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중국 최초의 통일을 이뤘던 진나라의 시황제는 아방궁을 짓는 한편 장강과 주강을 잇는 운하를 축조했다. 이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70만 명의 인부가 동원됐다. 아방궁을 짓는 동안 국가의 재정은 고갈됐다.

시황제는 또한 법을 매우 엄격히 적용했다. 백성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했고 한 사람이 죄에 연루되면 그 친족을 몰살시켰다. 관청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죄인들의 행렬이 즐비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진나라는 결국 통일 15년 만에 멸망했다.

▲이명박 정부가 항공기 안전성 문제 등으로 논란을 거듭하던 제 2롯데 월드 신축을 확정했다. 정부는 “제2 롯데월드 사업은 사업비 규모 1조 7000억원의 대규모 공사로 2만 3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해온 군관계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공군관계자들은 “구름 속이나 야간에 비행계기만 보며 활주로를 찾아 내려오는 조종사에게 초고층 빌딩은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래, 정부가 가장 크게 외치고 있는 구호는 ‘사회질서, 법질서 확립’이다. 정부의 이러한 구호아래 언론인 구속, 시위 강경진압, 집회시위법 개정 논의 등이 이뤄졌다.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조직이나 단체는 여지없이 색출되고 검찰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제 2롯데 월드 신축허가는 달랐다. 15년 동안이나 군의 반대에 부딪혀 허가가 나지 않았던 건물이 정권교체 이후 불과 1년 만에 허가가 났다.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더라도 위험하다는 군 관계자의 직언들은 묵살됐다. 과연 ‘국가안보’라는 가치를 흔들면서까지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하는 명분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진시황제가 대륙을 통일했던 시기는 제자백가 시대였다. 그는 백가쟁명의 시대를 법치로 통일을 이뤘으며 또 통치했다. 그리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민의를 거스른 채 토목공사에 백성을 내몰았다.

힘없는 백성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물질적 성과물에 집착했던 진나라는 결국 15년만에 멸망의 길을 걷는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역사중에서 대운하 공사를 했던, 그리고 백성을 법치로 다스렸던 왕들은 모두 멸망의 길을 걸었다.

더구나 대규모 토목공사로 절대권력을 과시했던 왕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진의 시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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