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자 (문창3) 作

손을 먹는 사람들

아버지는 매일 저녁 손목을 자른다
어머닌 고무장갑을 끼고
대야 가득 알코올을 푼 뒤
아버지의 두 손을 대야에 담근다
가스레인지에서 수증기가 끓는다
침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익숙한
우리의 저녁시간
석간신문에 쓰여진 현대건설 구인광고에
북한일까 사우디아라비아일까 리비아일까
이력서를 쓰고 있는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아서 나는
허공에 떠도는 연기를
머리 속에 채워 넣으며
공복을 때운다
상상은 왜 먹어도 먹어도 고픈 걸까요 아버지
차라리 나는
싱크대 위에 놓인 선인장의
가시처럼 녹슬고 싶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손을 움푹 찌른다
그리고선 그 중 하나를 꺼내어
껍질을 벗긴 뒤 내게 건넸다 나는
씹으면 씹을수록
잘게 부서지는 아버지를
야금야금 갈잙갈잙 씹어 먹는다
권민자 (문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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