이 내리는 눈은 가로 2cm, 세로 2cm 크기로 분량이 50kg 정도가 된다. 호두까기 인형 병정들과 쥐 마왕의 쥐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 등 전체적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독자 여러분을 ‘환상적’이라는 단어가 형상화(形象化)되었다고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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