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이영호 기자
조선일보 대학평가는 지난 15일에 보도 됐다. 이번 평가는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에 그 특색이 있다. 조선일보는 평가의 취지에 대해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되고 국내 대학의 국제경쟁력과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 대학평가의 기준을 상세히 뜯어 보면 연구 능력이 전체 비율에서 60%나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졸업생 평가, 국제화가 각각 10%인 것에 비해 매우 큰 비중이다. 그 60% 중에서 또 30%가 학계평가다. 학계평가는 ‘아시아 대학의 연구에 대해 잘 아는 2417명의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탁월한 대학을 자국 내에서 최대 10개, 자국 아닌 아시아권에서 최대 30개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 대해 보내온 응답을 합산’해 산출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아시아 대학의 연구에 대해 잘 아는 정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왜 2417명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또 대학들을 최대 10개, 30개씩 뽑은 것도 변별력이 흐릿해질 가능성이 크다. 운 좋게 계속 최대 10개 안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대학과 아깝게 못 들어간 대학과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까.
이러한 점들을 백번 양보해도 대학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만으로 30%나 되는 학계평가를 평가한다는 건 무리다. 이같이 조선일보가 대학 평가에 설문조사 방식의 학계평가 비중을 현재와 같이 큰 비중으로 존속시킬 경우 앞으로 조선일보 대학평가는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이렇게 보이지 않는 엉성한 지표들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들이 대학의 학문을 평가하는 진정한 척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든다. 그 대학의 순위가 어떻든 대학 학문이 일렬로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제돼야 이런 식의 평가가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