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생태학의 현 주소

1. 세계생태학의 동향과 전망
2. 불교생태학의 현 주소
3. 불교생태학의 필요성과 가능성
4. 불교생태학의 발전적 추진 방향

올 초부터 홍기삼 총장이 본교를 ‘불교생태학’의 총본산으로 특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표방함에 따라 앞으로 관련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출발점으로 지난 2일 불교문화연구원에서 ‘불교생태학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학술면에서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4회에 걸쳐 기획, 연재해 불교생태학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생태불교의 인식론·방법론 모색

19세기 말 독일의 동물학자인 헤켈(Ernst Haeckel)에 의해 시작된 생태학은 이제 더이상 생물학의 한 분과학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존재자들의 상호 연관성이라는 개념은 생태학과 불교가 공유하고 있는 중심 사상이다.
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운동이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종교와의 결합을 모색하기 시작할 때, 환경론자와 불교학자 양측 모두 어떤 종교보다도 불교가 환경윤리 내지는 생태철학에 가장 적합한 종교사상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연구와 동향

96년 5월부터 98년 10월까지 하버드 대학의 세계종교연구센터에서 ‘종교와 생태학’을 주제로 일련의 포럼을 개최했을 때 그 첫 번째가 바로 ‘불교와 생태학’이었다. 여기에서 △남방불교와 생태학 △선불교와 생태학 △불교적 생태학의 정의와 문제설정 등을 주제로 서구의 여러 불교학자들이 불교적 생태학의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모색한 바 있다.
9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생태학을 불교적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목정배는 ‘자연환경과 불교교설과의 관계’(1992)교학적 관점에서 자연 환경을 해석함으로써 국내의 불교적 환경윤리 정립에 기초를 놓았다.
오형근은 유식사상을 바탕으로 물질과 생명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이중표는 초기 불교의 관점에서 불교의 생명관과 자연관을 다루었다. 최종석은 연기법과 자비를 불교 생태 윤리의 기본 개념으로 설정하고 생물중심적 윤리를 넘어선 생태중심적 윤리를 주장했다. 고영섭 역시 연기와 자비를 불교적 생태관의 핵심 요소로 파악하고 불교의 자연관과 생태관 및 환경관을 다루었다.
한편 법륜스님과 수경스님은 보다 실천적인 측면에서 각기 한국불교환경교육원과 불교환경연대를 기반으로 하여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최근 유전공학과 생명복제가 생태계와 환경 문제의 새로운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불교계에서도 이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는데, 97년 본교 불교문화연구원에서는 ‘불교의 시각에서 본 생명복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권기종·정병조·이중표·법륜스님 등이 유전공학과 생명복제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논의했다.

인식과 방법

90년대 들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한 불교와 생태학의 문제는 생태학에 대한 불교학적 인식론의 틀을 어떻게 구성하고 불교적 환경운동의 논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모색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이른바 생태불교(EcoBuddhism)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크게 원전비판과 참여주의의 두 경향으로 갈린다.
슈미트하우젠(L. Schmithausen)은 역사학적이고 문헌학적인 관점을 중시하면서 원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하여 환경윤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으며, 참여불교적 논리를 주장하는 해리스(I. Harris)와 켄트웰(C. Cantwell)은 각기 남방 불교와 티벳 불교의 문화적 전통을 주목하여 이를 분석함으로써 현재의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불교적 세계관은 가장 바람직하고도 건전한 생태학적 사유와 환경윤리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지속하며 또 소멸시키는 원천적 에너지는 바로 유기체들의 욕망,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유정(有情)들의 업력(業力)이다. 이러한 욕망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동시에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불교적 사유를 통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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