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수가 무려 950만권에 달하는 세계적인 도서관이다.

살인과 강도, 마약과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곳. 낮에도 돌아다니기엔 위험한 곳. 흑인 빈민층이 모여 사는 지역. 그러나 흑인들의 풍부한 감성이 재즈로, 힙합으로 표현된 그들만의 게토. 1920년대 카운티 컬런과 같은 시인들이 할렘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지역.

뉴욕의 할렘가를 표현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다. 맨하탄 북부 110번가에서 시작되는 할렘은 흑인들과 히스패닉계의 빈민층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슬럼의 대명사로 불린 곳이다. 하지만, 이제 할렘은 더 이상 가난과 범죄에 찌든 곳이 아니다. 이제 안정된 교육과 의료서비스, 그리고 힙합과 재즈의 독특한 문화 예술이 존재하는 곳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할렘의 변화를 이끌어낸 중심에 컬럼비아대학교가 있다.

할렘의 변화 이끌어낸 컬럼비아대학

컬럼비아대학교는 지리적으로 할렘과 매우 가깝다. 과거 컬럼비아대는 근접 지역인 할렘의 열악한 환경과 치안문제 때문에 우수한 입학 예정자들을 다른 대학에게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열악하고 위험한 할렘지역의 환경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기피 대상이었다. 컬럼비아대는 우수한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학교가 위치한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대학의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은 둘로 나눌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뉴욕시와 함께 대대적인 지역연계 프로젝트를 벌여 나가게 된다.

특히 지역사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을 대학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입안하고 이를 뉴욕시에 제안하고 집행해 나감으로써 정학연(政學硏 : 정부와 대학, 연구소가 함께 일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방법)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간 것이다. 변화하는 도시의 특성을 실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정책화하고 학제화 하는 도심형 대학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과 함께 한 컬럼비아대의 역사

컬럼비아대학교는 1920년대 현재 워싱턴 하이츠 메디컬 센터의 초석으로 일컬어지는 의료센터를 모닝사이드 하이츠 캠퍼스 주변에 처음으로 설립했다. 컬럼비아대가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특히 1929년 대공황으로 인해 뉴욕이 심한 경제적 침체에 빠졌을 때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전통을 현대화해 매년 약 3천여명의 할렘 어린이들에게 이동식 차량으로 운영되는 컬럼비아 의대 부속 치과센터를 통해 포괄적인 치과 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1994년부터는 매년 약 3천2백여명의 할렘 어린이들에게 시력 교정 안경을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 아동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성인에게도 컬럼비아대의 의료서비스 손길은 뻗쳐 있다.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는 의료보험을 들지 못한 40살이상의 지역 여성을 위해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 질환에 대한 카운슬링 프로그램과 X선 사진촬영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높아지고 있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감염 환자 수에 대해 컬럼비아대 메디컬 센터가 나서 HIV의 감염원인 및 감염 현황 등을 연구하여 시 당국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할렘 지역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때 필요한 모든 연구들이 뉴욕시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또, 시 당국이 해결하기 힘든 민감한 문제들을 대행하여 컬럼비아대 부속 커뮤니티 서비스 센터가 나서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HIV의 감염 원인을 연구하고 예방책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는 ‘Harlem Health Promotion Center(이하 HHPC)’의 연구원인 스테파니 버거 씨는 “할렘지역의 HIV 감염 급증은 무분별한 마약 주사기 사용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센터는 그들에게 깨끗한 마약 주사기를 무료로 보급해주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는 마약을 권장하는 방법으로 비춰질 수 있지요 하지만 이는 연구를 통해 검증된 최적의 HIV 감염 방지책”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시가 해결하기 힘든 지역 사회의 숨겨진 문제들을 보다 깊숙이 파악하고 그들과 소통함으로써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뉴욕시 연계전략이 성공의 핵심

컬럼비아대학교는 웨스트 할렘 지역에 제 3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컬럼비아대의 캠퍼스 제 3캠퍼스 확장 계획은 시 당국으로부터 승인되었고, 현재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상 단계에 정착해있다. 125번가에서 133번가 사이에 생길 약 17에이커 규모의 컬럼비아대 제3캠퍼스에는 세계적인 신경과학 연구 센터, 그린 사이언스센터, 과학 연구 및 환자관리 유치에 대한 시설 등 주로 의료, 생명공학 계통의 연구 건물들이 많이 들어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위한 세계센터, 예술 센터, 야외 공공 광장 등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컬럼비아대 측은 “새로운 연구 복합단지 시설 신축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된다”며 “연구진, 행정보조원, 실험실 기술자 등 일자리에 대한 우선권을 웨스트 할렘 주민들에게 할당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역사회를 배려하는 특징중 하나다.

이러한 컬럼비아대의 제 3캠퍼스 확장 계획의 강력한 배후에는 뉴욕시가 있다. 불모지였던 웨스트 할렘지역을 새롭게 바꿀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 단지조성에 뉴욕시와 컬럼비아대학이 함께 나서고 있는 것이다. 뉴욕시는 이같은 연구단지 조성이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분위기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뉴욕시는 컬럼비아대학의 제3캠퍼스 확장 계획을 위해 이를 전담할 부서를 새로 개설하고 담당 공무원까지 지정했다. 이에 대해 웨스트 할렘 확장 프로젝트 팀의 협상 책임자인 빅토리아 메이슨 씨는 “2015년 완공 예정인 신경과학 연구 센터 등은 우리의 이웃과 도시의 미래에 큰 기회와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사실 뉴욕시는 할렘지역의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를 파악한 컬럼비아 대학이 건축과 지역개발과 관련된 연구팀을 구성해 재계발 계획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정책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더불어 이를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제3캠퍼스 웨스트 할렘 확장 계획과 연계했다.

