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영 기자
▲김다영 기자

 

나는 내가 올림픽에 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부상으로 10년 동안 하던 스피드 스케이팅을 그만둔 나에게 남은 건 수없이 기록했던 랩타임뿐이었다. 인생의 절반을 운동밖에 하지 않은 탓인지 그동안 본 운동선수가 아닌 유일한 직업은 나를 인터뷰하던 기자뿐이었다. 그렇게 아는 직업이 기자뿐이었던 나는 더 이상 랩타임을 기록할 수 없다면 나를, 우리를, 그리고 세상을 기록하는 기자가 되기로 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하고 경험한 기자는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 사이에서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가는 동기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가진 다른 무기를 찾아야만 했다. 그 무렵 접한 일러스트는 나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일러스트는 내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동대신문에 입사한 후 지난 6개월 동안 편집부 수습기자로서 세상을 기록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부족한 인력 탓에 시간에 쫓겨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카드뉴스를 제작하기도 했고, 학업과 학보사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취재 기자들의 행보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촉구하는 일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동안 이름 세 글자 뒤에 붙은 ‘수습기자’라는 호칭은 기자란 어떤 직업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학생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책임감과 함께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심어주었다. ‘수습기자’ 호칭을 떼는 이 시점에도 편집기자는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0과 1로 가득한 디지털 세상에서 활자로 남기는 기록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학보사는 학교의 매 순간을 관찰하고 비판하기에, 그 자체로 학교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동대신문을 알고, 읽을 수 있도록, 취재 기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이제는 얼음 위에 기록을 뒤로하고 신문 위에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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