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의식 반영된 현 도안 … 여성 넣으려는 움직임 활발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화폐 속 인물은 이순신·이황·이이·세종대왕이다. 조선시대 위인으로 꼽히는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화폐에 왜 여성은 없는 것일까.
현재 통용되는 화폐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인물의 초상을 도안한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시대나 성을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은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 2001년 한국은행에서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화폐 도안의 선호 인물 10위 내에 여성인물은 5위 유관순과 7위 신사임당 두 명뿐이었다. 이는 과거의 여성이 사회 진출에 제약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활동 업적 또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오늘날에도 여성 위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반면 외국의 경우 어렵지 않게 화폐에서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담겨있으며 유로화로 통용되기 전의 독일 화폐에는 여성 작가 ‘아르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라라 슈만’, 프랑스에는 과학자인 ‘퀴리부인’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이 등장한다. 또한 일본은 내년에 발행되는 5천엔권에 명치시대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를 넣는다. 이는 일본 화폐에 주도안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이라 눈길을 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화폐에 여성 인물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덕여대 김경애(여성학) 교수는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를 발족하고 다양한 관련 활동을 진행중이다.
또한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여섯 사진 작가-여섯 개의 코드 읽어보기’전시회에서는 페미니스트 포토 아티스트 박영숙 씨가 화폐에 역사 속 여성인물을 재현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오래전부터 여왕, 과학자 등 사회 활동을 한 여성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제약에 의해 여성활동이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한 여성 위인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이지만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 인식되지 못했던 많은 여성 인물이 발굴되는 계기이자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변화시키는 촉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여성의 능력이 인정받고 있는 시대인 만큼, 사회상과 문화를 보여주는 화폐에 여성 인물이 담길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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