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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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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는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칸트 서거 200주년 … 철학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 차지

지난 2월 12일로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세상을 떠난 지 200주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칸트 사망 20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렸다. 칸트 연구는 철학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학문이건 그 생명력이 긴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과 보편성이다. 칸트 철학이 사후 200년을 넘어서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철학의 보편성 및 객관성을 대변해준다. 칸트 철학의 보편성 및 객관성은 무엇인가?


비판철학 전개

철학의 연구 대상에는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속한다. 인간, 자연 그리고 초월적 대상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러한 대상에 대해 연구하는 태도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서양철학으로 좁혀 볼 때, 근대 이전까지는 철학의 대상들을 그 자체의 존재(실체)로 전제하고 철학의 체계를 세우고자 했다. 인간의 본질, 자연을 이루는 물질의 본질, 그리고 초월적 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논함으로써 형이상학을 정초하고자했다.

그런데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철학이 형성되면서 철학의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보인다. 인간 및 물질의 본질에 대한 이론들간에 극심한 상위점을 보이는 이론들도 생겨나며, 과연 우리 인간이 인간 자체, 물질 자체를 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철학상 중요한 논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신의 존재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근대의 경험론적 철학의 정점에 있는 흄(David Hume, 1711-1776)에서 이러한 태도는 철학의 근본적 입장으로 된다.

칸트는 자신의 비판철학을 정초하기 이전에는 라이프니츠의 이성론적 철학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뉴튼 물리학의 근본 이론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성론적 철학과 물리학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성론적 철학에서는 인간의 본질 물질의 본질 및 신의 본질에 대한 정의에 기초해서 철학 체계를 세우는 데 비해, 고전 물리학에서는 물질적 존재의 본질을 밝혀냄으로써 이 우주 전체의 구조를 알아내고자 했다. 이 양자의 학문에는 이미 각자의 형이상학적 입장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 이 세계의 존재를 그 자체로 그리고 전체로서 알아낼 수 있다는 낙관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흄의 입장을 접하고 나서 칸트는 자신의 종래의 학문 태도를 지속할 수 없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칸트가 흄의 이론을 수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흄은 자연 자체에 관한 필연적인 법칙으로서의 인과율을 우리가 인식할 수 없다고 하지만 칸트는 이에 반대한다. 단지, 자연의 필연적 인과율에 대한 흄의 이의제기를 어떤 이론으로써 반박하여 필연적인 인과법칙을 새로운 기반 위에 세우느냐 하는 것이 칸트의 새로운 과제이고, 그 과제를 중심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 칸트 비판철학의 토대가 된 ‘순수이성비판’이다.

 ‘순수이성비판’에는 근대적인 사고 및 현대적인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칸트는 여전히 뉴튼의 이론을 신봉하면서도 공간과 시간은 존재 자체(절대공간, 절대시간)가 아니라 관념적인 존재라고 주장함으로써 뉴튼과 완전히 견해를 달리 하기도 하고, 자연의 필연적인 인과율을 주장하되, 이 인과율은 자연의 존재 자체의 법칙이 아니라 우리의 필연적인 사고 법칙이라고 말한다. 칸트에서는 이제 자연 및 세계라고 하는 존재도 우리의 선험적 형식인 공간, 시간, 범주(근본적 사고 형식)의 틀에 의해 본 세계이다. 우리들은 이 틀 이외에 다른 틀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틀은 인간에게 필연적이고 선험적이며, 우리들이 이 틀에 의해 인식하는 세계에 관한 지식도 선험적 필연적 객관적 보편적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자연 자체에 접근할 길은 없다. 하물며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서랴. 여기에서 칸트는 근대적 자연관(필연적 인과법칙 인정)과 더불어 현대적 자연관(사물자체가 아니라 단지 우리의 주관적 형식에 나타난 현상만을 인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실천이성 강조

