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운용보다 지역·사회·기업과 기능적 연계 모색해야

‘원거리, 근거리 인식기능 2개의 전자태그가 내장된 RFID 학생증을 가지고 들어서면 자동 출석 되는 강의실’, ‘연구실 한쪽에 설치된 카메라가 교수의 강의모습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다른 교실에 전송이 가능한 원격강의 시스템’, ‘교단에 설치된 컴퓨터가 교수를 인식하고 정맥인식 장치 인증을 거쳐 자동으로 다양한 멀티 미디어 수업자료들을 연결해주는 시스템’, ‘전 세계 16개국 63개 대학을 연결해 학생이 원하면 언제든지 원격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라운지…’

사이버 강좌, 학점교류 활성

이러한 모습은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미래의 캠퍼스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구현됐거나, 추진중에 있는 대학 캠퍼스의 모습들이다.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대학 인프라는 점점 고도의 정보기술이 결합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유비쿼터스 대학을 지향하며 디지털화된 캠퍼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통신기술의 발달과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인터넷 통신과 이를 이용한 원격강좌가 세계적으로 급속히 퍼질 것”을 예언하면서 지금처럼 대학 캠퍼스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수들이 교실에서 강의하는 대학 교육의 형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우리사회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강의하는 사이버 대학들이 많이 생겨났다. 사이버대학은 캠퍼스라는 지리적 공간적 개념없이 인터넷을 통해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학습하는 가상 대학이다 . 통학과 같은 과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사생활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주부,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이 사이버 대학생으로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이버 대학’은 기존의 정규대학에 비해 수업료가 저렴하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필요한 강의만 들을 수 있어 평생교육의 방식에 매우 적합한 방식이라고 여겨져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기존의 오프라인 대학들도 학내에 동영상 강좌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것은 앞으로 대학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다.

우리대학의 경우도 E-Class 강의를 통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하버드대와 MIT 등 세계적인 대학들 역시 석학들의 주요 강의를 영상과 각종 기능을 이용해 사이버 강좌로 만드는 작업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사이버 수업을 들어도 학점으로 인정하는 학점교류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일부 미래학자들은 미래에 인터넷 통신을 이용한 강좌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퍼져, 대학 캠퍼스가 소멸된다는 의견마저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대학이 학부생들의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각종 실험과 토론, 그리고 실습이 이뤄지는 공간이므로 캠퍼스가 소멸될 것이라는 예언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제간 융합연구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 대학에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간의 토론·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이순종 교수는 “각 학문영역 내에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대학 캠퍼스 내에 각각의 전문영역들이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동공간이 필요하다”며 “융합적히고 창의적인 환경을 위해 강의실은 물론이고 복도나 휴게실, 식당과 레크레이션을 위한 공간에 이르기 까지 언제 어디서나 창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만남과 협력적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참조)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커져

세계적으로 많은 대학들이 추구하는 미래 대학 캠퍼스의 모습은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 강조된 캠퍼스이다. 교육이 특정사회의 미래가치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와 지역생활 공동체가 밀접하게 연관을 맺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대학들은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대학교육 인프라의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대학의 발전방향과 캠퍼스 확장방향을 캠퍼스 내에 집중하기 보다는 캠퍼스 인근지역과 외부지역의 연계성에 맞춰 지역 커뮤니티와의 동반 발전을 중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사립명문 대학이면서 뉴욕이라는 과밀화된 도시에 입지한 컬럼비아 대학의 사례는 그래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컬럼비아 대학은 뉴욕시와 ‘전략적인 협력관계의 정립’ 이라는 큰 틀의 목표를 가지고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은 캠퍼스 주변의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다양한 봉사, 협력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지역발전의 동반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은 이같은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신규개발 대상지역에 교육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시당국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또 신규개발 대상지역에 지은 교육시설에서 캠퍼스 주변의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과외 학습 프로그램, 청소년 비폭력 교실 등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은 캠퍼스 확장과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지역사회는 양질의 교육제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win-win 구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계성 강화’라는 미래 대학 인프라 변화 추세에 맞춰 도태되지 않으려면 지리적 환경에 대한 면밀한 고찰을 통해 활용가능한 자원이 무엇인지, 유리한 환경이 무엇인지, 지리적으로 인접한 사회, 경제, 문화, 학문적 토대와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 캠퍼스의 현주소