물론 컬럼비아대에 대한 뉴욕시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대학의 협력은 단기간 안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뉴욕시와 정책 수립에서부터 도심 개발 계획까지 지역 사회의 발전이라면 모든 것을 함께 해온 컬럼비아대만의 높은 신뢰도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는 지역개발문제를 대학이 구체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에 이르기까지 협력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이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특성화 전략 온라인 강의

컬럼비아대의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CVN (Columbia Video Network) 온라인 강의’다. MIT 대학이 강의 뿐 만 아니라 강의자료를 온라인상의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온라인 강의의 새로운 지표를 열었다고 찬사를 받는다면, 콜롬비아대는 유료지만, 온라인 강의를 통해 맨하탄 모닝 사이드 하이츠 캠퍼스에 다니고 있는 학생과 동일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MIT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CVN의 탄생은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컬럼비아대는 제조업체가 즐비해있던 맨하탄 지역에서 엔지니어링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역사회로부터 전문 교수와 연구원을 산업현장으로 파견해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았다고 한다. 컬럼비아대는 지역기업 직원들을 위해 처음에는 교수진을 파견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좀 더 효율화해 비디오로 강의를 녹화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해 원거리의 학생들에게 컬럼비아대만의 공학 교육을 전파 하는데는 한계가 뚜렷했다. 그래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는 학기마다 약 70~90개의 코스를 개설하고 응용수학, 전기공학, 금융공학, 나노기술 등 총 13개의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봄 학기의 경우, 새로 개설된 CVN 60개의 코스에 약 500명의 학생들, 약 35개국 학생들이 참여했다. 컬럼비아대의 온라인 강의는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포브스’ 뿐만 아니라 여러 미국 언론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나, 강의 면에서도 다른 온라인 대학과 차별화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특히 컬럼비아대의 여러 단과대 중 공대 측에서 운영하는 CVN은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포브스로부터 ‘best of the web’이라는 찬사를 수차례 받을 정도로 컬럼비아대의 온라인 대학 중 가장 활성화되고 권위 있는 강의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대부분 CVN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나이 평균은 30살, 대략 5~10년 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직장인들이다. IBM, R&D units 등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부터 새로운 제품의 혁명을 일궈내려는 회사의 연구원 등이 CVN의 주 고객이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로 학위를 딸 수 있다고 해서 수업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오프라인의 컬럼비아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강의, 과제, 시험을 부여받기 때문에 컬럼비아대 학위 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회사원 학생들의 의견이다. 특히 입학조건은 오프라인 대학 입학과 동일한 자격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CVN을 통해 기계공학과 졸업 수료증을 받은 스콧 샤퍼 씨는 “호텔에서도, 이동 중 택시에서도, 출장 중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난 항상 다운로드 한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작성했다. 힘들긴 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궈낸 컬럼비아대 학위는 내 경력의 전문성을 증가 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컬럼비아 대학이 처음부터 온라인 강의에서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시장을 잘 공략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의견이다. 초창기 컬럼비아의 통신교육은 그 학교 교수들이 가르치는 일급 강의실 수준의 교육을 약속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컬럼비아의 통신교육은 컬럼비아대학교 교수가 가르치지도 않았고 코스 내용은 대충 끼워 맞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컬럼비아대학이 면세혜택을 받는 교육기관이면서 영리추구에만 관심이 있는 장사꾼이나 벌일만한 상업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시장에서 실패를 한번 겪은 컬럼비아대는 다시 재기하기 위해 ‘컬럼비아대’라는 신뢰성을 내세워 저명한 교수들의 강의와 수료 후 ‘학위수여’를 한다는 사실을 내세워 컬럼비아대의 온라인 강의를 알리기 시작했고, ‘브랜드’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컬럼비아대학의 온라인 강의는 MIT와 함께 온라인 대학의 양대 산맥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역사만큼 강한 저력을 지닌 대학

컬럼비아 대학은 영국 식민지 시대인 1754년 뉴욕지방 유지들이 영국왕 조지 2세의 인가를 받아 설립한 킹스 칼리지로 출발했다. 그후 1784년에 컬럼비아 칼리지로 이름을 바꾸었다. 1896년 근대적인 종합대학으로 개편하면서 컬럼비아대학교로 이름을 바꾸었고, 1912년 학교명이 비슷한 다른 대학과 혼동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식 명칭을 ‘뉴욕시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in the City of New York)’로 바꾸었다. 미국 대학사상 다섯 번째로 설립된 유서깊은 대학으로, 아이비리그에 속한 8개 대학 가운데 하나이다.

컬럼비아대학이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과 차별되는 점은 사회사업학부,도서관학부, 교원대학 등 실용적이면서도 지역과 조화를 이룬 학문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할렘지역 개발에 적극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나, 온라인 강의라는 시대흐름에 적응하는 모습은 2백여년에 가까운 역사가 말해주듯 컬럼비아대학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컬럼비아대학의 특징은 학부생 7천여명, 대학원과 전문과정의 연구생 1만 6천여명이라는 학교 구성에서 보이듯 연구와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컬럼비아 대학이 위치한 뉴욕이라는 지역적인 거점이 필요로 하는 교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심 캠퍼스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생존전략인 것이다.

컬럼비아대학이 가진 장점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1천만권에 육박하는 도서관 장서수, 교수 1인당 학생 수 7명이라는 좋은 교육여건 등 세계적인 명문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마치면서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지역이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들만의 대학정신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대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는 그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야 말로 컬럼비아 대학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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