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관적 태도가 초래 … 국제 차원의 복구 노력해야

전쟁의 기본 속성이 살상과 파괴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전쟁이라고 하여도 6천년간 지속되어 온 인류의 문화유산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이라크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 만든 가장 지적이며 풍요한 고고학적, 문화적, 종교적 유적과 유물을 가진 나라이다. 이 곳에서 인류 최초의 수메르 문명이 탄생했으며 문자를 발명하여 역사를 기록했고 인간이 처음으로 도시국가를 만들고 그 곳에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보다도 3천년이나 빠른 신전을 세웠던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 바그다드의 국립박물관은 무지한 이라크 시민들의 약탈로 인해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슬람 유물 17만점이 이틀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박물관은 수메르시대부터 법전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대왕의 고대 바빌로니아, 궁중건축과 부조석판이 뛰어난 아시리아, 공중정원과 바벨탑을 건설한 너브카드네자르 대왕의 신바빌로니아 그리고 이슬람시대까지의 귀중한 유물이 전시되고 소장되었던 곳이다.
전쟁과 폭동의 와중에서 유물을 온전하게 보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학자들이 유물의 훼손과 약탈 등 귀중한 문화유산이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촉구하였으며 이러한 일들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고, 또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방관적 태도와 무관심 속에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그렇게 사라져 간 것이다.
미국은 뉴욕시에만 200개 이상의 박물관을 가진 문화 선진국이면서도 이번 전쟁에서 바그다드박물관의 파괴와 약탈을 묵인한 큰 오점을 역사에 남겼다.
이번 문화재 참사를 놓고 국제사회에서는 유물 되찾기 운동이 적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대학 교수들이 공동 웹사이트에 약탈당한 유물 목록을 공개했고 예일대학을 중심으로 전 세계학자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그리고 세계의 주요 박물관들이 유물을 되찾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미국은 뒤늦게 약탈당한 문화재를 찾기 위해 정부의 모든기관이 동원되었고 회수기금으로 1차분 2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탈리아도 약 4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인터폴(국제경찰기구)은 도난 예술품을 찾기 위해 프랑스 리용에서 국제 공조체제의 구축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유네스코도 약탈문화재의 수입과 밀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많은 예술적 보고와 문화유산들이 전쟁의 무고한 희생물이 되어왔다. 반면 문화적 관심이 높았던 군대의 지휘관들에 의해 문화유산을 존속시킨 공로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기아와 공포 속에서도 문화재를 어렵게 지켜낸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오늘날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문화파괴는 전승보다 역사에 오래 남는다. 이라크의 문화유산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인류공동의 유산이며 세계가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들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는 공조체제를 구축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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