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십)월이 익어간다. 하늘은 끝없이 높푸르러만 가고, 五穀(오곡)들은 머리를 깊숙히 숙이고 있다. 시원한 바람결에 절로 몸과 마음에 살이 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때가 있다. 休日(휴일)이면 山(산)과 들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季節(계절)의 誘惑(유혹)-.

밤이면 책읽기에 날을 지세워도 몸은 거뜬하기만 하다. ▲누구나 가을이 되면 思索(사색)과 추희에 잠기는 때가 많아진다. 공원의 ‘벤취’에 할 일 없이 앉아서 閑談(한담)을 즐기는 老人(노인)들에게만 回憶(회억)의 아쉬움은 있는게 아니다. 젊으면 젊을수록 지나간 나날들은 간절해 지는 것이다. 그것을 安易(안이)한 쎈치멘탈이라고만 할 수 없다. 붉게 물드는 단풍잎들-. 이것들은 삶에의 無常(무상)만도 아닌, 황홀한 浪漫(낭만)을 손짓하고 있다. ▲캠퍼스의 一角(일각)에서도 旅行(여행)과 登山(등산)스케듈이 흥겹게 짜여져 가고 있다. 홀연히 旅路(여로)에 올라 꿈을 노래하고, 들끊는 情熱(정열)을 浪費(낭비)하고 싶어지는 가을의 意味(의미)는 이런데 있는 것 같다. 自然(자연)을 찾아 자신의 은밀한 가슴을 활짝 열어 무언가 말하고 싶어지는 가을은 이제, 成熟(성숙)의 매듭을 남기고 깊어간다. ▲그러나 가을은 우리에게 가지 가지 回憶(회억)과 感傷(감상)에만 젖어 있게 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結實(결실)의 意味(의미)를 생각하면 할수록 이런 회의는 짙어지는 것이다. 이것들을 自然(자연)의 한낮 윤회로만 생각하기에는, 보다 嚴肅(엄숙)한 교훈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저 한여름의 무더위와 폭풍우를 의연히 견디어, 마침내 成熟(성숙)의 고개를 숙연히 굽히고 있는-그것은 로당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케하여주는 姿勢(자세)이다. ▲이제 卒業(졸업)을 몇 달 앞둔 젊은이들은, 이 結實(결실)의 계절에 萬感(만감)이 오고 갈 것이다. 새삼스럽게 게을렀던 지난 날의 후회와 어둡기만한 來日(내일)에의 門(문). 이제 발길은 화살짓는 時間(시간)과 함께 앞으로 내닫고만 있다. 새로운 始作(시작)은 잇달아 올 것이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그렇게 지금 結實期(결실기)에 서 있는 卒業班(졸업반)이다. 그 가운데는 결코 당황하거나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大學(대학)의 벅찬 門前(문전)을 들어 서면서 세웠던 決意(결의)를 굽히지 않은 이들이다. 온갖 유혹과는 外面(외면)하고 스스로의 本分(본분)에만 誠實(성실)했던, 자랑스런 過程(과정)이 있었다. 그들의 머리는 숙여져있지만 안으로는 여물어있다. 성숙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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