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관점과 질적인 국제화에 대한 고민과 노력 필요

▲ 일본 삿포로 학원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우리 대학 학생들과 일본 친구들

우리대학이 Sunshine Coast대학, Wollongong대학, Charles Sturt대학, Deakin대학 등 호주 4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우리대학은 75개 외국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게 됐다. 우리대학은 오영교 총장 부임해인 2007년을 시작으로, 2008년 한해만 해도 17개의 해외 대학과 학술교류를 맺는 등의 활발한 교류협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대학은 올해 중앙일보 대학 평가 국제화 부분에서 37위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8계단 상승했다.

현재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세계 속의 대학’이란 목표를 내걸고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송도국제화복합단지를 조성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거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서강대도 지난 8월에 외국인 기숙사인 ‘국제관’을 건립해 외국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이다.

 ‘국제화’는 요즘 대학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대학들은 자신들이 만든 국제화 프로그램들을 홍보하고 외국인 교원 수와 영어강의 강좌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각 대학홈페이지는 모두 타임지나 뉴스위크 같은 잡지들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대학’ 안에 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 대학의 국제화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국제화의 진정한 의미

대학의 국제화 (Internalization)는 전 세계적인 추세인 세계화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세계는 점점 교류의 확대와 교통, 통신의 발달로 나라간의 실질적인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창의적이고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이 세계의 모든 시장을 하나로 엮어 줌으로써 물류비만 지불하면 인터넷으로 어디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세계시장이 하나로 연결되자 예전엔 국내시장에서 자국의 경쟁자들만 신경 쓰면 됐던 시대와 달리, 각 나라와 기업들은 세계의 모든 기업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가열된 경쟁 속에 기업은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에 자신들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의 기준에 맞추는 것을 국제화라 부른다. 결국 국제화는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국제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사실 현재 대학의 국제화는 순수한 학문적인 측면보다는 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 초점이 맞춰져있다. 즉 대학의 역할이 세계화 속에서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내는 방향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뚜렷한 기준 없이 세계화의 흐름에만 편승하는 것은 주체적인 국제화라기보다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국제화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한계

국내에서는 중앙일보 대학 평가가 대학의 국제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인정 받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대학도 2007년 ‘대학평가팀’을 따로 구성할 정도로 현재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평가 항목들은 국제화를 추진하는 대학들에게 많은 영향들을 끼치고 있다.

중앙일보 평가의 국제화 부문 평가 항목들을 살펴보면 △전임 이상 외국인 교수 비율(20)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15)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10)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5) △영어강좌 비율(20)로 양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반면 타임지가 세계 100대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에는 그 대학의 학문적인 연구 역량의 척도, 논문의 질과 양이 양적 비율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타임지의 세계 100대 대학 선정기준은 △논문이 인용된 연구자 수,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수, 미국 과학정보연구원(ISI)의 인문사회과학 논문 인용지수 등이 50%,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교수 1인당 논문인용지수, 학생 대 교수 비율 등을 40%, 그리고 도서관 장서 규모가 10% 이다. 물론 타임지의 대학평가 지수도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지표가 더 인정받고 세계의 대학들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한 양적인 비율 보다 대학의 연구, 논문 질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제화를 위해선 영어는 전제조건

현재 학문의 영역에서도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비영어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영어 교육이 국제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영어 강의 확대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대학들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영어강의는 2학기 기준으로 전체 1077개의 강좌 중 128개로 전체 강좌 대비 8.41%다. 비록 카이스트(35.18%), 고려대(22.18%)와 같이 오래 전부터 영어강의를 정착시키려 노력해 온 대학들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우리대학도 전공과목에서 영어강좌 수를 늘리는 등 영어강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한 교수는 “영어강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영어강의를 시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도 중요한 것 같다”며 “영어 강의엔 영어에 친근한 학생들과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환경의 밑바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학생, 동아시아권에 편중

우리대학은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을 수용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다행히 현재 대학에선 유학생과 외국인 교수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관 설립 사업이 준비 단계 과정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우수한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기숙 시설의 확보가 부족한 상태다.

또 우리대학은 외국인 입학생이 지나치게 중국 학생에게 편중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459명의 외국인 입학생 중 중국인 학생이 394명, 대만, 몽골, 일본 학생들이 각각 20, 19, 11명 등 94.3%가 동아시아권에 치중되어 있다. 교환학생으로 오는 외국인 학생도 23명 중 중국과 일본 학생 수가 각각 12명 9명일 정도로 동양권 학생들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어서 국제화의 실질적 내용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해외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의 역량뿐만 아니라 그 대학이 속해있는 국가의 특성과 경쟁력도 따진다. 중국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대학은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관점에서 미주 유럽 쪽의 학생들을 끌어 올만한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오영교 총장이 Charles Sturt University과 맺는 학술교류협정에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대학의 국제화 프로그램

우리대학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높이고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에는 영어트랙, English Clinic, 영어강의, 교환학생, 복수학위제 등이 있다. 교환학생의 경우, 한해 평균 우리대학이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수는 100여명으로 대부분 영미권이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수학한다. 또 English Clinic은 학생들이 영어 학습에 있어 원어민 선생님들로 하여금 Speaking, Writing, Reading 같은 과목에 피드백을 받아 실력을 향상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학술교류협정이나 외국인 교환학생 수도 2007년 오영교 총장 취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복수학위에 관해서도 뉴욕주립대(SUNY-Stony Brook)와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 Dallas) 와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해 학생들이 두개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 우리대학에선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레벨 테스트를 실시해 교양 과정을 영어트랙과 비영어트랙으로 구분하는 영어 트랙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어 트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모든 교양 수업을 영어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발전 필요

타임지의 세계 100대 대학 기준으로 봤을 때 실제적으로 세계 기준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는 그 대학의 연구 역량과 학문의 질이다. 물론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초적인 영어의 기반을 다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연구 기반 확충과 연구 공간 문제 해결, 우수 인재 유치 노력 등이 보다 근본적으로 대학 발전을 이끄는 힘이다.

아직 우리대학은 WCU(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 육성사업)에 채택될 만큼 세계적 수준의 연구가 타 대학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현재 더 많은 연구 수주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학협력단은 현재 내년에 더 많은 연구 과제들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올해도 여러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학문의 깊이는 단시간에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한 사람 혼자서만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투자와 조직 내 구성원들의 협조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대학은 장기적으로 우수한 외국 학생들과 교원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우리대학만의 경쟁력과 강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학술 교류 협정과 같은 ‘양적 국제화’도 진행하면서 동시에 우리대학에 맞는 특성화된 국제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대학은 불교종립대학이라는 특성도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불교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서양 문화권에선 티벳 불교와 인도철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서양 문화권에서의 높아지고 있는 불교의 위상에 대해 밝혔다.

이러한 추세에서 우리대학만의 불교 학문의 특화로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이처럼 단기적인 양적 위주의 국제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질적인 국제화도 매우 중요하다. 당장은 시급하지만 우리대학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질적인 국제화도 함께 바라본다면 우리대학의 국제화는 우리대학만의 주체적인 국제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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