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가다 포스터 속 그림을 본 적이 있다. 한참 뒤에야 그림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헬레나 클림트의 초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는 시선을 볼 때마다 신비함과 동시에 불현듯 근심을 느낀다. 나를 쳐다봐 주지 않는다. 나는 그를 모른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두렵다. 우리는 그 사람을 모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모르기 때문에.
 학보사 기자라는 명찰을 달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질문들을 되뇌며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동대신문 오은욱 기자입니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은 사람과 만남에서 긴장을 느낀다. 불편한 감정이다. 그래도 우리는, 나는 끊임없이 사람과 만나야 한다. 세상 속 수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소재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신문이라는 도화지를 알록달록한 글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누군가는 팔레트를 들고 사람이라는 물감을 찾아 캠퍼스를 종횡무진 쏘다녀야 한다.
 정기자가 된 내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 글이 누군가에게 클림트의 초상화처럼 남는 것이다. 진실하게 그 사람을 글로써 그려내고, 그 사람의 색깔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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