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시인이 쓴 글쓰기 서적의 제목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지만 이 책은 나의 글쓰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슴으로는 붉고 뜨거운 정신을 찾고, 손끝으로는 푸르고 차가운 언어를 매만지라.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라는 시인의 충고는 어떤 글을 쓸 때도 나침반이 됐다.
 '수습’이라는 면죄부가 주어진 기간 동안 나는 이 나침반을 잃었다.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은 내 눈을 가렸고, 나의 문장은 감정과 기술 한쪽에 치우쳐 갈팡질팡했다. 쫓기듯 지나온 이 시간을 탈수습기를 쓰는 오늘에야 되돌아봤다. 외국인 유학생 기사를 쓸 때 미리 결론을 지어놓고 조사하진 않았나. 자신 있게 아니라고 확답할 순 없다. 입학처 인터뷰지를 작성할 때는 왜 그리 가혹했나. ‘당신의 부족함을 캐내겠다’라고 말하는 듯한 날카로운 질문들이었다.
 나는 이제 ‘동대신문 서민서 기자’가 된다. 수습 기간 6개월 전과 지금의 나는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글쓰기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되지도, 기자가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 동안 한 것이라곤 견디는 것뿐이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시간이었다. 정기자가 되는 지금, 다시 방향을 잡는다. 좋게 본다면 결국 모난 돌은 원석이라는 소리가 아닐까. 방향을 잡은 모난 돌은 보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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