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호 건축칼럼니스트 건축학과 89졸

1985년 발표된 영화 중에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이라는 영화가 있다. 자유 여행을 즐기는 루시와 진중한 청년 조지의 사랑을 그린 영화였지만 당시 건축학도였던 필자에게는 영화 상영 내내 그들의 사랑의 배경이 되어준 “전망 좋은 방”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던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들의 사랑을 연결해 주었던 곳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여행자가 묵었던 작은 ‘다락방’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 다락방에 대한 기억들은 7,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소위 386세대들에게는 필수 전공과목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루시와 조지와 같은 사랑은 아니었더라도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가 가졌을 법한 순수한 감정들도 이 다락방이란 단어에 연상되어 떠오르는 하나의 추억일 것이다. 부엌의 천장 위에 주로 자리 잡았던 다락방에서는 매일 어머니께서 아침을 준비하시며 도마 위에 칼질하는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주는 알람 소리와도 같았다.

 

한국 건축물의 대표적인 양식인 경사 지붕 속에 숨은 공간인 다락방을 만들어낸 것은 물론 이런 추억을 위한 장소를 생각해 내서는 아니었다. 전후 세대들이 집을 지으면서 집안 어딘가 한군데 숨은 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을 수도 있고, 비만 피할 수 있어도 훌륭한 궁궐로 여겨졌을 수도 있는 궁핍한 피난민 생활 속에서 지붕 속의 쓸 만한 공간이 아까웠을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공간을 하나의 텅 빈 공간으로 제법 쓸 만한 다락방으로 만들어 준 것은 콘크리트로 지붕을 경사 슬라브를 만들어 내부에 복잡한 지붕 트러스 구조를 없앨 수 있게 된 다음부터였다. 지금은 경사 지붕이 많이 사라지고 모던한 스타일인 평지붕으로 바뀌어 다락방이 거의 사라졌지만 경사 지붕을 만들더라도 이러한 다락방의 설치를 건축면적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아 허가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그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세대로서 많은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다락방은 법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되어도 좋을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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