칸트는 이 세상의 존재에 관한 철학으로서의 이론철학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위에 관한 철학으로서의 실천철학에서도 그 이후의 철학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뿌리를 이루는 이론을 정초한다. 우리들은 근대 이후의 윤리학 이론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여 공리주의(결과주의)와 의무주의(동기주의)를 말한다. 칸트는 이 둘 중 후자의 이론을 기초지운 사람으로서 현대 윤리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윤리학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논한다.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 형태 및 국가간의 바람직한 형태 등에 대해서도 이론을 정립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은 자연적 본성만으로 생각해 볼 때는 철저히 이기적인 동물이다. 자신의 이익, 자신의 편안함, 자신의 기호가 우선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들의 공동생활에서도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비추어 가능하면 서로간의 이익에 충돌이 적게 일어나도록 조정하는 것이 사회 및 국가의 역할이다.

칸트는 자연의 본성에 토대를 둔 행위 법칙은 엄밀한 의미에서 윤리가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진정한 행위 법칙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 중 자연적 본성 외의 다른 본성에 근거해야 하는데 그 다른 본성이란 바로 이성을 뜻한다. 인간은 자연적 본성뿐만 아니라 이성적 본성도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 인간이 자연의 다른 존재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소이를 칸트는 이성적 본성에서 구하며, 이성적 본성에 비추어 행위하고자 하는 지침이 바로 윤리라고 한다.

바람직한 행위 규칙 및 바람직한 사회 형태를 지향하는 것은 우리들이 이 세상에 나와 살다 가는 데에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대체로 받아들일 것이다. 심정이 저절로 기울어지는 대로 사는 것(자연적 경향성)이 아니라, 사람들간에서 행해야 할 옳은 규칙, 바람직한 사회를 지향하며 행해야 할 옳은 규칙을 시시각각 자기자신에게 명령(이성법칙으로서의 정언명법)함으로써만 인간의 참다운 삶, 참다운 인간 사회가 가능하다는 칸트의 주장은 우리들이 바람직한 사회를 지향하며 정진하는 한 근본적으로 필요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


현대미학과 예술철학에 영향

앞에서는 칸트의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에 대해 소개했다. 세 번째로 칸트의 미학에 대해 소개한다. 현대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도 요즈음 유행이 되다시피한 문화이론 및 문화의 흐름과의 관계에서 미학 및 예술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 미학 및 예술철학의 토대에서 칸트의 이론이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칸트는 제3비판서인 ‘판단력비판’에서 제1비판서라고 불리는 ‘순수이성비판’과 제2비판서라고 불리는 ‘실천이성비판’의 과제를 종합하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 새로운 과제란 자연의 이론적 법칙과 인간의 실천적 법칙으로 나뉨으로써 서로 갈등, 모순을 일으키는 두 개의 법칙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제를 말한다. 칸트는 이원적인 두 세계를 하나의 원리로 통일하는 원리로서, 자연의 궁극원리로서의 합목적성을 말하는데, 아름다움 및 숭고 감정의 체험은 우리 인간이 합목적성의 원리를 체험하는 예라고 칸트는 보고 있다.

칸트에 따를 때 우리가 어떤 대상에서 아름다움이나 숭고의 감정을 느끼는 일은 그 대상의 형식이 궁극목적에 맞아떨어질 때(합목적성)이다.
칸트에 따를 때 우리들은 어떤 대상을 계기로 해서 우리들의 무한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오성 및 절대적인 이성의 합일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 및 숭고의 체험인 것이다.

이 체험은 바로 상상력과 이성의 통일 체험이며, 자연과 자유의 통일 체험이다.
현대의 많은 미학 이론가, 예술 이론가 내지 문화이론가들은 칸트의 이러한 철학을 원용하여, 마치 자신들의 새로운 이론인 듯이 ‘감성적 이성’‘심미적 이성’‘공통적 감성’ 운운하며 감성과 이성의 통일이 미래의 삶의 지향점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최 인 숙
문과대 철학과 교수

 

최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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