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날씨 방송을 위한 '첫 문장'의 고민
우리대학 국문학도로 보낸 시간, 작품 집필에 도움이 커
기상캐스터부터 작가까지 하고 싶은 일마다 도전 중요해

국민들의 하루 날씨를 책임졌던 전 KBS 9시 뉴스 기상 캐스터 이세라 동문. 그녀의 기상캐스터 생활의 전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사정에 맞춰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기상캐스터부터 작가까지,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작가 의 미술 에세이 역시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위해 노력한 그녀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녀는 계속 해서 말과 글로써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하는 역할을 해 내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위해 힘쓰는 이세라 동문을 동대신문이 만나봤다.

▲사진제공=이세라 동문.
▲사진제공=이세라 동문.

Q. 안녕하세요.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국어국문학과 06학번 이세라입니다. 저는 2019년까지 KBS 기상캐스터로 일했으며 ‘뉴스 9’, ‘영화가 좋다’ 등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출간한 후 현재 미술 관련 강의를 하는 ‘Arts in you’ 회사와 방송 아카데미 ‘아카데미 9’를 동시 운영 중입니다.

Q.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식민지 문학 연구자를 꿈꾸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기존의 꿈과 관계없는 기상캐스터가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 국문학에 대해 배우면서 ‘말을 글처럼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송의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Q. KBS 기상캐스터가 되기 전까지 여러 방송사에서 기상캐스터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현재 자기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꿈에 도전하신 이유와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저희 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대책 없네”예요. 전 사실 크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못 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 가장 마음이 가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기상캐스터를 하던 중 미술에 빠져 미술사 대학원에 갔고, 이후 책을 냈고, 어쩌다 보니 이젠 아예 미술과 관련된 강의와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전 계획성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 마음을 들여다볼 줄은 알아요. 지금 내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고 그 답에 따라 움직입니다.

Q. ‘7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KBS 기상캐스터가 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방법이 있으셨나요?

A. 저는 주제 파악을 잘하는 편이에요. 제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가졌고 무엇을 못가진 인간인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못 가진 것은 상황에 따라 과감히 포기하고, 가진 것을 더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면접장에서도 늘 그런 태도로 시험을 봤던 것 같아요.

Q. 기상캐스터 당시 매일 방송 일지를 작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쓰셨으며 실제로 어떤 점이 방송 생활에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A. 방송 일지를 작성할 때 제 눈에 보이는 방송의 모든 디테일을 담았어요. 예를 들어 생방송 시 걸어 나올 때 걸음걸이가 어색했다면 그걸 그날의 방송 일지에 적고 개선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걸 반드시 다음 날 적용하고 모니터 해봤어요. 날마다 이렇게 살면 아주 피곤한데, 분명한 건 단점이 빠른 속도로 보완된다는 거죠.

Q. KBS 뉴스 기상캐스터로 활동하실 당시 일과가 어떠셨나요?

A.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방송이 시작되기 3시간 정도 전에 회사에 출근합니다. 캐스터 활동 당시 저는 5시, 9시 뉴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오전에는 대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오후에는 방송을 하는 일과를 보냈습니다.

Q. 기상 자료를 분석하고 용어들을 습득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기예보 원고를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부족한 기상 상식은 기상청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캐스터 대상 교육을 통해 보충했습니다. 회사 내 기상 전문 기자분들에게 자주 물으며 도움을 받았어요. 그러나 캐스터 업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날의 날씨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이기 때문에, 기상 그래픽 디자인 연구와 원고 작성에 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Q.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예측 데이터로 인해 원고를 작성하는데, 겪으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방송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A. 악기상일수록 실제 상황이 중요한데, 방송을 하다 보면 때로 방송이 실제보다 늦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은 여름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올 때였는데, 레이더 자료를  보고 수도권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고 방송을 했었어요. 근데 스탠바이를 하는 동안 이미 비구름이 거의 물러갔더라고요. 다들 조심하시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이럴 땐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Q. 선배님께서는 차별화된 날씨 방송을 위해 색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첫 문장’을 많이 고민했어요. 기상청에서 똑같은 자료를 받아 그걸 토대로 원고를 작성해야 하는 캐스터 업무의 특성상, 자칫하다가는 다른 캐스터의 방송과 나의 방송이 별 다를 바 없어지는, 즉 차별화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어요. 나와 다른 캐스터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개성은 뭐가 있을까’를 일하는 내내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찾은 답은 ‘표현의 차별화’였습니다. 캐스터들은 원고를 직접 쓰기에, 내일 날씨의 핵심을 전달하는 첫 문장을 더 독특하게, 더 기억에 남게 쓰려고 매일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KBS 뉴스 날씨 방송 (사진제공=이세라 동문.)
▲KBS 뉴스 날씨 방송 (사진제공=이세라 동문.)

