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좀 더 誠實(성실)한 人間(인간)이 되자고 나는 결심에 결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소위 “親舊(친구”라는 것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술과 담배로 살았으니 하긴 그런 自覺(자각)이 생길 때도 되긴 했다. 학교에만 가면 누가 “어어!”하고 어느 구석에서는 꼭꼭 한놈은 나타나 부르게 마련이다. 일찍이 무척 심한 孤獨(고독)으로 인해 病的狀態(병적상태)에 까지 이르렀떤 나였던지라 나와 얘기하겠다는 인간은 무조건 고마웠다. 그리고 친구를 갖고 싶었다. 이 欲求(욕구)는 나를 많은 친구를 가진 오늘의 나로 變貌(변모)케 했다. 획 돌아보면 손짓을 하고 있다. 어울려선 술집行(행)이 아니면 茶房行(차방행)이다.

얼마나 친구를 갖고 싶어했던 인간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생활은 나로 하여금 점점 나 자신에 불성실한 인간으로 타락시켜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인제는 다시 옛날의 그 고독한 나에게로 되돌아 가고 싶어진 것이다.

학교를 파하자 걸음을 재촉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와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해야겠다. 그런데 뒤에서 누가 “어이!”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딱 “실증”이 느껴졌다. 이맛살이 절로 올라붙는다. 그러면서도 꼬개는 나도 모르는새 그 소리나는 쪽으로 획 돌려진다.

손짓을 한다. 조금도 반갑지가 않다. 그러나 얼마전 까지만 해도 自請(자청)해서 따라다니던 친구에게 거절할 수도 없다. 따라간다. 그리고 그 때의 내심정으로 미루어 봐서 안간다면 그 친구의 마음이 오죽 쓰리랴 싶은 것이다. 마치 내가 友情(우정)을 빈데에 대한 빚이라도 있는 듯 負責感(부채감)까지 느낀다. 그러나 억지로 따라가 다방구석에 아무일도 없이 앉았노라면 도무지 따분하고 이 빚을 언제 다 갚을까 하고 前日(전일) 友情(우정)을 빈 나의 輕擧妄動(경거망동)에 後悔莫甚(후회막심)해 진다. 빨리 나가자고 몇 번 졸라 내어도 막무가내다.

짜증이 나서 神經質的(신경질적)이 된다. 잔뜩 부화가 나서 아무 말대꾸도 않는체 나의 밀린 일들이야 어떻게 되건 모른다. 內心(내심) ‘케세라 세라’를 부르면서 의자에 번드시 들어누었으면 그래도 나를 골탕먹이는 상대방 친구의 심보에 대한 보복이라도 한 듯 속이 개운해진다.

이렇게 무한정 누웠으면 상대방 쪽에서도 이윽고 아무리 얘기를 지껄인대도 그리고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그 상대방에게 완전 이해 될 수는 없다는 일종의 實存的(실존적) “限界狀況(한계상황)”을 느끼게 되는 모양이다.

“야 가자!”

“으응-.”

그제는 나쪽에서 일부러 꾸며서 별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가 석연치 못한 목소리의 대답을 한다.

‘그럼 더 있을까?’

이 작자는 진정으로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빨리 가야겠다고 조바심을 치고 있던 판에 그 친구의 ‘一縷(일루)의 希望(희망)’에 일지라도 내가 응할 리 없다

‘가겠다는 걸 내 고집대로 앉았을 수야 있나.’

‘아니, 난’ ‘아니 그냥 가, 난.’

이렇게 내가 오히려 十分(십분) 讓步(양보)하여 함께 나가는 것처럼 가장을 해서 가자고 막 떠다 밀다싶이 해서 다방을 나온다. 그야말로 성공적이다. 그 친구에 대한 負責(부책)도 갚고 그 따분한 ‘구속된 時間(시간)’도 청산하고 그야말로 一擧兩得(일거양득)이다.

참만 孤獨(고독)이란 妙(묘)한 것이다. 참으로 孤獨(고독)하게 살고 있을 땐 오히려 덜 孤獨(고독)한 것이다. 그땐 그 孤獨(고독)한 생각을 하고 있는 主體(주체)가 孤獨(고독)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그 孤獨(고독)은 幸福感(행복감)으로 充滿(충만)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群衆(군중) 속의 孤獨(고독)’ -그것은 참으로 뼈와 살을 비는 듯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참으로 고통스런 孤獨(고독)은 같은 座席(좌석)에 모여 앉은 친구들과 나의 생각하고 있는 世界(세계)가 一致(일치)하지 않으면서도 一致(일치)를 해야할 때의 나와 친구들과의 사이에 생겨있는 틈 그것이다. 그 틈이 아주 갈라지고 나는 나대로 그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전혀 떨어져 잘 땐 오히려 더 큰 孤獨(고독) 속에서도 상캐한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그런데 그 孤獨(고독)에서 오는 고통은 그 틈 사이에 絶斷(절단)의 칼날이 닿을 때가 가장 크고 심하다.

나는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향해 석양을 비스듬히 쬐이고 있는 鋪道(포도)위를 터벅 터벅 걸어가면서 그 상쾌한 孤獨(고독)의 幸福(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그리고 人間(인간)이란 어차피 誠實(성실)과 함께 孤獨(고독)이란 것을 동시에 하늘로부터 賦課(부과) 받은 것이 아니겠는냐고 諦念(체념)에 오붓이 나를 도사린다.

그러면서 나는 걷는다. 터벅터벅 걷고 있노라면 느닷없이 그 친구와 나는 저 碧波(벽파)에 살을 깍기우고 있는-

그리고 제각기 호올로 따로 따로 떨어져 바다에 떠내려가고 있는 듯이 보이던 그 絶海孤島(절해고도)와 같이 처량하고 씁쓸한 存在(존재)로 생각되는 것이다.

(行政科(행정과)) 朱天成(주천성)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