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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과 여성혐오로 얼룩진 힙합 … 그들을 향한 비판이 필요해
  • 강성영·최수빈 기자, 김수아 수습기자
  • 승인 2018.11.19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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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비트에 맞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힙합에 큰 매력을 느낀다. 힙합 문화가 주목받는 만큼 영향력도 강해졌다. 이에 힙합의 욕설이나 타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그러나 일부 힙합 소비층은 “힙합은 원래 그렇다”며 그런 비판적인 시선을 외면한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표현을 힙합이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힙합은 원래 그런 것’일까?
 

산으로 가버린 디스
 

힙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는데 ‘디스’는 그러한 방식 중의 하나다. 디스란 ‘Disrespect’의 약칭으로 상대방을 비판해서 자신의 우월함을 돋보이게 하는 표현 방식이다. 래퍼들은 상대 래퍼를 디스할 때 많은 욕설을 사용함은 물론 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이때 사용된 자극적인 표현들은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컨트롤 디스전’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디스전은 래퍼 간의 감정싸움 위주로 진행됐다. 래퍼들은 상대 래퍼를 비난하기 위해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공격적인 가사를 썼다. 이러한 디스전은 국내에서 힙합이 자극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때 반주 비트로 사용된 곡 ‘Control’은 원래 상대 래퍼를 깎아내리기 위해 제작된 곡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곡은 실력을 겨루기 위한 의도로 제작됐다. 당시 래퍼들은 가사에 자신이 언급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언급되지 않은 래퍼가 자신의 실력도 충분하다는 곡을 발표한 사례도 있다.
디스는 Mnet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통해 보다 더 자극적인 문화로 각인됐다. 쇼미더머니는 2015년부터 경연 과정에서 디스 배틀을 포함했다. 래퍼들은 승리를 위해 타당한 이유 없이 상대 래퍼를 비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래퍼는 인신공격을 담은 표현을 사용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여성 혐오 논란
 

힙합의 자극적인 표현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여성 혐오적인 표현은 대표적으로 성희롱과 여성 비하가 있다.
2016년에 공개된 래퍼 블랙넛의 곡 ‘Indigo Child’에 쓰인 표현은 여성을 성희롱한 대표적인 사례다. 블랙넛은 이 곡에서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X 봤지’라는 가사로 여성 래퍼를 성적으로 모욕했다. 여성 래퍼는 해당 가사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성희롱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블랙넛은 이 곡으로 공연하며 성적인 퍼포먼스를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래퍼 나플라는 그의 곡 ‘꽃’이 여성 혐오를 주제로 했다는 논란을 받았다. 이 곡에서는 ‘너의 꽃 같은 얼굴에 살짝 묻은 된장이 향긋하게 돌아와’, ‘강남 코 조합 잘됐네 B급에서 올라간 네 급은 한 top 10’이라는 가사로 ‘된장녀’, ‘강남 미인’등의 이미지를 나타냈다. 이처럼 여성 혐오적인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은 대중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래퍼들이 여성들을 쉽게 거느리는 것을 성공적인 삶이라고 잘못 인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성공회대학교 양재영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존의 힙합에서 만연하던 여성 비하가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있던 ‘남존여비 사상’과 결합했다”며 “이로 인해 여성 혐오가 더 강화돼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한국식 정서가 결합한 힙합 문화만 접한 래퍼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힙합 SWAG = 갱스터?
 

힙합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졌을까?
힙합 음악은 뉴욕 할렘가의 흑인들이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을 랩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며 시작했다. 양재영 교수는 “당시 힙합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흑인 차별에 대한 저항이 음악에 담길 수 있었다”며 “그들의 가사가 사회의 편견을 뒤집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끼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등장 초기의 미국 래퍼들은 그들의 현실 묘사와 사회 저항을 위해 욕설과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후 힙합은 과격한 측면만을 집중하면서 점차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됐다. 일부 래퍼들이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비방이나 욕설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갱스터 랩이다. 래퍼들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가 담긴 가사를 썼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생활에서도 마약이나 범죄를 일삼았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본 대중들은 힙합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게 됐다. 양재영 교수는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도 계속해서 과격한 모습이 비춰지자 대중들을 힙합을 깡패와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힙합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힙합이 탄생한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공격적인 모습만 도입한 것이다. 한동윤 평론가는 한국 힙합이 공격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래퍼가 욕설, 마약, 살인, 퇴폐적 향락, 여성 혐오를 강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잘못 생각했다”며 “대다수가 이런 것을 찬양하는 가사를 써 왔기에 힙합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굳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판과 책임감은 필수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약자를 비하하는 가사를 전부 수용해서는 안 된다. 한동윤 평론가는 “사회 질서에 해가 되고, 특정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내용이 재치 있는 표현과 흥겨운 비트에 가려져 쉽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듣는 이의 비판적인 수용을 강조하며 “청취자는 이러한 가사가 과연 우리의 정서를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부정적인 가사를 이성적으로 잘 여과하면서 힙합을 즐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래퍼도 곡에 자극적인 가사만을 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재영 교수는 “음악은 래퍼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음악은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이다”라며 “래퍼는 창작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음악이 사회에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뚜렷한 이유 없이 욕설이 난무하는 가사나 타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음악에 대해서 창작자도 청취자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영·최수빈 기자, 김수아 수습기자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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