Q. 날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사, 영화 프로그램도진행하셨습니다. 다른 분야의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셨고 날씨 방송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영화가 좋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정말 헤맸어요. 뉴스는 또박또박하고 전달력 있는 진행에 방점을 두지만 영화 방송 진행과 내레이션은 또 다르더라고요. 정확한 발음보다 자연스러움, 때로는 연기력이 더 필요했죠. 뉴스와 다르게 ‘힘을 빼는’ 리딩을 반복해 훈련했고 다른 직종의 방송인들을 주로 모니터 했어요. 오랫동안 영화 프로를 진행하고 계신 김경식 선배, 같이 ‘영화가 좋다’를 진행했던 김기리 선배처럼 융통성 있고 자유롭게 진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선배님께서는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유명하신데, 특별한 연습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발음과 발성에는 꾸준한 반복 학습 외의 요령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성대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안 쓰면 퇴화하고, 단련하면 튼튼해지잖아요. 딱 그 논리예요. 소리와 발음은 훈련할수록 좋아집니다.

Q. 기상캐스터로서 필요한 자질이나 책임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거요.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캐스터는 특히 업무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연차가 쌓이면 긴장이 풀어질 때가 있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렇게 느슨해지고, 날마다 같은 방송을 반복하게 되면 캐스터로서 생명은 끝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지, 많은 캐스터 중 하나로 남지 않을지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Q. 방송인으로서 고민과 고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방송을 한 지 1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매일 저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요즘은 KBS의 ‘용감한 라이브’ 뉴스에서 아트 인플루언서, 아트 페어 등 미술 관련 ‘내일, ART’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날씨 방송이 아니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더 긴장되고요.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원고 작성까지 직접 하며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이젠 ‘기상캐스터 이세라’가 아닌 ‘작가 이세라’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등의 작품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사실 저는 글 쓰는 재미를 말하는 재미보다 먼저 알았어요.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했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문학특기생으로 입학해 관련 공부를 이어갔으니까요. 특히 우리대학에서는 여러 훌륭한 선생님께 창작과 비평을 배우며 글쓰기의 ‘마력’에 더 빠지게 됐어요.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미술 에세이이고,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지만, 실은 그 뿌리는 모두 국문학도로 소설과 시를 읽고 쓰던 학부 시절에 있어요.

Q. 작품들을 집필하셨을 때 대학교 시절 배우셨던 전공수업, 대외 활동, 동아리 등이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A. 물론입니다. 도움이 됐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학부 시절 공부는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어요. 특히 황종연교수님, 허병식 교수님, 이철호 교수님, 박혜경 교수님 등에게 배운 다른 사람의 글을 정교하게 읽고 분석하는 법, 치밀한 계산하에 의견을 개진해 가는 글쓰기 방식 등은 제가 첫 책을 쓰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Q. KBS 퇴사 후 올해 6월 KBS news live 방송에 작가로서 출연하셨습니다. 전 직장에 새로운 직업으로 방송에 출연하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신기했죠. 이제는 더 이상 방송에서 저를 기상캐스터로 소개하지 않고, ‘아츠인유(Arts in you)’ 대표 또는 작가로 소개하거든요. 이렇게 또 저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아 실감이 나요. 무엇보다 저를 믿어주고 새로운 기회를 준 KBS 측에도 감사했습니다.

Q. 언론계 진출을 꿈꾸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A. 돌이켜보면 20대 때 저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참 많이 걱정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30대 중반이 지난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때 조금만 덜 무거울걸, 심각할걸’이에요. 그러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를 하자면, 여러분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생각 안에 갇히지 않고 내 삶의 재미를 찾아 하나씩 즐겨봤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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