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응모작들은 모두 10편이었다. 개인적 꿈과 이상의 좌절을 환상적 기법을 통해 보여주는 ‘아우라지 강’은 ‘좌절과 그 극복’이라는 담론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노력이 돋보이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 부족해서 소설의 리얼리티를 손상시키는 게 약점이다. ‘꽃부채로 가리운 그 입술로’는 엽기적인 살인행각에 대한 보고인데 사건이 복잡하고 이야기가 많아서 단아한 통일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중편서사구조 속에 용해할 만한 이야기이다. ‘비 오는 날에 먹는 김치칼국수’는 요리에 대한 세밀하고 성실한 묘사가 돋보이지만 사건의 인과관계 처리가 미숙한 게 결점이다. 욕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발톱’은 다양한 화자를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문체도 안정된 편이다. 그러나 개별 목소리들의 변별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실제작가의 개성 속에 함몰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가작으로 추천한다. 결혼과 사랑과 욕망의 사건 세계를 경험하는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다루고 있는 ‘길’은 가장 안정된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뜨거운 욕망의 문제를 차분한 문체로 접근함으로써 거리조정의 미적 효과를 제공할 줄도 알지만, 당선작으로 밀 만한 성취도는 조금 부족한 편이다. 역시 가작에 선한다. 호명된 모든 작품들, 부족한 2%를 부지런히 채워서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영우(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윤재웅(본사 주간·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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