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제정은 惡用(악용)될 素地(소지)내포

  우리는 흔히 사이코(Psycho)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정신신경증환자’ 좀더 쉽게 말해서 ‘정신병자’를 뜻하는 단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는 40만 혹은 6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유엔’인권기구나 세계보건기구등은 그 나라의 정신보건법을 인권과 의료의 척도로 삼고 있다. 이에 한창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신보건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글을 싣는다.
(편집자註(주))


Ⅰ.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反對給付(반대급부)로서 인간정신의 황폐화를 가져다주었다. 정신분열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은 이러한 인간정신 황폐화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환자자신에겐 파멸을 가져 오고 가족에게는 막대한 치료비부담을 안겨주어 가정경제의 파탄을 초래하는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또한 환자중에서 他人(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重症患者(중증환자) 강제로 격리 수용시켜야 하지만 정신질환은 결코 불치의 병 또는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 상태는 아니다. 단지 그들은 정신병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병은 의학적인 치료로 회복될 수 있고 적어도 社會復歸(사회복귀)가 가능한 질환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극소화하기 위한 정신질환 예방과 적적한 치료를 위해서, 또한 인구의 0.01%를 차지하는 重症危害患者(중증위해환자)들의 인권보호측면에서 이의 법제정은 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보건사회부는 지난해 9월 精神保健法案(정신보건법안)을 成案(성안), 같은 달 24일 보사부공고 제85-53호로 입법예고를 한 후 각 부처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적인 정부안을 작성해 현재 空轉(공전)중인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현행법으로 제정, 실시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保社部(보사부)가 마련해 국회에 넘긴 정신보건법안은 國民精神 保健(국민정신 보건)의 增進(증진)이라는 입법취지와는 달리 人權侵害(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크다는 각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호, 불교정토구현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및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등 在野(재야)18개단체는 지난8월23일 ‘정신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이법의제정반대성명을 발표하고, 9월10일에는 同(동)대책위원회주최로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에 本稿(본고)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정신보건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 해결방안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전문 26개조항과 부칙으로 구성된 정신보건법안은 제1조에서 이법의 목적에 대해 ‘이 법은 정신 질환의 예방과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보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國民(국민)의 精神健康 增進(정신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각 조문을 분석해보면 우선 惡用(악용)의 素地(소지)가 다분히 있음을 발견하게된다.
  일종의 福祉法(복지법) 성격을 띠고있는 이 법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첬째 부당한 人身拘束(인신구속)의 가능성이 크며, 그에 대한 異意(이의)를 제기 할 수 있는 法的 保障(법적 보장)이 없는 것이고, 둘째 기도원 등 전근대적인 수용시설을 요양원이란 이름으로 陽性化(양성화)시켜 놓고 있으며, 셋째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3가지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환자의 강제입원 절차가 일방적인 행정명령 하나로 이루어질 수 있어 정신의학의 정치․      사회적 남용의 가능성을 보장해 주고 있다.

  정신보건법안 제14조에서는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보건사회부 장관이나 시․도지사 또는 市長(시장)(서울특별시장 및 직할시장 제외)․군수에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보건사회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정신질환자가 그 징후가 심하여 자기 또는 타인에게 危害(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本人(본인)의 意思(의사)에 불구하고 의료보호시설에 緊急醫療保護措置(긴급의료보호조치)를 할수 있다(제15조 1항)’고 밝힌데 이어 2인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다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기타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미리 의견을 듣지 못한 때에는 긴급의료보호조치를 한 날로부터 5일이내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들 조항을 다시 설명하면, 시장이나 군수가 어떤 사람이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기만 한다면 일단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5일동안 가둘 수 있고 5일이내에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도 된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이유등으로 정신질환 환자가 아닌 사람이 부당하게 정신병자로 烙印(낙인)찍혀 인신 구속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H.becker,K.Erikson등의 학자는 逸脫(일탈)에 대한 이론적 접근으로 ‘烙印論(낙인론)’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탈자로 낙인을 찍는 자와 그 낙인을 거부하는 자 사이에는 利害(이해)와 價値(가치)의 갈등이 있게 되며 權力(권력)과 金力(금력)을 가진 자가 恣意的(자의적)으로 내리는 定意(정의)에 의해 그렇지 못한 자들은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보호조치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의견을 듣는다는 규정은 法的 拘束力(법적 구속력)이 희박해 행정당국의 명령으로 인신구속이 정당화되는 길을 마련해 놓고 있다. 사회보호법은 犯法者(범법자)인 경우에도 전문의 2명이상의 감정서가 첨부되어야만 치료감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비해 정신보건법은 범법자도 아닌 환자의 인신구속을 ‘의견을 들어’명령하는 것은 인권침해를 合法化(합법화)하는 것이다. 강제보호조치는 일본등 선진국의 입법태도에 맞추어 2인이상의 전문의의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로 限定(한정)시켜 합리성이 인정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정신보건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부당한 입원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이 母法(모법)에 명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에 그런 장치가 전무한 상태다.
  이상에서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 각계에서는 여러 건의안을 내놓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타당성 여부, 치료비용의 적절성 등을 심의할 ‘精神醫療 審議委員會(정신의료 심의위원회)’와 ‘정신질환의 기초연구,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양성과 정신질환 의료전달체계의 개발 등을 관장할 ‘精神保健硏究員(정신보건연구원)’의 설치가 필요하다며 정신질환자의 가족 또는 보호의무자가 환자의 치료보호를 행정기관에 신청할 경우나 시․도지사가 강제로 ‘긴급보호조치’를 할 경우는 당연히 정신과 전문의 2인이상의 진단 후 동의가 있어야 하며 보호․치료체계가 환자의 인권옹호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기도원이나 비전문적인 요양원등 전근대적이고 비의료적인 수용시설을 ‘정신요양원’이라는 이름아래 양성화시키고 있다.