우리대학은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남산의 북쪽 경사지 주변으로 서쪽으로 한옥마을, 동쪽으로 장충단 공원에 인접해있다. 캠퍼스 동쪽 경계가 지하철 3,4호선의 환승역인 충무로역으로, 한국 영화문화의 메카인 ‘충무로’와 직접 맞닿아 있다. 뿐만 아니라 캠퍼스 동쪽은 장충단 길을 따라 신라호텔, 소피텔 엠베서더, 하야트 호텔, 장충체육관, 국립 극장 등의 문화 예술, 관광 인프라와 접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지리적 좌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주변의 비싼 토지가격, 남산이라는 녹지공원 인접에 따른 개발규제와 고도 제한 등으로 인해 캠퍼스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 연구시설과 복지시설 부족등 심각한 공간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산지 경사면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장애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장기적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고려함에 있어 이러한 요인들이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리적 강점

우리대학이 존재하는 중구-종로 지역은 대기업의 분포와 밀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강하게 형성된 도심이다.

2004년 기준 공정거래 위원회가 지정한 국내 30대 그룹사 중 17개 그룹사의 본사 또는 계열사가 동국대로부터 20분 거리 이내에 입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보험, 유통, 건설, 정보통신, 호텔, 해운·물류, 언론,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우수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대학이 지향해야할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주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도심의 특성과 평생교육, 기업체 임원이나 사원들에 대한 재교육 등의 교육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즉 과거의 폐쇄적 학문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융합적인 학문, 그리고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문화, 관광의 기능적 연계 가능성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학교와 근접한 충무로는 과거 영화문화의 메카였다. 물론 명성이 퇴색한 부분이 있지만 아직도 영화진흥위원회나 인허가 관련 부서는 주변에 남아 있다. 이를 활용해 충무로 영상센터를 재개발해 영화산업의 메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남에 버금가는 건물과 주차시설 등을 갖추고 대학이 배출하는 풍부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영화산업과의 산학협력은 우리대학의 주요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남대문 시장, 동대문시장, 고급호텔이 가장 밀집한 지역의 중심에 있는 우리대학은 유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옥마을’과 연계하여 외국인을 위한 동국대학교의 불교관련 ‘선센터’나 불교박물관 등을 유치하는 것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운동장과 수영장 부지의 경우 신라호텔, 국립극장, 장충단 공원을 대상으로 서울시가 추진중인 남산 르네상스 계획과 맞물려 지역연계형 캠퍼스의 전형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서울 도심 한복판이면서 동시에 남산이라는 훌륭한 자연경관과 쾌적한 환경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서울시와 공동으로 새로운 외국인 주거단지 또는 커뮤니티 시설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대학이 주관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 교육, 불교 강좌 및 체험교실, 각종 언어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장기적으로 특화된 지역연계 캠퍼스의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울시민들이 남산을 애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와 우리대학이 공동으로 캠퍼스 주변에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도서관 건립을 한다면 지역사회의 시민, 동국대 학생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야할 방향

우리대학은 수도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했지만 서울의 특성에 부합하는 동반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의 명문사립 대학교들이 해당 도시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고 스스로의 위상을 극대화 시켜온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리대학은 수도 서울의 4대문 안에 위치하면서 서울과 역사를 함께 해온 뿌리 깊은 대학교이다. 향후 100년을 고려했을 때 우리대학은 지역사회의 동반자이자 지역발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한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높혀 ‘오픈 캠퍼스’ 즉, 지역사회에 흡수되어 일체화된 오픈된 도심형 캠퍼스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변화하는 유비쿼터스 캠퍼스 환경을 고려해 정보통신 기반과 학교의 제반 교육과정 등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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