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영화의 득세 … '정의 판매'인가 '정의 구현'인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검찰 기득권을 풍자해서 5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더 킹’(출처 - 네이버 영화).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절대 악의 사회 기득권층과 이를 단죄하는 정의의 승리’다.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재벌의 비리가 보도됐고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 등이 터지며 정부의 무능함이 화두로 떠올랐다. 일련의 사건들이 대중의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 산업도 그 흐름을 반영했다.

 그 시작이자 정점은 영화 ‘베테랑’이었다. 유아인이 절대 악의 재벌로 분한 베테랑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이 바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후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비리를 일삼는 검사들을 소재로 한 ‘더 킹’, 부패한 정치인을 다룬 ‘내부자들’, 이외에도 ‘성난 변호사’, ‘아수라’ 등의 영화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피고인’, ‘김과장’과 같은 유사한 주제의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중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들 수밖에 없다. 미디어에서의 재벌에 대한 이미지 변화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예전 드라마에서 재벌 2세는 모든 것을 가지고,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는 최선을 다하는 선망의 대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사악한 재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대중이 악한 재벌의 처벌을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시국이 시국인만큼 대중이 ‘부도덕한 사회 상류층에 승리하는 정의’의 공식을 따르는 이른바 ‘사회파’ 영화나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직장인에게 '사이다 드라마'로 호평받은 드라마 ‘김과장’(출처 - 로고스 필름).

 

 그러나 한편으로는 흥행 공식을 과도하게 따르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업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 너무 공식에 의존해서 검증된 방식대로만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문제다”며 “그런 영화만 만들어내면 사람들이 싫증을 내고 결국 상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영화가 늘 비슷비슷하다고 언론이나 관객들이 계속 지적하고 불평해야 정신 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대학의 한 학생도 “너무 비슷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계속 나와서 식상하고, 어차피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라 재미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사회파 영화를 제작하여 현실에 부재하는 정의를 만들어낸다는 의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에는 조롱만이 있을 뿐 대안적 상상력이나 본질적 비판은 없다. 게다가 상업성을 위해 매번 비슷한 소재의 영화만 제작한다면 관객에게 진정성 있는 호소를 하기는 어려워진다.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문화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정의를 매개로 한 상업성 추구가 아니라 색다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명작’으로 회자되는 영화는 항상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이었으니까.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