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고 했던가.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여름내 내리쬐던 태양이 따사로운 햇살이 되는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막연히 가슴팍이 시원해지는 그런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그 하늘을 뒤로 하고 교실에 들어서면 여전히 답답함에 철지난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꽉꽉 들어차 자리에 앉기도 힘든 책걸상을 비집으며 들어가다 보면 우리안의 동물처럼 눈치 보는 나를 바라보며 가을은 그새 멀어져간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치장된 순결 속에 우리는 가을하늘 볼 여유조차 사라졌는지 혹은 취업이라는 자본의 그물 속에서 우리는 너무 허우적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린 아직 젊다”고 말하기엔 가을 하늘이 너무 맑다. 그 맑음으로 우리 젊음으로 그것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치열한 고민 속에 가끔 답답하다 보면 소주 한 잔 기울이다 붉어진 얼굴이 되어 빠알간 단풍을 바라보는 가을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네모난 건물과 책상에 앉아 네모난 칠판만을 바라보면 우리도 어느새 각이 져 있지는 않을까.

수동적으로 재생산되는 학교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오자. 상품으로 전락된 나의 가치를 벗어버리고 자신의 두 발로 광장에 서자. 마비(麻痺)된 높은 하늘의 천고마비(天高馬肥)는 아니지 않는가. 피둥피둥 자신의 주체성을 살찌우는 가을이 되자.   
     
권오정 (사범대 교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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