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발상으로 이룬 특별한 학문세계

모두가 천동설을 주장할 때 “지구가 공전한다”고 선언한 코페르니쿠스, 종교적 박해를 받으면서도 당시 신학적 권위까지 주어진 천동설을 무너뜨렸다. 세상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 필요하듯이 학문을 개척하기 위해서도 획기적인 발상과 대담한 도전은 필수적이다.

대다수사람에게 생소한 ‘거미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김주필(생물학) 교수. 초기에는 주위에서 거미학 연구에 대한 그의 집념을 우습게 여겼지만 지금은 ‘거미학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재학 당시 동물학을 전공하던 김 교수는 생태계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미와 지렁이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이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연구하기 수월한 거미를 집중 탐구했고 어느새 거미연구인생으로 40여 년을 맞게되었다. “만화가와 소설가가 거미를 악역으로 만들었다.” 해충을 먹이로 하는 이로운 존재인데 거미는 이로인해 위험하거나 해롭게 인식되어 많은 사람들이 환경파수꾼 역할을 하는 충실한 일꾼을 혐오스러운 벌레로 여기게 된 것을 안타까워한다.

거미학의 대가답게 김 교수는 40여년 동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630여종의 거미를 발견해 그 특성을 연구했다. 야간에 활동하는 거미의 습성 때문에 한 밤중에 산 속에서 채집하다보니 남북긴장관계가 극심했던 6,70년대에는 간첩으로 오인받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보다 국가의 지원이 미비하고 거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부족한 것이 더 큰 어려움이었다고 토로하는 김교수는 연구를 집중화하고 석·박사 후배들에게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고자 한국거미연구소와 거미박물관을 설립했다.
또한 지난 1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에 아라크노피아(거미천국) 생태수목원을 건립해 거미와 수목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을 마련했다. 이렇듯 거미연구에 반평생을 매진한 김 교수는 요즘 들어 무공해 농업 연구에 한창이다. 살충제 대신 거미를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쌀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무공해 농업으로 특화시켜야 한다.” 연구는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연구결과를 적용하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에서 시작해 40여년을 연구를 위해 달려온 김주필 교수. 이제 연구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개척한 영역을 후배들이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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