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집터 정확한 위치 파악하지 못한채 추진 강행 … 보상금액도 일방적 통보에 그쳐

중구청은 필동 2가에 위치한 ‘썬더치킨’, ‘손문막창’, ‘펀비어킹’, ‘봉구비어’를 사업지역으로 선정해 류성룡을 기리는 문화공원을 조성하려 했으나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작년 11월 17일부로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그러나 올해 심의가 다시 시작되자 해당 지역 상인들은 이를 막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소통과 협의의 부재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막무가내로 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면 우리 상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구청은 기존 작년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보류시킨 뒤 “건물주와 세입자분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면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최선의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업 전반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구청과 상인들 간의 논의는 1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봉구비어 점주는 이에 “보류가 됐다는 것은 사업 타당성을 입증해 보충하라는 것인데 무엇을 보충했는지 모르겠다. 우리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단 한 번의 대화도 없이 이번 달에 심의가 진행된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며 중구청의 일방적인 행정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협상의 부재는 상인들의 근심으로 이어졌다. 과거 중구청에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소문에 주차장을 조성할 당시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거공간을 철거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펀비어킹 허승준 점주는 “통보형식으로 우리에게 전달됐다. 구청 직원이 와서 이미 예산이 투입돼서 공사 일정이 잡혔음을 알려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거 사업이 보류되었을 당시 보상과 관련해 중구청은 건물주에겐 공시지가 보상, 세입자에겐 영업이익 4개월 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상인들에게는 생계와 직결되어있는 문제이기에 중구청이 제시한 적은 보상액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구청은 “아직 보류단계이기 때문에 보상을 논할 수 없는 시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근거가 부족한 부지선정

 

상인들은 구의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당시 중구청의 서애공원 조성사업의 원안은 CJ인재원 삼거리였지만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변경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선정된 지역이 과거 류성룡의 집터라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을 들어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류성룡 집터라고 지정한 곳은 SK주유소 앞 화단 비석이 위치한 곳이다. 카카오맵 상으로는 필동2가에 위치한 ‘대청마루’가 위치한 곳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추정에 불과하다.


즉, 과거 류성룡 집터였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허승준 씨는 류성룡 후손을 찾았다. 그 결과 “류성룡 자손들도 정확한 집터의 위치는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집터가 존재한다고 해도 평생 살아온 터전이 아닌 한양에 살던 당시 잠시 머무르던 곳이었다. 그런데 근거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공원조성사업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서애 문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혜지(법학15) 양은 “물론 의미가 있는 공원이지만 상권이 다 조성되고 난 후 갑자기 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면 거기서 장사하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다 사라진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며 상인들의 권리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이미 문화적으로 잘 자리 잡고 있는 가게들을 없애고 공원을 짓는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누구도 피해받지 않는 사업

 

해당 지역 상인들은 현재 ‘법적으로도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개인 소유의 땅은 국가라고 함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를 토대로 “타당한 증거도 없이 개인 소유의 땅을 권력을 남용하여 시민의 삶을 망치고 있다. 공원조성은 부당하다”라며 항의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생계를 지키기 위해 학생들의 반대 서명을 받고 국민신문고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공원조성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서애로 대학 문화거리 조성사업은 낙후된 필동 일대를 재정비하고 특색 있는 도시로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고무적이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캠퍼스 타운 사업 등 우리대학도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수혜자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 해당 지역 상인들은 강제수용을 당함과 동시에 일터를 잃게 되고 생계가 곤란해진다. 사람의 생존권이 결부되어 있어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고 일방적으로 공원을 조성한다면 공원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찾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기존 상인들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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