  몇해전에 우리는 종교단체를 빙자한 謀利輩的(모리배적)인 자선단체가 정신병자를 위해 운영한 수용소 안에서 굶어 죽거나 맞아 죽기도 하고, 혹은 집단탈주가 일어나 사회적문제를 야기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안 제2조의 ‘정신요양원’, ‘정신보건상담소’는 상담․요양․재활요법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시설기준과 시설책임자의 자격규정에 대한 명시가 없어 기존 요양소들의 폐해를 그대로 방치한채 양성화하여 치료는커녕 수용이나 감금을 통한 격리효과만을 노리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정신질환을 치료의 대상이지 결코 수용감시의 대상은 아니다. 비의료적인 수용시설에 감금하여 조기 적절한 치료기회를 박탈한다면 그 것은 한 인간의 정신이 잘못된 제도에 의해 殺害(살해)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이것은 정신보건에 관한 법률의 근본의도에서부터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3) 정신보건법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福祉法(복지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책임을 규정하기보다는 환자가족이나 민간의료시설의 책임만 무겁게 부과시켜 놓고 있다.

  정신보건법은 국가와 사회가 전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예방과 치료를 책임지는 제도를 마련함이 그 입법취지인데도 불구하고 법안 서두에 별도예산이 불필요한 법안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국가는 예산을 안들이고 그 비용을 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있고, 行政便宜的(행정편의적)인 내용의 立法(입법)이어서 실질적인 효과가 의심스럽다.
  또한 행정기관이 어떤 사람에게 보호를 요청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경우 그 비용을 모두 행정당국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전액 혹은 일부를 부담한다 (제19조)’고 되어있을 뿐 필요한 예산상의 조치에 대하여 구체적인 明記(명기)가 결여되어 있다.
  지극히 형식적인 규정만 밝혀놓았을 뿐 그 예산의 소요량과 조달방법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경우 행정기관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되면 잔액은 환자나 그의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것이 불가능할 때는 진료기관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될 때 진료기관측에서는 자신들의 수지타산을 고려하여 적절한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원칙적으로 재정부분은 정부가 부담하고, 진료의 필요에 대한 판정은 사회에서 전문가들이 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에서는 主客(주객)이 전도돼 정부는 오직 ‘명령’하기만 하고 실제적인 책임은 轉嫁(전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환자치료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치료기관인 병원이 담당토록하는 모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제7조), 행정당국의 의료보호 해제조치 명령에 응해야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또 환자보호자가 환자보호를 게을리하고 행정당국의 지시에 불응했을 때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백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제22조 2항)등 지나친 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정신장애자의 입원에 소요된 비용은 市道(시도)가 지급하고 국가는 시도지급경비의 80%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모든 선진국이 이같은 국가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상황속에선 良質(양질)의 진료와 환자의 인도적인 보호가 도저히 불가능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권리가 침해당할 것이 분명하다.


Ⅲ.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精神保健法案(정신보건법안)은 국민의 인권침해 우려가 농후한 것으로 판단된다.
  칼이 의사의 손에 쥐어지면 사람의 生命(생명)을 건지는 메스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 쥐어지면 귀중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가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정신보건법안은 生(생)과 死(사)를 결정하는 칼에 비유해볼 수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정신보건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국민의 生存權(생존권)을 자기목숨 이상으로 소중히 여기는 爲政者(위정자)의 손에 칼이 쥐어져 손색없는 정신보건법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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