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가려진 또 다른 우리

“내일 시간 있니?”
“나 내일 맹학교 가는 날이야.”
“맹학교? 눈 안 보이는 아이들 가는 학교? 거기는 왜?”
“어, 일주일에 한 번, 방과 후 수업이라 해서 2시간 동안 아이들이랑 같이 공부해.”
“너 점자 알아? 점자 알아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며칠 전, 친구와 메신저에서 약속을 정할 때 나눈 채팅 내용이다. 친구들은 맹학교에서 수업하는 나에게 호기심과 약간의 걱정 어린 시선을 동시에 주곤 한다. 전혀 만나보지 못한 다른 세계 사람들을 생각하듯.

 2년 전 가을, 나 또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서울 국립 맹학교 고1 아이들을 만났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통해 방과 후 영어 수업을 맡게 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아이들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약시와 중도 실명한 아이들도 있었다. 긴장을 머금고 시작한 첫 수업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끝이나 나를 당혹케 했다.

나는 눈으로 읽고 그들은 손으로 읽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 쉬는 시간에 여느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히트 중인 드라마의 흥미진진함, 다운 받아 듣고 있다는 대중음악 제목들을 나열하며 재잘대는 아이들! 응당 그 나이 또래의 화제에 집중하며 수다 떠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시각 장애인임에도 인터넷을 하고 방영 중인 드라마를 알고 있네!’라고 놀라워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쌓아 올려진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맞닥뜨린 시점이었다. 점자를 알아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친구들의 질문도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자연스러운 일이 당황스러운 사건으로 느꼈던 첫 수업 이후 네 학기 째로 접어든 지금, 그간 느낀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점자 도서의 부족이다. 점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은 관계로 소수의 책만이 점역서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실로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데 이들이 접할 수 있는 참고서는 복지관에서 수업용으로 정한 교재가 거의 전부이다.(시판되는 문제집을 사서 복지관에서 자체적으로 점역해주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읽을 수 없는 제한된 선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겨울방학에 있었던 워크샵에서 만난, 유독 책 읽기를 좋아하는 신혜가 다양한 도서를 맘껏 골라 읽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강효종(문과대 영문4)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