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정 신문방송학과14

‘6월 모의고사’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새삼 수험생 시절이 떠올랐다. 여느 수험생들처럼 스터디 플래너에 수능 카운트다운과 목표 대학을 적어 놓고 나를 채찍질했다. 정말이지 ‘대학생’이 되는 것을 꿈꿨다. 1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합격 통지서와 함께, 나는 그렇게 덜컥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한참이나 내가 ‘대학생’이 됐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자유롭게 옷을 입고 내가 선택한 수업을 듣고 남부럽지 않은 대학, 꽤 예쁜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었지만 고등학생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는지, 그 시절에 꿈꾸었던 대학생으로 살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고, 3학년이 된 지금에서야 내가 나는 ‘대학생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대학생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성의 상아탑’이나 ‘캠퍼스 낭만’이 아니라 ‘취준생’의 모습인 것은 참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이 되니 ‘취업’이 꿈이 되어 발목을 잡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수없이 도전하고 수없이 실패해도 괜찮은 신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교복을 입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수동적으로 당장 코앞에 닥친 과제들을 해치우기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큰 자유와 무거운 짐을 동시에 선물했다. ‘성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당당하게 누리는 동시에 약간의 실수는 ‘학생’이라는 명분으로 용서됐다.  한편, 사회에 진출하기 전 필요한 조건들을 갖춰야 할 의무가 주어지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고 할 기회가 많았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혜택을 완전히 잊은 채 안달난 삶을 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뒤처질 새라, 도전은커녕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기 바빴다. ‘대학생’이라서 괜찮은,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내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도 수많은 고등학생, N수생들이 ‘대학생’이 되기 위해, 그 당시의 우리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종종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대학 생활을 묻는 연락이 오지만, 나는 아직 그들에게 조언해줄 만큼 ‘대학생’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 했다.
졸업까지 앞으로 3학기. 막연한 그림을 가지고 대학에 왔지만 더 이상 남은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도전하고 꿈을 찾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학생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도전할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 내게 ‘대학생’에 대해 물어봤을 때, “꼭 대학생이 되라”고 말해줄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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