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화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

세계 농장동물의 날인 지난 10월 2일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돼지, 닭, 소 등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농장동물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올해 농장동물의 날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약 16일째 되는 날로 돼지들의 슬픈 비명과 피로 가득찬 날이었다.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된 후, 현재까지 경기도 북부지역인 김포, 연천, 강화도를 중심으로 총 13개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발생 농가를 포함하여 3km내에 있는 모든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살처분 대상 돼지는 현재까지 총 14만 마리로 파주, 김포, 강화도의 경우 지역내 모든 돼지들을 살처분 되었거나 진행중에 있다. 강화도에서는 한 주민이 반려동물로 키우던 미니피그 1마리 마저 안락사 되어 주인의 품을 떠났다.


14만여마리. 참으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 살처분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있다. 그러나 한 언론사가 전한 돼지 살처분 현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14만 마리 돼지들의 죽음의 민낯을 보여주었고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일지언정 과연 우리는 생명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가’라는 탄식 어린 질문을 던졌다.


돼지 살처분은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 농가 및 주변지역까지 시행된다. 지난 구제역 때 발생한 생매장의 비극을 막기 위해 보다 인도적인 방법으로써 이산화탄소로 돼지의 의식을 소실시키고 땅에 묻는다. 그러나 우리가 본 현실은 달랐다. 가스 주입부터 의식소실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지만 돼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다리기엔 살처분 해야 할 돼지들이 너무 많았나 보다. 의식을 잃었어야 할 돼지들은 포크레인에 들려 발을 바둥거리고 있었고 몸부림치는 돼지를 포크레인 삽 날로 내리찍는 엽기적인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살처분 현장에서 긴급행동지침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동물의 고통과 죽음은 보이지 않는 듯,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의 모습에는 적은 비용을 그저 서둘러 죽이고 서둘러 땅에 묻으려는 인간의 조급함이 묻어난다. 우리 모두는 이번 계기로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태어나고 죽어야 하는 농장동물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없다. 죽이지 않고 살릴 방법, 죽음을 최소화 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며 죽여야만 한다면 고통을 최소화할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이것이 인간이 동물의 죽음 앞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며 생명의 존엄과 동물복지를 지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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