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즐기는 생태환경관광 ‘모슬포 올레’

여름방학을 3주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여름을 맞이할 생각을 한다. 시원한 바람, 푸른 바다, 그리고 자연의 멋들어진 풍경 또한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 여행, 제주 ‘올레’를 소개한다.

제주 ‘올레’ 걷기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됐다. 제주 올레란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올레’ 걷기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 길을 ‘평화의 길, 자연의 길, 공존의 길, 행복의 길, 배려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작은 길로 제주의 남쪽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시간상 세 달에 한 개꼴로 늘어나는 올레코스는 현재 12코스까지 완성됐다. 또한 7-1코스까지 포함하면 올레는 총 13개의 코스로 이뤄져있다. 올레는 걷기를 즐기는 개인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졌다.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사재를 털어 길을 다듬었고, 뜻을 같이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모여 올레가 완성됐다. 올레에 매력을 느낀 해병대도 길을 다듬는데 참여해 일명 ‘해병대길’도 올레코스에 들어있다.

올레 코스는 10~20km의 거리로 구성됐다. 또한 13개의 코스는 서로 다른 모습을 내포하고 있어 모든 코스를 돌아보면 13개의 각양각색 제주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하모 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11코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길,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올레다. 제국주의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의 공군 병력을 집결시켰던 야욕의 현장인 알뜨르 비행장, ‘4ㆍ3사건’이후 최대의 양민 학살이 자행된 현장인 섯알오름, 정마리아 성지는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길이다. 11코스의 절정인 모슬봉은 이 지역 최대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으로써, 제주 올레는 이곳 정상부로 올라가는 ‘잊혀진 옛길’을 산불감시원의 조언을 얻어 복원했다.

모슬봉에서는 흔들리는 억새풀 사이로 드넓게 펼쳐지는 제주 남서부 일대의 오름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신평-무릉간 곶자왈 올레는 제주 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된 ‘비경의 숲’으로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올레 코스를 알려주는 방향표시
11코스는 총 20km로 구성됐으며 그 경로는 하모해수욕장→섯알오름(2.2km)→백조일손묘 갈림길(4.2km)→이교동 상모2리 마을입구(6.7km)→모슬봉입구(8.8km)→정난주성지(12.2km)→신평마을입구(13.5km)→곶자왈입구(14.9km)→곶자왈 출구(17.9km)→인향동마을입구(19.2km)→무릉2리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20.0km)이다.

출발지인 하모 해수욕장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야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정(혹은 모슬포)행 직행 버스를 타고 종점인 모슬포 읍내에서 내려 모슬포항과 해안도로를 지나면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모슬포 읍내에서 하모해수욕장까지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오나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걸어서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멸치 유명한 하모해수욕장

모슬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 모슬포해수욕장이라고도 하며 예전에 멸치(멜)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멜케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으며 해안가 뒤의 넓은 잔디밭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어 가족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호젓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반면 야영장·주차장·화장실·탈의실·샤워장·음료수대 외에는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다.

학살비극 간직한 섯알오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전국적으로 보도 연맹원을 학살할 때,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 서부지역의 예비 검속자 210명을 이곳에서 학살했다. 이곳은 2001년 2월, 유족들이 희생자 시신과 유물들을 재발굴 하면서 그 전에 일부 메워졌던 현장을 모두 파헤쳐 놓아 큰 구덩이가 형성되어 있다. 현장 입구에는 사건 개요를 설명해주는 안내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일제시대 알뜨르 비행장

알뜨르는 ‘아래 있는 넓은 들’이라는 제주 방언이다. 대륙 침략을 위해 항공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본은 제주가 중국과 일본의 중간 거점이라는 점을 착안하여 1926년부터 대대적인 비행장 건설 공사에 들어갔다. 10여년 만에 20만평 규모의 비행장을 건설한 일본은 중일전쟁 후, 오무라의 해군 항공기지를 이곳 알뜨르 비행장으로 옮기고 규모를 40만평으로 확장했다. 지금은 일제의 잔혹상을 보여주는 ‘역사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에서 처음 공개된 비경의 숲
봉수대 흔적 모슬봉

대정읍 모슬포 평야지대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오름으로, 모슬포에 있다고 하여 모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름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때 쓰이던 봉수대가 있다.

정난주 마리아 묘

정약용의 조카딸이자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아내로서 ‘바람의 땅’ 대정읍에 유배되어 살다가 생을 마감한 정난주 마리아가 묻힌 곳이다. 1994년 제주 신자들이 그녀의 묘를 대정 성지로 조성했다.

신평 무릉간 곶자왈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제주말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곶자왈은 보온ㆍ보습 효과를 일으켜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자랑하는 곶자왈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소비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신평, 무릉간 곶자왈 길은 제주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시원한 바람, 바다, 그리고 풍경을 즐기는 곳 제주. 여름방학 제주올레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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